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SNS에 올린 부모교육 콘텐츠
“엄마는 양육, 아빠는 사냥···
여남 뇌 다르게 진화” 주장
“시대착오적·성차별적” 비판 나와

교육부가 ‘여성과 남성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부모교육 콘텐츠를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사진=SNS 캡처
교육부가 ‘여성과 남성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부모교육 콘텐츠를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사진=SNS 캡처
교육부가 ‘여성과 남성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부모교육 콘텐츠를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사진=SNS 캡처

 

교육부가 부모 교육 콘텐츠라면서 ‘여자의 뇌는 양육에, 남자의 뇌는 사냥에 적합하게 진화했다’는 내용이 담긴 카드뉴스를 게재했다가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일자 삭제했다. 교육부는 이날 내놓은 다른 설명자료에서 “학생·교원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내부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4월30일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자의 뇌를 가진 아빠, 공감이 뭐길래 꼭 배워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올렸다. 교육부가 지난달부터 부모 교육을 위해 게시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한 자녀교육가이드’ 카드뉴스 3탄이었다.

이번 카드뉴스는 왜 아빠가 엄마에 비해 공감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카드뉴스는 “왜 아빠는 엄마에 비해 공감을 잘하지 못할까”라고 질문한 뒤, “체구가 작았던 인류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고 공동체 안에서 각자 역할을 나눠 수행하며 생존(종족 번식)을 위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는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양육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고, 아빠는 사냥과 낯선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자의 뇌는 양육을 위해 공감과 의사소통에 더 적합하게 진화”했고, “남자의 뇌는 효과적인 사냥을 위해 논리·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데 더 적합하게 진화”면서 “이 과정에서 남녀의 뇌가 점차 다르게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여성과 남성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부모교육 콘텐츠를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사진=SNS 캡처
교육부가 ‘여성과 남성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부모교육 콘텐츠를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사진=SNS 캡처

 

카드뉴스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공동체가 변화하면서 남녀로 양분된 양육 시스템의 ‘효율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아빠의 뇌는 여전히 공감 및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데, 이는 자녀와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아빠가 엄마 등으로부터 공감과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끝맺었다.

교육부 카드뉴스에 담긴 내용은 이른바 ‘진화심리학’이 성불평등에 정당성을 부여할 때 흔히 쓰이는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간의 심리를 진화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인 진화심리학은 ‘여성과 남성은 원래 이렇다’는 식의 근거 없는 성 고정관념을 과학적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성차별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드뉴스 공개 직후 SNS에서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이날 카드뉴스를 삭제했다. 교육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부모지원센터에서 EBS 프로듀서와 심리학과 교수 등 부모 교육 전문가를 섭외해 제작하는 콘텐츠”라며 “양성평등 전문가 조언을 받아서 수정·보완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지적하는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학생들이 인권·인간관계 등을 포함한 올바른 성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논란을 부른 ‘울산 초등교사 성희롱’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교원 대상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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