국제기구들 잇따라 발표
“코로나19 피해, 여성이 더 커...
여성 정책 결정권자 늘고
소수자 고려한 대책 마련해야 해결 가능”

최근 여성 보건당국자들이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의 데버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부 차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앤 슈챗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부국장,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학 전문가 마리아 반 케르코브.
최근 여성 보건당국자들이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의 데버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부 차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앤 슈챗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부국장,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학 전문가 마리아 반 케르코브. ©뉴시스·여성신문, 온라인 영상 캡쳐

정은경부터 마리아 반 케르코브까지

주목받는 여성 코로나19 사냥꾼들

세계 최고의 바이러스 사냥꾼’(영국 가디언), ‘조용하지만 능력 있는 2인자’(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코로나19 위기 속 진짜 영웅으로 우뚝 섰다. 정 본부장만이 아니다. 많은 여성 보건당국자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침착하고 유능한 대응으로 이목을 끈다.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부 차관, 미국의 데버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과 앤 슈챗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부국장,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학 전문가 마리아 반 케르코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UN과 세계경제포럼(WEF)은 연달아 여성 리더십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여성 지도자들의 대응 능력을 추켜세우는 언사는 아니다. 이번 위기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내 입지 약화, 가사·돌봄노동 부담 증가, 여성폭력 증가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은 여성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세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최전선 보건의료인 70%가 여성 
그러나 여성 상급 관리자 25%뿐

WEF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은 늘 보건의료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중국만 봐도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파견돼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 해온 공산당 정치국원인 쑨춘란 부총리를 포함해, 간호사의 90%, 의사의 절반가량이 여성이다. 전 세계 보건의료 노동자의 약 70%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상급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지난 3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올린 미 정부의 코로나19 TF 회의 현장 사진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지난 3월 1일(한국 시각)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올린 미 정부의 코로나19 TF 회의 현장 사진. 여성이 한 명도 없다.
지난 3월 1일(한국 시각)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올린 미 정부의 코로나19 TF 회의 현장 사진. 여성이 한 명도 없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트위터 캡처

WEF은 지난달 발표한 왜 코로나19 대응에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가라는 논평에서 보건의료계의 여성 대표성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코로나19 같은 보건 위기를 해결하려면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필요하다. (...) 이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에 여성의 자리가 없다면,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UN4월부터 여성이 모두를 위해 일어서다(WOMEN RISE FOR ALL)’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는 게 이 캠페인의 취지다. 아미나 모하메드 UN 사무부총장이 지금은 우리 여성 리더들이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연대해 일어설 때라며 제안해, 현재까지 멜린다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 품질레 믈람보 응쿠카 유엔여성기구 총재 등 여성 리더들이 동참했다

UN의 ‘여성이 모두를 위해 일어서다(WOMEN RISE FOR ALL)’ 캠페인.
UN의 ‘여성이 모두를 위해 일어서다(WOMEN RISE FOR ALL)’ 캠페인. ©UN

국제기구들 잇따라 발표
“코로나19, 여성 피해 더 심각...
여성 정책 결정권자 늘고
여성들 취약성 고려한 대책 세워야”

한국 정부도 “코로나19 극복 정책에 여성 특수성 반영 노력”

관건은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취약성을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는 리더십이다.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UNDP) 등은 각국 정부에 코로나19 피해 구제계획을 세울 때 여성 지원책을 넣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최근 잇따라 발표한 논평에서 코로나19로 선진국의 국제 하청 공장인 개발도상국의 여성 노동자들, 특히 섬유·패션업계 여성 종사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을 더욱더 포용적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속 여성들의 무급 가사·돌봄노동 부담은 늘고, 교육·기술 습득 기회는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계속 저숙련·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세계적 방역 표준을 제시한 한국이 이러한 전문가들의 권고에 귀기울여 혁신적인 포스트 코로나대책을 마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주최 화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 19 극복과 회복을 위한 정책에 여성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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