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몰린 모습. ⓒ뉴시스

8월부터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 파는 행위인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청약 시장에서 들끓었던 투기 수요를 잡고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8월부터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대부분의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수도권과 광역시의 비규제지역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은 2008년 전매제한 해제 이후 12년 만이다.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대상은 경기 가평과 여주, 이천, 안성 등 수도권 일부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전국 대도시 대부분 지자체의 민간 택지에서 건설, 공급하는 주택이다.

국토부는 구체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상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과 지방광역시의 도시지역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투기수요를 차단해 실수요자의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분양권 전매는 신규 주택에 관해 실제 물건이 아닌 권리 형태인 입주권을 명의 변경해 제3자에게 되파는 행위다. 현재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6개월 전매제한 기간을 적용받는다.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금지되고 있는데 이를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확대된다. 분양권 매매를 통해 거래가격과 집값을 올리는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분양권 전매가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국토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카드를 빼든 것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민간택지에서 20대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당첨자 4명 중 1명이 전매제한기간 종료 후 6개월 내 분양권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분양권 전매를 목적으로 청약하는 투기 수요가 유입돼 올해 분양단지 중 40% 이상은 청약경쟁률이 20대1이 넘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기존 주택의 규제가 강화되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 돈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된 지난 3월,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무려 5만8021명이 청약해 송도국제도시 분양 사상 최고인 평균 72.17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분양한 경기도 시흥시 ‘시흥 장현 영무예다음’은 평균 50.2대 1이라는 시흥시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도 1순위에서 53가구 모집에 무료 1만3351명이 몰려 평균 252대1 경쟁률을, 서울 양천구 신정동 2-2구역을 재개발하는 ‘호반써밋 목동’은 지난달 21일 1순위 청약에서 138가구 모집에 1만7671개의 통장이 몰려 평균 128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전국에서 분양권 전매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는 실정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전국 분양권 전매 거래량은 3만3147건으로 월평균 1만1049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 8403건보다 31.4%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기 수요를 차단해 실수요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공급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인기지역과 비규제 지역의 청약 과열이 계속될 것이란 측과 투기 세력을 막고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닉네임 ‘월천대사’로 엄마들 사이에서 학군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이번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가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독이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누구나 새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살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 등 인기가 좋은 지역에서 구매 제한으로 입주권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시행 앞두고 입지가 좋지 않는 지역으로 청약이 몰리고 인기 지역인 입주권 가격은 오히려 몸값이 높아져 실수요자들이 이번 대책으로 30대가 비교적 청약 가점이 높은 경기도 지역에서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시행 후 처음엔 안정화되겠지만 1~2년 지나면 (분양권 전매제한) 역효과로 집값이 훨씬 오를 것”이라며 “의정부까지 모두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지역으로 묶여 수원, 성남 등 입지 좋은 지역 가격은 더 올라가겠지만 투자 수요로 임대 수익을 얻어 돌아가는 동네가 있기 때문에 입지에 따라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초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분양권 전매로 인해 청약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상황에서 이번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청약시장이 과열된 원인이 분양권 전매로 비규제지역인 지방에서 청약 경쟁률이 100대1, 200대 1인 상황이라 규제가 필요하다”며 “그 아파트를 청약받아 사려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청약시장 과열이 유통가격인 집값을 올리는 원인이 돼 시장 안정화를 위한 목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근본적인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용산에 8000가구가 공급된다고 뉴스가 나와 가격이 올랐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주택률 공급률이 100%넘어 집이 모자라지 않다”며 “관건은 투기, 투자 수요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로 (주택량) 공급 부족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투기나 투자 수요들이 청약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실수요자들이 청약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전매 제한 강화 시점인 8월 이전 분양을 앞운 예정 단지 규모가 13만7698가구를 분양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까지 공급예정 물량 23만7730가구의 57.7%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8월 이전 규제를 피해 밀어내기 공급을 실시할 가능성과 막판 투기 수요가 시세 차익을 남기려고 극성을 부릴 수 있어 분양권을 구매할 때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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