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 21대 초선의원을 만나다]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
안내견과 함께 피아노 연주하고 자연스럽게 장애인식 개선 활동
장애 예술·체육인, 여성 장애인, 접근성 향상 등 정책에 관심 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하고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하고 싶다”

피아노 연주를 앞두고 안내견과 함께 피아노 앞에 서 있는 김예지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피아노 연주를 앞두고 안내견과 함께 피아노 앞에 서 있는 김예지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미래한국당 인재영입 1호로 정치에 발을 들인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당선인(미래한국당)의 목소리는 곧고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그에게서 국민의 대리인 ‘국회의원’으로서 사명감이 느껴졌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그는 2018년부터 함께한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로 간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국민들을 대신해 일하는 자리다. 첫째도 둘째도 중요한 덕목은 소통이다. 국민들을 직접 만나고, 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동안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잘 닿지 않은 국회에서 장애들의 문턱을 낮추고, 야당 정치인으로서는 국민들이 준 엄중한 평가를 새겨 다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980년에 태어난 김 당선인은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으로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일반 전형으로 숙명여대에 입학해 피아노 전공 학사와 음악교육 전공 석사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에서는 피아노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숙명여대에서 실기 강사로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장애인식 개선 활동을 해왔다. ·

“단지 제안을 받아서 정치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장애인 인식 개선과 권익 활동에 참여하다보니 뒤에서 목소리를 내고 정치인들에게 ‘해주세요’라고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닌데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예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 예술·체육인과 장애 여성을 위한 입법

김 당선인은 장애 당사자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동안 투표하는 일조차 어려웠던 장애인들의 정치 문턱을 낮추고 싶고 이중고를 겪는 장애 예술·체육인과 장애 여성을 위한 입법도 하고 싶다. 그래서 21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정받기를 희망한다.

김 당선인이 마음에 두고 있는 1호 법안은 ‘장애 예술인 창작 활성화 지원법’이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로서 늘 안내견과 함께 피아노 연주를 공연하는 그는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크다.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국회에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특히 장애 당사자들이 예술이나 체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장애 예술인들은 기회 자체도 많이 주어지지 않고, 예술인 중에서 장애인 복지와 예술인 복지에 속하지 못해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데 이중고를 겪는다. 재능이 있어도 발휘하기 어렵고 생활고를 겪기도 한다. 장애를 가져도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역량을 키우고 또 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당선인은 체육에도 관심이 남다르다. 사이클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속도감을 느끼는 경험은 그에게 정말 소중한 즐거움이다. 그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사이클 선수로 출전했다가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도 도전했다.

“피아노 연주가 체력을 많이 요구하기도 해서 운동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 제가 출전한 종목은 ‘텐덤 바이크’라고 해서 앞에 비장애인 선수가 타고 뒤에 장애인 선수가 함께 타는 2인용 자전거 종목이다. 바퀴가 같이 돌아가야 하니까 호흡이 잘 맞아야 해서 체육관에 고정된 사이클을 타고 3~4개월 준비를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평소 활동하는 데 제한이 많지 않나. 바람을 가르고 속도감을 느끼는 감각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즐거움을 줬다.”

그는 생활체육을 하고 선수로도 출마하면서 장애 체육인을 지원하는 정책과 장애인 생활체육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비장애인 중심의 시설은 장애인의 입장을 막는 차별도 서슴지 않는다. 장애인의 건강과 프로 체육인으로서 길을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 생활체육 확대 정책은 중요하다.

“생활체육은 운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백세 시대인 만큼 장애인을 위한 생활체육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시설이 제한적이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호자 없이 출입을 금하는 차별을 하는 곳이 있다. 장애인 생활체육은 프로 선수를 양성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성차별과 여성 안전 등 여성 인권이 사회적으로 연일 대두되는 가운데 장애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김 당선인은 장애여성의 안전과 장애 종류에 따른 육아 지원 등 정책에 관심이 있다.

“장애여성은 이중적인 차별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장애여성을 위한 육아 지원 정책이 다르다.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육아 경험도 없지만 동료나 선후배가 육아에 참여하면서 겪는 고민들을 자주 듣는다. 어느 지역에 산다고 해서 다른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같은 육아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장애 유형마다 필요한 서비스가 다른데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 늘 가족과 연락이 닿는 것은 아니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예지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안내견 조이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예지 당선인. ⓒ김예지 당선인 제공.

안내견 조이 내 신체의 일부... 장애인식 개선 앞장서겠다

김 당선인은 국회에서 입법 활동, 의정 활동을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 설 예정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 참여 확대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사회 변화를 이루고 싶다.

“저에게 주어진 4년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다. ‘장애인의 반대말이 정상인’이라는 편견이 많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뿌리가 깊은데 그것을 4년만에 완전히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법이 무엇이 있고, 그 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떠나서 국회에서 입법기관으로 할 일 외에도 국민들의 삶을 위해 그러한 노력을 해야 한다.”

김 당선인이 바꿔야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회에서 시각장애 의원을 위해 점자 안내판과 의안정보 등 접근성 문제부터 살펴야 한다.

“국회 앞에는 들어가자마자 점자를 써놨는데, 그 것만으로 국회 안 지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다니고 있지만 점자 안내판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정확한지 봐야 한다. 또 여러 상임위 회의, 본회의, 투표 절차 등 접근성이 보장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장애인에게 장벽이 없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 제가 국회 들어가자마자 몸으로 부딪히며 할 일은 그것이 아닌가 싶다.”

김예지 당선인의 세 번째 안내견 조이. ⓒ김예지 당선인 제공.
김예지 당선인의 세 번째 안내견 조이. ⓒ김예지 당선인 제공.

김 당선인이 4살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안내견 조이와 함게 국회 출입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목됐을 때 그는 “조이의 국회 출입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라고 단호하게 목소리를 냈다. 국회는 안내견 출입이 과거 불허한 사례가 있던 상황에서 국회 출입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장애인복지법은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내견, 즉 장애인 보조견은 시각장애인에게 신체의 일부다. 장애인복지법 40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는 보조견 또는 장애인보조기구의 정당한 사용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이와 함께 국회에 출입하는 것은 국회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내가 결정할 일이다.”

조이는 그의 세 번째 안내견이다.

“시각장애인은 흰 지팡이 보행과 안내견 보행을 택한다. 저는 2000년부터 안내견과 함께 했다. 첫 번째 안내견은 창조, 두 번째 안내견은 찬미 그리고 조이는 저의 세 번째 안내견이다. 피아노 연주를 할 때도 대학에서 수업을 할 때도 안내견과 함께 했다. 제 신체의 일부이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문을 가지는 어른들과 달리 오히려 어린 학생들일수록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의문은 저를 통해 없어져야 한다.”

김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편견과 다름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주는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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