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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 <노란 손수건>의 한 장면.

<노란 손수건> <당신 곁으로> 등 호주제 담아 안방속으로

아줌마들의 수다거리마냥 치부됐던 드라마들이 호주제 폐지에 발 벗고 나섰다. MBC, KBS, SBS TV 방송 3사 드라마들이 모두 민감한 호주제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가장 뜨겁게 호주제 폐지를 거론한 드라마는 KBS TV 일일 드라마 <노란 손수건>(박정란 극본)이다. 생활도자기 디자이너 윤자영(이태란)은 회사 사장과 바람난 첫사랑 이상민(천호진)과 헤어져 애를 낳았다. 남자가 반대한 애였다. 자기 호적에 올리고 윤지민으로 키웠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애를 자기 호적에 올리고 이지민이란 이름으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자영은 울고불고 절대 안 된다 그러지만 방법이 없다. 호주제 때문이다.

윤지민이던 애가 엄마 동의도 없이 이지민이 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인지 신고 때문이다. 친부인 남자 우선권이다. 그게 호주제다. 친부인 남자가 인지 신고를 하면 애는 자동으로 아버지 호적에 입적된다. 엄마가 반대해도 소용없다. 또 이상민의 아내 조민주(추상미)가 반대해도 소용없다. 자영이 결혼해, 아이를 남편 호적에 올려도 마찬가지다. 친부인 이상민이 소송 걸면 100% 이상민 승소다. 이야기는 현재 소송까지 나갔다.

드라마는 호주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지난 7월18일 방영분에서 자영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펄쩍 뛰는 동생 태영에게 씁쓸하게 말했다.

“음… 저쪽에서 내 자식이라고 소송을 하면 호적은 얼마든지 뺏어 갈 수 있대.(…) 그래서 호주제가 문제가 있는 거잖아.”

이 드라마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본다는 신옥순(58)씨는 드라마를 보다가 울화통이 터졌다며 호주제가 꼭 폐지돼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애를 지우랄 땐 언제고, 나중에 와서 자기애랍시고 우기며 호적에 올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 ‘인지 신고’인지 뭐라고 떠들던데, 요즘 호주제 폐지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다들 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호주제인지 뭔지 빨리 없어져야 한다. 노인정에서도 다들 웃긴다고 그러더라.”

SBS TV 아침 드라마 <당신 곁으로>(이홍구 극본)나 MBC TV 아침 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지현 극본)는 내용으론 한 술 더 뜬다. <당신 곁으로>는 남자 집안에서 아예 애까지 뺏어간 상태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애 엄마가 양육권 소송에서 졌다. 두 드라마 모두 여자는 애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다. 전 같으면 그저 신파로 치부됐을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됐다. 호주제 폐지 운동과 맞물리면서, 부계 혈통 우선, 친부 우선권인 호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떠올랐다.

그런데 호주제가 폐지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호주제 폐지 운동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건 1인1적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강정일 상담위원은 “개인별 호적제, 1인1적제로 바뀐다면 그런 문제는 없다. 단지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정도로 끝날 뿐이다”며 <노란 손수건>의 자영 같은 일은 없어질 거라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호적에 올린다고 친부에게 양육권마저 우선인 건 아니다. <노란 손수건>에서도 자영은 이점을 알고 있는 눈치다. 누구 아들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양육권은 없다. 아이를 데려갈 권리는 없다. 강정일 상담위원은 “아버지란 이유만으로 양육권이 주어지진 않는다. 법정도 아이 행복권을 따지면서, 양육권 분쟁시 100% 엄마에게 양육권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 엄마가 승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더구나 요즘은 ‘10대 미혼모 운운’과 달리 비혼모에 20, 30대 여성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강 상담위원은 “아이를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쑥스럽지만 당당히 낳고 키우려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쩔 수 없어서나 죄의식 때문이 아니라, 당당한 선택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는 여성이 많단 이야기다. 아이를 호적에 올려야 하는 한, 이들이 호주제 문제를 피해갈 길은 없어 보인다. 결국 호주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비혼이나 재혼 가정의 아이 호적 문제는 계속 불거질 예정이다.

이미경 의원 등 국회의원 52명이 지난 5월에 발의한 호주제 폐지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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