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한시적으로 운영된 TF 종료되면
과거 수사방식으로 돌아갈 우려 높아
전담수사 부서 상설화 시급“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일명 ‘박사방’ 사건은 새로운 범죄형태이며 이를 전담해 수사할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검찰청은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검찰이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지난 8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검찰청 여성아동범죄 전담 검사 및 수사관 30여명,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활동가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 총괄팀장으로 ‘박사방’ 수사를 맡고 있는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 부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단독 사건이 아니라 사이버상에서 전세계적으로 여러 사람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조직범죄로 진화했다”며 “한시적으로 운영된 TF가 종료하면 과거의 수사방식으로 돌아갈 우려가 높으므로 전담수사 부서의 상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검찰은 처벌규정 신설에 따른 수사 대상 범죄가 확대돼 업무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조직범죄 수사, 범죄수익 환수, 피해자 지원 등 종합적인 수사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수사 인력을 모인 전담 본부를 중점 검찰청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부서를 만들려면 법무부와도 조직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대검도 보고는 받았지만 아직 TF의 의견 단계”라고 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의 여성 인력을 여성·아동 범죄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찰 조직 내에 여성 인력이 증가해야 하고 전문가 집단에 여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버수사팀·과학수사부는 여성이 드물거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이해, 여성청소년계·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정연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온라인 그루밍 법제화’, ‘잠입수사의 법적 근거 신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등을 21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하는 ‘그루밍’도 처벌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조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소속 신성연이 활동가는 검찰에 ‘성인지 관점’을 주문하며 검찰의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 처리 기준’을 비판했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대상이 되려면 폭행이나 협박 등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범죄가 결부돼야 한다는 기준으로는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연이 활동가는 “온라인 성착취의 많은 경우는 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되는데 어떤 폭행이나 협박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며 “적용 대상을 모든 성폭력과 성착취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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