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남성 중심·비대칭적
표현 개선했다…새 언어예절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펴내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국립국어원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국립국어원

남편의 동생을 부를 때 ‘도련님’이나 ‘서방님’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 각자의 판단에 따라 이름을 불러도 된다는 내용의 국립국어원의 언어예절 안내서가 나왔다.

국립국어원은 2017년부터 진행한 실태조사와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언어예절 안내서인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안내서는 특정한 호칭이나 지칭어를 반드시 써야한다는 규범적인 틀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가족형태의 변화, 수평적 인간관계 추구 등 다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언어예절의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포함했다.

국립국어원은 “그간 언어예절의 지침서 역할을 해왔던 2011년 ‘표준 언어 예절’은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호칭·지칭어를 대체로 유지해 남성 중심적인 비대칭적 표현이 많았다”며 “저마다 처한 환경과 생각이 다름에도 획일적으로 호칭·지칭어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 언어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내서는 특히 남녀차별적이었던 호칭·지칭어를 개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립국어원은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형제·자매에게 사용했던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의 호칭을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하게 부르자고 권했다. 자녀가 있다면 그 관계에 기대 ‘OO(자녀 이름) 삼촌/고모’라고 불러도 되고, 친밀하다면 ‘OO씨’라고 부르거나 이름을 직접 부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버지 쪽에는 가까움을 뜻하는 ‘친(親)’을 쓰고, 어머니 쪽은 바깥을 뜻하는 ‘외(外)’를 붙여 구분하는 표현도 지역 이름을 붙여 구분 없이 표현할 수 있다.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대신 지역명을 붙여 ‘효자동 할머니’ ‘광주 할아버지’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가족 간 나이와 서열이 역전되는 경우 호칭이나 지칭 뒤에 ‘님’을 붙여 존중하는 방법도 있다. 나보다 서열은 낮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조카님’ ‘처제님’ ‘동서님’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전통적으로 결혼한 여성들이 본인의 부모 집을 가리켜 ‘친정’이라고 했지만, 결혼 여부와 남녀의 구분 없이 부모님 집을 ‘본가’라고 부르는 방식도 권했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안내서가 정답이나 규범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통적인 호칭·지칭어에 얽매어 우리 사회가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될 갈등과 혼란을 줄이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자료집은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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