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속 부각되는 ‘재난 성차별’
코로나19 시대 속 부각되는 ‘재난 성차별’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5.01 13:22
  • 수정 2020-05-0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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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무는 시간 많아지면서
독박육아·경력단절 사례 증가
‘집안일은 여성의 것’ 사회 인식
재난 상황에서 더 크게 작용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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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독박육아·경력단절 등 일명 ‘재난 성차별’이 곳곳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육아를 함께 하는 엄마들이 성차별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워킹맘 g씨는 ‘육아와 함께 재택근무 중인 어머님들 계세요?’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는 기분이 든다”며 지난달 27일 글을 썼다. 이에 s씨는 “나도 일과 집 모두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라며 “남편은 출근 중인데 바꾸고 싶다”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g씨도 답글을 남기며 “우리 집 남편은 애들이 깨기 전에 아침부터 잽싸게 출근했다”며 “나도 내가 출근하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 오픈 채팅방 화면 중 일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 오픈 채팅방 화면 중 일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 오픈 채팅방 화면 중 일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 오픈 채팅방 화면 중 일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이라는 액션을 통해 해당 문제를 공론·가시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불평등을 겪거나 목격한 여성들은 민우회의 오픈채팅방을 통해 일상의 사례를 지난 4월 9일 공유했다. 이날 채팅방에는 30여명의 여성들이 모여 ‘무급휴직’, ‘사회적 거리두기’, ‘개학연기’라는 카테고리를 나누어 대화를 했다.

오픈채팅방에서 익명의 여성들은 독박 돌봄/가사·노동환경에 대해 “여성들의 일이 비가시적인 영역에 몰려있는 것이 맞다”, “아이들이 어려 집에서 돌봐야 하니 휴직·퇴사를 고민하는 여성들을 보면 ‘이제 복직·취직했는데 또 경력단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쉬게 돼도 집안일은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 있어서인지 집안일이 제대로 분담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개학연기에 대해서도 “격리 상황에서 가사 노동이 더 필요해지는데 그것이 여성에게 더 가중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한 단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성차별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단 활동가는 “전염병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사노동은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같은 주변 여성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를 도와주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액션을 통해 여성들의 차별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다”며 “이후 민우회는 카드뉴스 제작·배포와 토론회 개최를 통해 공론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 시장. 마쓰이 시장 트위터(gogoichiro) 캡처.
일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 시장. 마쓰이 시장 트위터(gogoichiro) 캡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속 여성을 향한 성차별이 발생했다. 일본 오사카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는 결정력이 부족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여성보다 남성들이 식료품을 사야한다는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비판이 일었다. 교도통신에 다르면 오사카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시장(56)은 지난 24일 기자들에게 “여자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이거 살까 저거 살까 망설이기 때문에 훨씬 더 오래 장을 본다”며 식료품을 사러갈 땐 남성들에게 이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물건을 바로 잡고 사서 떠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쇼핑을 해야 상호 접촉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가디언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있다. 단호하지 못한 남성도 있는가 하면 결단력 있는 여성도 있다’, ‘누구는 시간을 끌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나? 메뉴랑 가격을 고민하는 거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사회에는 아직도 여성이 전문 직업을 그만두고 육아와 가정 일에 우선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고학력 여성인구 비율이 높음에도 정치영역에서 격차가 심해 세계경제포럼(WEF) 2020 성불평등지수에서 153개국 중 121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 간쑤성의 한 간호사가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위챗 화면 중 일부.
중국 간쑤성의 한 간호사가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위챗 화면 중 일부.

중국에서도 성차별 논란이 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의 긍정적인 면을 주력해 보도하는 가운데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투입된 여성 의료진이 삭발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려 성차별 연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간쑤(甘肅)성 관영언론인 간쑤일보가 공개한 ‘여성 간호사 삭발’ 영상이 SNS에서 “여성 의료진이 선전 도구로 이용당했다”, “간호사들이 삭발을 강요당했다” 등의 반발을 받고 삭제됐다.

영상 공개 뒤 병원 측은 여성 의료진의 삭발이 자발적이었다고 밝혔지만 SNS를 중심으로 ‘여자 간호사들이 머리를 밀도록 강요당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특히 위챗에 게시된 ‘여성의 몸을 선전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는 조회 수 10만회를 기록하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긴 머리가 보호 장비 밖으로 노출돼 감염 위험이 커진다면 남자들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으면 됐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간호사들의 눈물이 대중을 감격하게 하는 데 이용됐다”, “삭발에 대해 ‘싫다’는 의사 표시는 묵살됐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는 맞벌이 부부 가운데 여성이 학교 개학 전까지 주로 아이를 돌볼 것을 요구해 비판이 쇄도했다. 지난시는 맞벌이 여성은 개학이 늦춰지는 동안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회사에 재택근무를 신청하라고 밝혔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은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각하는 성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여성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가부장제의 성 역할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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