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군‘위안부’들은 달러를 군표라고 불렀다”...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 통과에 부쳐
[기고] “미군‘위안부’들은 달러를 군표라고 불렀다”...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 통과에 부쳐
  •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0.04.30 08:42
  • 수정 2020-04-3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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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이 2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지촌 여성 지원에 과한 조례가 제정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이 2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지촌 여성 지원에 과한 조례가 제정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4월 29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는 지난 4월 22일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다. 이번 조례 통과는 주한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기지촌여성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인 1992년 ‘윤금이 사건’ 이후 미군기지 소재지 중 최초의 조례 제정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지원에 주로 초점을 맞춘 이번 조례안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 제대로 된 기지촌여성문제 정리, 즉 각종 공문서 발굴과 조사 및 연구를 통한 진상규명, 명예회복과 교육·홍보, 자료관 건립 등의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8년 이후 두레방, 햇살사회복지회 등 현장 단체들과 기지촌여성인권연대는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입법과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된 결실을 맺기 어려웠다. 주된 이유는 보수 진영 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남성들의 “돈 받고 한 자발적인 행위 아닌가?” “나라가 없었던 시기도 아닌데 일본군‘위안부’와 동일시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한미동맹을 깨려는 것인가?” 등의 발언과 편협한 시각이었다. 2018년에는 동아시아 최대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시에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려 했으나 상인번영회 등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이번 조례 제목이 애초 ‘미군 위안부’에서 ‘기지촌여성’으로 바뀌었고, 내용에서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지원위원회의 구체적인 임무가 삭제되기도 했다. 단언컨대 일본군‘위안부,’ 한국군‘위안부,’ 미군‘위안부’는 군사주의에 기반한 소위 ‘안보’라는 명분으로 여성을 성노예화하는 것을 가리키는 동일한 명칭이다.

1945년 9월 8일, 한반도 이남에 주둔한 이래 주한미군은 70여년 간 90여 개의 군사기지를 운영해 왔으며, 기지 주변에 형성된 기지촌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주한미군에 의해 살해, 공갈, 협박, 폭행 등에 시달려야 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들을 보호는커녕 ‘기지촌 정화대책’ 등을 수립해 피해 기지촌여성들을 핍박하고 이들의 몸을 동맹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피해여성 당사자들과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2012년부터 입법과 조례제정, 국가손해배상소송 등의 활동을 해 오고 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문제 진상규명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도 조례제정 과정에서도 상위 법, 즉 법률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음에 비춰 새로이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위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 여성들은 2014년부터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심과 2018년 2심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 즉 성매매 중간매개 및 방조,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 부분에 대한 책임과 국가가 기지촌을 운영·관리한 것 자체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 2년이 넘도록 대법원에서는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대법원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번 경기도 조례 통과는 우리 여성들에게 다시 시작하라는 채찍이다. 피해 당사자와 관련 단체들은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기지촌여성문제의 올바른 역사적 평가와 명예회복이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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