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임금차별타파의 날
한국 성별 임금격차 34.6%
OECD 부동의 1위
여성들의 무상 돌봄노동,
인식부터 변화해야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통과 촉구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는
언제든 해고될 상황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기자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한국 사회의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정부에 여성노동과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울려 퍼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 11지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30명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위기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고 여성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밝히기 위해 1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다. OECD국가 평균 성별임금격차인 13.02%보다 약 21.6%p나 크다.

작년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6.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79만9000명(중복응답)으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50.8%를 차지했다.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주로 계약직 근로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성별로는 여자는 412만5000명(55.1%)으로 남자보다 높았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재난은 누구에나 평등해보이지만 사실은 가난을 공격하고 여성을 공격하는 차별의 양상을 가졌다고 여는 발언을 시작했다. 나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두 가지 타격을 모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인데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며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휴업이 본격화됐을 때 고용노동부는 천재지변이니 휴업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해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했고 현장의 반발과 절박한 요구가 있고 나서야 적은 액수의 무급휴직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일 열렸다. ⓒ홍수형기자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일 열렸다. ⓒ홍수형기자

청소노동자 중 정규직·비정규직 남성만 정상출근
인하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명순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분회 분회장은 “온라인 수업이니 사람들은 학교가 텅 비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학교 시설물을 사용하는 학생과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분회장은 “정규직과 남성 비정규직들은 모두 정상출근을 하고 있다”며 “청소 할 곳은 그대로인데 여성 청소 노동자의 인원이 반으로 주니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져 너무 힘이 든다. 여성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온 것”이라고 호소했다.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협회장은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협회장은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이것도 억울하고 서러운데 더 서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정부에서 코로나 사태로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에게 3개월 동안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우리 가사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조차도 되지 못 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노동자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노동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조속히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이 21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기를 기원해본다”고 촉구했다.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는 언제든 해고될 상황이었다
이정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이브릿지 VIP라운지 캡틴 노동자는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를 원청에서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노동자는 “내가 일하던 VIP라운지에도 항상 일손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2명분의 인건비를 감축하라’는 롯데GRS의 요구가 내려왔다”며 “나와 동료들은 무급휴가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인원감축만은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단체 카톡방을 통한 해고 통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접고용은 예산절감과 해고에 유연한 고용방식으로 원청의 완충재로써 남용되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저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며 롯데GRS와 공항은 여전히 건재한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무상 돌봄 노동, 인식부터 변화해야
김지현 프리랜서 노동자는 “나는 그동안 한국사회가 아이 돌봄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해 온 현실이 이번 코로나 19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며 “또다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아이 돌봄 노동은 당연히 여성이, 아무런 대가없이 하는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기자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24 단체가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기자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퍼포머들이 몸에 여성의 다중적 역할을 보여주는 ‘비정규직’, ‘간접고용노동자’ 등의 팻말을 붙여놓고 감싸고 있던 베일을 벗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성별임금격차의 문제가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며 여성을 일터와 삶터 모두에서 성차별적으로 처우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7년에 제정한 날이다.  

5.18로 정한 이유는 2019년 8월 기준 남성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여전히 37.7%에 불과하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오늘인 5월 18일 이후부터 12월 말까지 여성비정규직은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것임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관련 여성노동자 상담창구를 열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연대하고 있다.
 
△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 (전국 공통) 1670-1611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02-336-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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