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 3.5명
OECD 평균 7.2명
현장 떠나버린 절반의 간호사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안돼

비가 내린 27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간호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쓴 보호장구의 흔적이다. ⓒ뉴시스.여성신문
비가 내린 27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간호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쓴 보호장구의 흔적이다. ⓒ뉴시스.여성신문

 

 

5월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이 제49회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세계보건기구 WHO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 간호사의 해’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간호사와 조산사가 ‘보편적 건강보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간호사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싸우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 지역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은 전국 병원에 간호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각 병원마다 간호사들을 파견했지만 동산병원에서의 간호인력난은 해소되질 못했다. 이제 갓 수습 교육을 마친 간호사들에 이어 2주 교육을 마친 신규 간호사들까지 들어와 전체 인력의 30%를 메웠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예정된 일”이란 반응이다.

우리나라의 간호사 인력은 세계적 평균에 턱없이 모자라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5.8%로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4.6%보다 높다. 그러나 인구 천명당 간호사의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 7.2명의 절반 수준이다.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중 절반인 50.2%만이 임상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68.2%보다 한참 낮아 전체의 최하위권에 속한다.

간호사 수의 부족은 결과적으로 OECD 평균 기준 다른 나라보다 4배 많은 업무량을 가져온다. 간호사들의 직무 중 어려움 인식도는 ‘과중한 업무량’, ‘육체적 정신적 소진’ 순이었다. 2017년 간호사인권침해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69.5%가 근로기준법 위법에 따른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모대학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김모(34)씨는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딱 찝어 말을 못 하겠다”며 “돌봐야 하는 환자는 너무 많은데 항상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하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어 체력이 떨어지고 그렇다보니 신경이 곤두선다. 하루종일 활활 타다가 퇴근한다. 이러니 오랜 시간 현장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최근 건강 문제로 동료 간호사가 관두며 제대로 쉬지 못한 지가 2주가 넘어 하혈로 고생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간호등급제’를 도입한 지 21년째가 됐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환자 대비 확보한 간호사의 수가 많은 병원에 입원료를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도 권고다 아니다. 간호등급제를 통해 받는 수익보다 더 많은 수의 간호사를 고용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다. 그래서 간호등급제는 현장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현장의 간호사들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노동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제주의료원 간호사 태아 산재’를 인정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태아 산재’ 사건은 2009년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사건이다. 공공병원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과로에 시달리며 유해한 약품을 다루다가 발생한 산업재해로 현재 해석된다. 근로복지공단과 제주의료원이 10년 넘게 책임을 회피해 대법원까지 사건이 갔다.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은 산업재해를 부른다. 

지역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유진화(33,가명)씨는 “누구도 간호사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3교대 근무와 감당할 수 없는 환자의 수에서 오는 가혹한 노동강도, 간호사를 향한 낮은 인식 모두 오롯이 간호사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유씨는 과거 환자의 성추행을 뿌리쳤다가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있다. 유씨는 “환자로부터 맞아 입안이 터졌지만 그 자리에서 스스로 처치하고 계속 일을 했다. 내가 힘들다고 자리를 뜨면 커버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환자의 폭행은 흔한 일이니 병원이 나서서 날 지켜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맞서는 의료진에 고마움을 전하기 4월 시작된 SNS 캠페인 ‘#덕분에챌린지’가 큰 호응을 얻었다. 11일 현재 인스타그램에만 1만6000여 개 올라왔다. 수어로 표현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메시지에 간호사와 의사, 의료진들도 함께 게시물을 올리며 화답했다. 인스타그램에 ‘#덕분에챌린지’를 올린 한 누리꾼은 “코로나와 싸우는 간호사님들의 이마에 패인 상처에 놀랐다. 항상 감사하고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본 간호사 유씨는 “아픈 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우리를 지켜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