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10월 여성지 창간 경쟁 뜨거울 듯

오는 10월 한겨레신문사가 종합 여성지를 창간한다. 90년대 들어 세분화, 전문화되기 시작한 여성지 시장에 종합 월간지를 낸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 한겨레신문의 여성지 창간을 계기로 짚어 본 종합 여성지의 이모저모. 만드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만나보자.

여성 소비대상화 비판 불구 구독 꾸준히 이어져

여성 삶 애정있는 묘사 오히려 여성주의적 주장도

오는 10월 21일 한겨레신문사가 월간 종합 여성지를 창간한다. 제호는 공모 예정. 잡지 성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은 극비리에 진행 중이다. “한겨레가 왜 여성지를?”, “전문지 추세에 왜 종합지인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이다”, “한겨레의 노하우와 연결선상에 있지 않겠는가.”한겨레신문의 여성지 창간은 언론사 안팎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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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여성지를 만드는 이들은 여성들이 원하는 정보를 여성지만큼 다양하게 제공해 주는 매체는 없다고 강조한다. <사진·민원기 기자>

편집장을 맡게 된 미디어 사업부의 김미경(42) 부장은 “여성지 시장의 큰 흐름을 뒤집진 않되 한겨레의 문화 풍토를 반영할 것이다. 기존 여성지의 콘텐츠 수요에서 지나쳤던 부분들을 다룰 것이다”고 전한다. 기존 잡지들은 여성을 소비의 주체로 봤지만 생산의 주체로 접근할 것이며 기존의 종합 여성지가 가졌던 부정적인 면들은 피해갈 것이라 덧붙인다. 지나치게 광고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광고량도 30%로 제한했다. 독자 타깃은 30대 일하는 여성. 일과 가정을 컨트롤하는 직장 여성이 주 독자층이 될 예정이다.

한겨레신문이 만든 종합 여성지가 여성지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올지, 기존 잡지의 흐름에 섞여 버릴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중요한 사실 한 가지. 끊임없는 비판과 질타 속에서도 여자들은 여성지를 본다는 점이다.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종합 여성지가 남아 온 이유. 만드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만나보자.

교양지에서 대중문화 수용 매체로

1987년 언론자율화 방침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종합 여성지들. 상업주의, 선정성, 과대포장이란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여성 대중 매체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교양, 생활, 육아, 재테크, 건강에 이르기까지 주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들을 풀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종합 여성지만의 강점. 90년대 들어 나타난 해외 라이선스 전문지들 속에서 ‘많이 주고 전체적으로 다뤄준다’는 전략으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60년대 계몽 위주의 교양지적 색채를 띠었던 여성지가 대중 문화를 적극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장치로 탈바꿈한 것은 근대화 이후다. 80년대 여성지 트로이카 시대를 연 <여성중앙> <주부생활> <여성동아>에 이어 <우먼센스> <영레이디> <여성조선> <싸비> <레이디경향> 등이 흐름에 합류했다.

<여성동아>의 계수미(42) 차장은 “당시 여성지는 서가에 꽂아놓고 볼 만큼 교양지였다. 문인들의 에세이집이 별책 부록이었고, ‘여성동아대상’은 여류 문인을 배출하는 통로였다”고 전한다. 가계부 부록도 등장해 알뜰한 전업 주부들에게 인기를 끄는 품목이 되었다.

박정희 정권 직후 여성지 특종은 정치 이면의 비화, 폭로성 기사가 차지한다. 혼란스러웠던 정치,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 탓. <우먼센스>의 강경희(40) 차장은 “지금 표지를 장식하는 연예인 특종이 과거에는 여성지의 주된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지에 실리는 연예인 비중은 작았다. 점차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멀어지고 방송,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그 쪽으로 향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후 정계, 재계에서 연예인, 소외 계층까지 그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사는 모습이 여성지의 주된 화젯거리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90년대, 종합 여성지의 세분화가 이뤄져 생활, 인테리어, 육아, 뷰티, 요리, 패션 등 각종 전문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1994년 <쎄씨>의 창간을 시작으로 20대 전후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신디더퍼키> <유행통신> <에꼴> 등 스타일 매거진도 생겨났다. <엘르> <마리끌레르> <보그> 등 해외 라이선스지가 여성지 시장을 점유하면서 ‘명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모 잡지가 창간과 함께 가방 부록을 내놓으면서 각종 여성지들의 물건 부록 경쟁도 치열해졌다. 90년대 들어 폭증한 광고량은 정보량과 맞물려 종합 여성지를 ‘베개’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발등 다칠 만큼’ 두껍게 만들었다. 잡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불경기임에도 현재 여성 잡지들이 창간하는 이유는 광고 시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2년 전부터 5,800원으로 가격을 내려 ‘여성지 살빼기’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주부생활>은 무겁고 광고가 많은 여성지의 특성은 한국만의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잡지의 볼륨을 줄이고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건 부록은 일절 붙이지 않고 내용으로 승부한다는 전략. “부록 효과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몇 년째 물건 부록을 붙이다 보니 독자들도 식상해 한다.” <주부생활> 정혜자(43) 주간의 설명이다. 반면 정경희 차장은 “광고가 많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작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책값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일간지 광고 비율도 만만치 않다. 전면 광고, 1/2 광고 등 큰 차이 없다”고 말한다. 고가의 부록은 지양해야 한다는 부가 설명. 그러나 부록 때문에 똑같은 매체를 사는 경우는 없다며 독자들은 기사를 따라간다고 전한다.

여성지는 여자들의 욕구를 좇는다

90년대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 욕구가 늘어나면서 일하는 여성,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지면에 등장한다. 단순히 성공 스토리가 아닌 ‘굴곡진 인생사’ ‘감동 스토리’ 등 성공 이면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다뤄주면서 전업 주부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화제를 모았던 ‘서갑숙 성 체험 고백’ ‘이경실 폭행 사건’ 등을 여성지만큼 심층적으로 다룬 경우는 드물었는데, 선정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삶, 인간관계, 사적이라 치부되는 부분을 중요하게 다뤄준 것은 여성지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계수미 차장은 “일반 여성지는 대중 정서를 반영한다. 실생활과 관련해 여성의 삶을 더 잘 드러내고 포용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페미니즘적인 것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여성을 계몽하는 것보다 실제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더 감동적이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정경희 차장 역시 “여성지에는 결혼, 이혼, 출산, 생로병사 등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가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보면 살림, 교육, 건강 정보 등 스크랩할 만한 정보들이 꽤 많다”고 강조한다. <레이디 경향>의 박연정(28) 기자는 “섹스 관련 기사의 경우, 여성들은 포르노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텍스트화 된 것이 더 편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지의 편집국에 접수되는 독자 엽서에는 ‘전월호에 실린 생활 기사가 좋았다’는 반응과 ‘카피보고 읽었는데 실망이었다’는 반응이 교차한다. 모 여성지의 기자는 “표지 카피는 여성지의 숙명이다. 특종이라 분류되는 가십이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기사를 쓰고 싶지만 업계 내의 평판이 특종에 좌우되다 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독자들이 불륜, 이혼 등에 관심을 갖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겨레 여성지의 김미경 편집장은 여성 종합지가 연예 종합지로 가는 것은 문제지만 여성지 자체를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성 종합지는 여자들을 둘러싼 남편, 시부모 등 관계와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뤄주었잖아요. 관계에 대한 콘텐츠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재가공,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요.” 앞으로도 여성들은 인간관계와 그에 대한 노하우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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