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혐의 정준영·최종훈 2심서 감형
1심보다 정준영 1년, 최종훈 2년6개월 줄어
법원 제출용 반성문 대필업체 성행 중
4장에 5~6만원에 구입할 수 있어

실제 법원 반성문 대필업체로부터 받은 문자 화면 ⓒ여성신문
실제 법원 반성문 대필업체로부터 받은 문자 화면 ⓒ여성신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년과 5년을 각각 선고받았던 가수 정준영(31)씨와 최종훈(30)씨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이들의 감형에 반성문과 피해자와의 합의가 고려됐음이 알려져 법원의 양형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재판장 윤종구)는 정씨 등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정씨와 최씨에 ‘피해자와의 합의’, ‘진지한 반성’ 등을 들어 대폭 형을 감형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양형에 대해 “합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 자체는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한 점, 사실적인 측면에서의 본인 행위는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선고 전까지 4통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최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피고인 최종훈 등과의 합의는 항소심에서 일부 반영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번에 2년6개월로 감형됐다. 1심에 비해 정씨는 1년, 최씨는 2년6개월이 줄어든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선고기일 직전까지 총 9차례 반성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던 최종훈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문제는 재판부가 참고한 양형기준표에 나타나는 ‘진지한 반성’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토대로 고려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관이 양형에 참고하는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특별 양형 인자로 ‘처벌불원’을, 일반 양형 인자로 ‘진지한 반성’을 감경요소로 둔다. 피고인들은 ‘진지한 반성’을 입증하기 위한 요소로 반성문 제출과 꼼수 기부·사회봉사, 가족을 동원한 호소 등을 이어간다. 또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얻기 위해 합의를 종용하며 피해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왕왕 일어난다.

13일 현재 네이버에서 광고를 집행 중인 대필업체의 수는 28개다. 이중 상위권에 랭킹된 한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남자 형제가 특수준강간과 불법촬영으로 재판 중이라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만 물은 뒤 “양형기준에 반성 요소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어도 효과는 크다”고 밝혔다. 반성문 대필은 대체로 하루가 걸리며 A4 3~4장 분량에 6만원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가해자의 반성 여부 등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대법원이 제시하는 ‘양형 기준표’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법관들은 양형 기준표에 나타나는 감형 요소들을 참고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1~11월 선고된 137건의 성범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5%에 해당하는 48건에서 ‘반성 및 뉘우침’이 양형 요소로 등장했다. 상담소는 지난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성범죄 감경요소 적용과 판결문 양형이유 작성에서 ‘관행적’인 방식이 지속됐다”며 "형식적 기준을 넘어 진지한 반성이 확실히 드러날 때만 감경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