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 21대 초선의원을 만나다]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임오경 당선인
'우생순'의 실제모델... 결혼 출산 겪은 여성 대표로 사회와 체육계 중개자 역할
스포츠계 미투 근절 해결책 마련 위해 강력한 법 추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당선인은 "미성년자 미투 사건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에 답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당선인 ⓒ홍수형 기자

이제는 ‘정치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임오경 당선인(49)은 핸드볼 코트에서처럼 누군가 넘어지면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마음으로 정치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기간에 임했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임오경 당선인은 체력 하나는 자신했다. 그럼에도 힘에 붙였다. ‘스포츠인 출신’이 유명세로 정치에 나선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하루 3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해 결국 약을 지어먹고 링거 투혼을 할 정도로 이번 총선에 매진했다. 

“선거라는 과정을 겪어 보니 내가 그동안 접했던 분야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아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들으며 화가 나기도 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니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한 번은 유세를 나간다고 하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오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힘든 것은 ‘스포츠 했던 사람이 국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편견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속상함에 눈물 흘리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됐다. 운동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임 당선인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명시와 큰 연고는 없다. 그러나 광명시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도전하게 됐다. 자신의 철학인 ‘온고지신’(溫故知新)과 광명시 지역 특색에 연결점을 발견해 스포츠 문화 도시로의 개혁이 그것이다. 
“당에서의 전략적 지시였지만 지금의 나에게 광명시는 제2의 고향이다. 온고지신을 추구하는 내게는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함께 있다. 내 성향과 비슷하게 광명갑에도 구도시와 신도시가 있어 처음부터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도 많이 없어 아레나 돔구장 건립 등 인프라 확충에 대한 그림이 순조롭게 그려졌다. 또한 광명시가 베드타운이기 때문에 지역적 특색이 없다는 큰 특징이 있어 문화 체육 사업에 투자해 자족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개혁 목표가 생겼다”

임오경 당선인이 지난 4월 12일 이인영 원내대표와 광명시 선거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임오경 당선인이 지난 4월 12일 이인영 원내대표와 광명시 선거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1998년 결혼해 일본에서 선수 시절을 보내던 2000년, 임 당선인은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운동과 출산을 병행해야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수가 임신을 하면 은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임신을 하더라도 복귀할 수 있는 체계가 존재해 경력단절이 되지 않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임신 6개월까지 경기장에 나섰다. 출산 후에는 바로 다음 날부터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다들 저를 보면 ‘독종’, ‘악바리’라고 하는데 눈물도 많고 여린 성격이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일뿐이다. 임신 6개월임에도 코트에 나가 뛰었던 것과 출산 후 바로 복귀한 까닭은 일본에서는 1년 계약직이라도 임신을 하면 복귀할 수 있는 체계가 있었다. 그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함으로 뛴 것이다. 사실 너무 힘들어 극단적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시 생명을 얻은 뒤 딸아이와 함께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에 가 피폭으로 인해 장애를 얻은 사람들을 보며 삶에 대한 감사를 느꼈다. 그러면서 점차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강인하다’는 말을 자주 해줬던 것 같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스포츠계에 몸담을 때도 ‘작은 정치’를 해왔음을 깨닫았다고 한다.
“선수 시절에는 올림픽 금메달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선수로서 최고치를 올리면 지도자로서는 빛을 볼 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제가 그 징크스를 깬 케이스다. 스스로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할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노력한다. 그러면서 상대방도 저를 존중해 주게 되며 신뢰관계를 쌓게 되는 것 같다. 8남매로 10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살면서 우애와 배려를 배웠다. 운동을 할 때도 혼자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옆 친구를 도와주고 도움을 받았다. 감독으로 있었을 때도 선수마다 디테일하게 코치해 내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승리가 뒤따라왔던 것 같다. 제가 만난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작은 정치를 해왔다”

임 당선이 비유한 우생순은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2008년 개봉해 400만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다. 임 당선인은 배우 문소리가 연기한 한미숙 역의 실제모델이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당선인은 "미성년자 미투 사건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에 답했다. ⓒ홍수형 기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당선인 ⓒ홍수형 기자

임 당선인은 이제 진짜 정치로 뛰어들게 됐다. 
“인재영입에 대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전부터 계속적으로 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에는 정치보다는 현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거절해왔다. 스포츠계에 많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이제는 내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과 2018년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은 제가 체육계에 만들어온 공든 탑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이로 인해 체육계 예산 삭감·부 해체 등 타격을 받았다. 사회에서도 체육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얻는 것은 비인기 종목 등 어려운 상황 가운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의리로 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 한 몸은 그냥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스포츠인 출신으로서, 결혼과 출산을 겪은 여성으로서 사회와 체육계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육계 미투를 근절하는 해결책을 내고 싶다.
“결혼을 했고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도 경력단절에 대한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선수·엄마 출신으로서 사회와 체육계를 잇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다. 2018년 발생한 체육계 미투 사건으로 인해 사회에서 체육계를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중간자로서 해결하고 싶다.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흐지부지 해졌다. 개인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사후 대처가 아닌 어린아이일 때부터 성인지 교육도 시켜야 한다. 체육계 투명성도 높여 일명 ‘라커룸’이라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CCTV를 설치를 하고 면담과 같은 미팅은 증거가 남겨질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법으로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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