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 사용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당 논란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수요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며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면서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의연은 2017년부터 3년간 일반기부수입 22억1900여만원 중 약 41%인 9억1100여만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비’로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9%는 수요시위·기림사업·나비기금·장학사업 등에 썼다고 했다. 정의연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정의연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내역을 보면 연도별 일반기부수입 중 피해자 지원금이 2017년에 12억6700만원 중 8억6300만원(68%), 2018년 5억3800만원 중 2300만원(4.3%), 2019년 4억1300만원 중 2400만원(5.8%)으로 나온다. 2017년을 제외하면 연도별 피해지원금으로 쓴 돈은 10% 미만이다. 정의연은 “세상 어느 시민단체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이 공개하느냐”며 공개를 거부했다. 위안부 단체에 들어온 기부금의 용처가 떳떳하고 회계가 투명하다면 감출 이유가 없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윤 당선자의 ‘자녀 고액 유학자금 해명’을 놓고 의혹이 제기됐다. 윤 당선인은 남편이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으로 딸의 미국 유학비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계사 출신인 참여연대 전 공동집행위원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윤 당선인의 해명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윤 당선인은 2015년 12월 28일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대표만 알고 있었고, 피해자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은 “당시 (외교부 담당자가) 윤 대표와 위안부 합의 내용을 충분히 논의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보고 받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그 해 12월27일에 발표된 ‘TF 보고서’에서는 “협상 과정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 당선자와 정의연이 그동안 강조했던 ‘피해자 중심’의 위안부 문제 해결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 이번 논란의 본질에서 벗어난 ‘친일 프레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는 “정의기억연대와 저에 대한 공격은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며 “겁나지 않다.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개인의 삶을 뒤로 하고 정의 여성 평화 인권의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으로 알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자녀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 우호적 여론을 형성해 도와달라는 의도라면 잘못된 것이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이번 논란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들을 먼저 되돌아보고 무엇보다 기부금에 대해 상세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기부금 회계 투명성 논란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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