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의 티타임] n번방 보도의 주역 ‘추적단 불꽃’을 만나다
[신지예의 티타임] n번방 보도의 주역 ‘추적단 불꽃’을 만나다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05.11 18:01
  • 수정 2020-06-1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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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n번방을 드러낸 두명의 익명 대학생
'이달의 기자상' 받은 추적단 불꽃
언론계에 디지털 성범죄 보도 준칙 지키라 당부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이 우리 시대 인물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여성신문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서 연재한다.
지치고 피곤할 때 마시는 한 잔의 차가 마음을 위로하는 것처럼, 읽는 이에게 따뜻하고 기분좋은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자를 꿈꾸던 2명의 대학생이 n번방을 세상에 드러냈다.
추적단불꽃 팀은 이름처럼 n번방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텔레그램 플랫폼에서 곰팡이처럼 퍼져있는 n번방에 직접 잠입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기사를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더럽고 어두운 성착취 범죄 현장을 한국 사회가 볼 수 있도록 환한 불빛을 들이댔다.

텔레그램은 폐쇄적인 운영방침을 고수하는 해외 플랫폼이라 경찰에서도 범죄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 본인이라고 할지라도 기록을 확인하기 힘들다. 누군가의 끈질긴 추적이 없었다면 대중은 n번방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추적단불꽃 유튜브 캡쳐

 

'이달의 기자상' 받은 추적단불꽃


최근 n번방 취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으셨어요.

-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고 관련 신청도 안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게 돼 놀랐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한국기자협회 특별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러웠어요. 범죄 현장을 샅샅이 기록하고 수사에 힘을 보탠 과거가 특별상을 받을 수 있던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7월부터 취재를 시작해 ‘기자란 무엇인가’ 매일 고찰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를 기사로만 소비할 것이냐, 경찰에 신고해 사건에 개입할 것이냐 기로에 놓이기도 했어요.

보통 기자는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에 충실하잖아요. 그러나 n번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피해를 당하는 피해자들을 보며 n번방 피해자들이 n차 피해를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어요. 기자이기 전에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것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작년 탐사보도 공모전을 통해 취재에 돌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추적단불꽃은 어떤 팀이며,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 저희는 같은 학교 선후배 2명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팀입니다. 평소에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죠.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제대로 공론화시키고 법의 사각지대를 피해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텔레그램 실태를 폭로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왓치맨(n번방 운영자, 38세 회사원)의 블로그를 통해 n번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취재를 해왔나요.

- 7월에 왓치맨의 구글 블로그를 발견하게 됐어요. 디지털 성착취가 발생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n번방 잠입 취재를 결정했습니다. 방에 잠입 후 파생방에 들어가는 링크를 얻었습니다. 파생방에서 n번방으로 잠입하려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요. 운영자가 원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n번방까지 잠입할 수 있었습니다.
n번방에 들어가니 그 실태는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기사 작성에 앞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경찰서에서도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고 지방청에 사건을 인계했습니다.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와 만나 기사에 필요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동안 채팅방을 채증한 내용을 경찰에 제공했습니다. 이후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가해 행위를 채증했고 이를 기사로 작성, 보도했습니다. 

 

 

일러스트 ⓒ 신윤지·여성신문

 

보도 이후 n번방 탈퇴자가 하루에 1000명에 달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n번방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반성의 기미가 보이는지?

-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조주빈이 잡힌 후 탈퇴자가 많아졌지만 현재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n번방 수사망이 좁혀지자 텔레그램 외 다른 여러 플랫폼으로 퍼져나간 상태입니다. 다만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기도 하고, 또 다른 유입이 있을 우려가 있어 어떤 플랫폼인지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인터넷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n번방 방지법’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n번방 방지법’의 통과 절차를 밟는 것은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만큼 시급한 사안이라는 것을 국회에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n번방이 전국민적 공분을 사자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 각층에서 어떤 대응을 해나가야 할까요? 

- 피해자분들께 응원이 되는 큰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니 앞으로 21대 국회가 그 움직임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최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이 이전 발표처럼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임시조직이 아니라 '디지털 범죄'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해도 좋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수사기관, 입법 및 사법기관이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잘 지시, 견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계에서는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보도 준칙과 윤리강령을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적단불꽃은 뉴스통신진흥회 2차 공모전에 대한민국 언론 2차 가해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에 언론의 2차가해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으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뉴스통신진흥회 : http://www.konac.or.kr/)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 2명, 언론을 향한 쓴소리

일러스트 ⓒ 신윤지·여성신문

추적단불꽃은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하지 않는다.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 2명이라는 사실만 공개되어 있다. 대신 블로그, 유투브,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추적기를 대중에게 공개한다.

최근에는 n번방 범죄 추적 뿐만 아니라 언론방송 등의 문제도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2차 가해라는 지적과 더불어 언론사들이 언론보도준칙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추적단불꽃은 지금까지 익명으로 취재를 해왔습니다. 

- 그들의 행태를 너무 잘 알기에, 익명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익명으로 취재를 진행하는 지금에도 가해자들의 인원이 셀 수 없이 많아 언제 신상이 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한겨레 김완 기자의 신상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 그 기자 분은 남자였으니 딥페이크의 피해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자를 비롯한 여성의 경우엔 합성과 딥페이크의 피해는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극히 일부의 피해일 것입니다.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이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기자를 꿈꾸시나요?

-저희는 이미 기자고 앞으로도 기자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언론사를 겪고도 기자를 아직 꿈 꾸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저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기자님들을 만나며 ‘정통 저널리즘’에 대해 들었습니다. 추적단불꽃이 한 일을 두고 기자님들께서 잘했다며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나 한번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나 트집을 하자면 사건에 개입하는 건 전통 기자의 역할이 아니다.”

정통저널리즘에 따르면, 기자란 사건을 보도하는 것에 그쳐야 할 뿐, 사건에 개입이 되면 저널리즘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겁니다.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면서 기자의 본분에 대해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작년 7월 우리가 텔레그램 n번방의 실태를 목격했을 때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기사로만 소비하는 것이 ‘기자 정신’이었을까’ 라는 것이었죠. 저희가 생각하는 언론인의 역할은 단순히 사건 전달자가 아닙니다. 누군가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도하는 데 충실한 것이 정통 언론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언론인으로서 기자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피해자에 곁에 서고 가해자를 감시하는 역할. 사건을 잘 알고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새로운 언론인의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왜 기자를 꿈꾸셨나요?

- 저희는 기자란 사건의 최전선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하며 사건 해결의 ‘첫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추적팀불꽃 두 명 모두 글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같고요. 서로 기자가 우리에게 참 알맞은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종종했습니다. 내가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를 통해 세상이 변해간다는 것, 참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추적팀불꽃으로 활동을 하며 내가 쓴 글로 인해서 세상이 바뀌어감을 느끼니 쾌감이 크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솔직히 말씀드리면 계속 고민 중입니다. 언론고시 준비를 해야할까, 어떻게 할까요. 아직은 미정입니다. 근시일의 계획으로는 현재 책을 쓰고 있습니다. n번 추적기와 추적팀 불꽃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될 것 같습니다. 8월 경 나올 예정입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과 미투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아직도 여성혐오가 들끓는다.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차별에 시달린다. 언제쯤 이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무기력하다 호소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묻자 추적단불꽃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성폭력과 성차별은 잘못된 거라고 끊임없이 발화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아야합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여도 꾸준히 소리 내고 기록하다보면 세상이 알아주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디지털 성범죄를 수년간 꾸준히 규탄해 온 대한민국 여성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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