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남역 세대입니다③]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 '4B' 운동이 분다
[나는 강남역 세대입니다③]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 '4B' 운동이 분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5.01 02:01
  • 수정 2020-05-01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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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웹하드 카르텔 직후
온라인 토론장에서 제안 돼
남성 철저히 배제하고자는 움직임
여성연대 강화 노력해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교수는 4B 운동은 "여성은 남성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상징성을 타파하려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PIXABAY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교수는 4B 운동은 "여성은 남성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상징성을 타파하려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PIXABAY

 

4월 초, 4.15 총선을 앞두고 한 후보의 공약이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이승천(45)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발표한 공약 중 ‘4B 지양 방안’이 문제가 됐다. 이 후보는 여성 정책 중 하나로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을 뜻하는 4B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도록 국회의원으로서 입법을 통해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의미였다”며 4B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를 지지하는 ‘4B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는 자연스러워진 연애와 결혼을 거부하는 움직임과는 조금 궤적이 다르다. 이들의 4B 운동은 가부장제도를 타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우리 사회에서 연애와 결혼을 거부하는 움직임은 오래됐다. 2015년 취업시장 신조어로 주목 받은 ’3포세대‘도 그런 움직임의 한 모습이다. 사회·경제적 고통이 커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두고 처음 3포세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당시 경제학자 우석훈은 3포세대에 대해서 “아직 의욕이나 도전의식은 건재하지만,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4B 운동을 하는 이들의 태도는 다르다. 4B는 3포세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성과의 섹스까지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4B 운동은 2018년 언론을 통해 웹하드 업체와 디지털 성착취 영상 제작자, 디지털 장의사 간의 유착관계인 ’웹하드 카르텔‘이 처음 폭로된 때 처음 온라인 페미니즘 공간에 등장했다. 그 전까지는 ’비비탄(비혼, 비출산은 탄탄대로)‘로 불는 비혼·비출산 운동만 있었다.

비연애와 비섹스까지 더해진 것은 웹하드 카르텔 이후다. 웹하드 카르텔의 가장 큰 수익에 성관계 불법촬영 영상이 있고 이를 제작·유포·삭제해 수익을 얻는 업로더, 웹하드, 디지털 장의사 등을 완전히 뿌리뽑기 위해서는 비연애와 비섹스까지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입어서다. 현재는 웹하드 카르텔과는 관계 없이 이성애중심주의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도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순환고리를 부수기 위해서는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가 필요하다는 게 온라인 페미니즘 토론장에서의 분위기다.

4B 운동을 실천 중인 황아미(26)씨는 “가부장제도의 핵심은 한 남성에게 한 명의 노예 역할을 할 여성을 할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4B는 남성이 여성에게서 착취하는 모든 것을 빼앗는 데에 핵심이 있다. 여자와의 연애로 얻는 정서적 만족, 결혼을 통해 얻는 제대로 된 어른 남성이라는 타이틀, 아내의 출산으로 기분만 내며 얻은 자녀, 여성의 신체로 얻는 성적 쾌락까지다”라고 설명했다.

4B 운동이 퍼지며 논란도 있었다. 4B 운동과 탈코르셋이 여성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운동방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이를 모두 수행하지 않는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또 기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부장제도에 부역한다”라는 비난을 퍼붓는 일도 일어났다. 남성과의 연애와 섹스는 거부하지만 동성 여성과 연애와 섹스를 선택하는 상황은 긍정하기 때문에 “이성애중심주의에서 벗어난다고 하지만 여성을 대안으로 선택하려는 지점에서 가장 이성애중심적이고 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하영(27)씨는 4B 운동을 수행 중이지만 여성과 연애 중이다. 하영씨는 “원래 양성애자기 때문에 꼭 4B 운동을 위해 지금의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소개팅을 받을 때 남자는 안 받는다거나 사적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4B 운동이 여성을 남성의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연대를 강화하자는 것이지, 진짜로 모든 여자가 다 동성애자가 되어야 한다는 식은 아니다. 또 성애는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4B 운동을 하는 사람이 여자와 연인으로 살아간다면 4B 운동을 계기로 성 정체성을 새로 깨달은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4B 운동을 ‘여성은 기존의 가부장제도 안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명제를 뒤집고자 하는 여성중심의 운동으로 봤다. 과거 여성의 생존은 가부장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남성과의 연애-결혼-섹스-출산의 구도를 벗어나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지금도 혼전 임신과 이혼은 여성에게 더 강력한 낙인이며 결혼은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윤김 교수는 “해외, 특히 북미나 유럽권에서는 4B 운동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에도 4B 운동과 유사한 형태의 여성 연대를 중요시한 여성 운동은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해외 선진국들은 남성 없는 결혼과 출산, 섹스가 이미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대대적인 (이성)결혼제도의 거부 운동이 일어나는 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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