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남성과 영상 찍었다는 이유로 살해"

명예살인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의 행동에 대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혐의를 씌워 살인을 정당화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여성신문.뉴시스/AFP 

 

파키스탄에서 10대 여성 두 명이 남성과 함께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살해당했다. 

17일 영국 BBC는 남성과 함께 있는 영상이 온라인에 게재됐다는 이유로 16세와 18세 여성들이 가족으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16세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아버지이며 18세 피해자는 남자 형제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14일 오후 2시 아프가니스탄과 접하는 와지리스탄 경계 마을 샴 플레인 가리욤(Shaam Plain Garyom)에서 살해당한 후 매장됐다. 

파키스탄 경찰은 살인을 저지른 피해자의 아버지 A와 남자형제 B를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A와 B는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피해자는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10대 남성과 여성 두 명과 함께 찍은 비디오가 알려져 살해당했다. 해당 비디오는 52초 분량으로 1년 전 촬영됐다. 비디오 속에서 두 피해자는 남성과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두 피해자의 가족은 살인사건이 벌어진 후 즉시 다른 마을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찾고 있다. 

지난 2012년 '코히탄(Kohistan) 비디오 사건' 이후 파키스탄의 '명예살인'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코히탄 비디오 사건'은 파키스탄에서도 보수적인 지역인 코히탄에서 세 명의 10대 여성들이 2명의 소년과 노래를 부르고 박수치는 것을 비디오로 찍었다가 가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1천여 명의 여성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명목으로 살해 당한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명예살인의 일반적인 이유로 △가족이 지정한 상대와의 결혼 거부 △성폭력 피해자 △혼외 성관계 정황 등으로 꼽았다. 공동체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옷차림(청바지 등)나 순종적이지 못한 태도 등도 명예살인의 이유가 된다. 

그동안 파키스탄에서는 친족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질러도 다른 가족이 용서하면 사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가족 사면 요청을 받아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법을 통과시켜 명예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최대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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