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이 지급한 10억엔
‘윤미향만 혼자 사전에 알았다’는 이용수 할머니 주장
“30년 활동했지만 심장 조여오고 아파” SNS로 입장 밝혀
“이용수·김복동·김학순·강덕경 할머니들 몫까지 국회서 다 하겠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8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이 박근혜 정부에 지급한 10억엔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만 알고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도 다른 할머니들도 저도 함께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윤미향 당선인은 한 매체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전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이 박근혜 정부에 지급한 10억엔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보도 직후 곧바로 페이스북에 주장을 한 당사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밝히며 “소극적으로 제 생각과 마음을 전한다”고 글을 올렸다.

윤 당선인은 “‘피해자’라는 단어는 수많은 것을 내포하면서 역사가 담긴 표현이다”며 “피해자와 함께 하는 활동가들은 아무 말도, 최소한 자기 자신이 투신하고 있는 활동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변호조차도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래서 저는 후배 활동가들에게 ‘무조건 피해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라, 네가 잘못했다고 해라, 그러면 나중에 우리 스스로에게 다 보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할머니들도 알아줄 것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라며 힘겨운 부탁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게 대응하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도 저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제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는 글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대응을 해야 할 상대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윤 당선인은 1992년 수화기 너머로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 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라고 말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30여년을 함께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시위에서 제가 경과보고를 하고 나면 꼭 안아주며 최고라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에 다 큰 어른인, 아니 할머니가 되어가는 저는 그저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피해자의 칭찬은 제가 활동하는 보람을 갖게 해줬고, 피해자의 웃음은 저를, 제 자신은 던져버리고 일에 미치게 만든 에너지가 되어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그런 저였기에 조심스런 목소리로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후보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의 반응을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저는 ‘잘했다’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또 다른 제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그래, 그래, 그러자’고 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에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할머니의 지지는 제게 그런 의미였기 때문이다”며 “물론 지금은 ‘우리문제 다 해결하고 가라’라는 목소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로 박근혜정부가 받은 10억 엔에 대해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저와 다른 할머니들은 박근혜정부가 10억 엔을 받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당신만 몰랐다고 1월 28일 윤병세 장관 편지에 써 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기억을 꺼내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 발표 당일에 할머니 일찌감치 사무실로 오셔서 저, 연구자, 변호사님들과 함께 TV 틀어놓고 윤병세 장관 발표 보고 있었고 발표 끝나자마자 할머니와 같이 기자회견 해서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 그날 밤에 뉴스에 다 나갔다’고 말씀 드렸다”며 “그런데 우리 할머니 아니라고 하셔서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미향 당선인은 “피해자들과 함께 한 그동안의 제 경험에는 그럴 때는 그 상태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우리 이용수 할머니는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을, 정말로 그 누구보다도 주체적이고 용기 있고, 씩씩한 영웅으로, 인권운동가로 활동을 해 오셨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저는 이용수 할머니의 30여년, 김복동 할머니의 30여년, 김학순 할머니의 아쉬운 17년의 운동, 강덕경 할머니의 아쉬운 16년의 운동 등 수많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들, 그 세월의 몫까지 제 삶에 담아 21대 국회에서 ‘죽은 자들의 몫까지 함께 해내는 운동’을 만들어가려 한다”며 “그 길 밖에 제가 갈 길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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