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⑥ 생명과 나눔 배우는 아파트 텃밭
[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⑥ 생명과 나눔 배우는 아파트 텃밭
  •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 승인 2020.05.03 11:07
  • 수정 2020-05-03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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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은 우리집 아이들의 놀이동산이다
텃밭은 우리집 아이들의 놀이동산이다

 

진달래, 목련, 개나리… 봄꽃이 피는 걸 보니 새 생명 기운이 느껴진다. 아파트 도시농업공동체 텃밭도 분주하다. 각자의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텃밭에는 새로 회원을 모집하고, 퇴비를 뿌리고 호미질로 땅을 다듬어 새로운 생명체를 뿌릴 준비를 한다.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외출하여 텃밭에 오니, 마음 한 곁의 차가운 눈이 녹아내리고 봄꽃이 피는 것이 느껴진다. 공동체 텃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우리 가족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며 흙 냄새를 맡고 있자니 ‘올 한 해 잘 해보자’라는 다짐이 절로 생긴다.

텃밭에 모여 이웃분께서 마련해주신 한끼 식사를 함께 하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송은아
텃밭에 모여 이웃분께서 마련해주신 한끼 식사를 함께 하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송은아

그 어떤 향료보다 그윽하고 편안함을 주는 이 흙냄새는 지난 해 봄에 텃밭을 조성하게 된 덕에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어린이 놀이터였던 텃밭은 너무 외진 비탈길에 조성되어 있다 보니 이용하는 아이들 없이 6년 넘게 방치되고 있었다. 자연스레 무단 점유자가 마치 개인 소유 땅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출입하기 어렵게 입구에 나무를 쌓아 막아 놓는가 하면 쓰레기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관할 구청의 지원을 통해 무단점유자 퇴거조치를 하고 당초 어린이 놀이터에서 텃밭으로 용도변경을 하고 적지 않은 노력이었다. 3년이라는 작지 않은 시간이 걸려서 입주민들이 함께 농작물을 경작하는 공동텃밭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아파트 공동체 텃밭을 처음 본 순간부터 엄청 신나했다. 텃밭에서의 일은 쓰레기 줍기, 돌멩이 고르기, 호미질, 물질, 잡초 뽑기 등 모든 것을 놀이처럼 느끼는 듯했다. 또 텃밭 개장식을 준비하면서부터 텃밭공동체의 다른 가족들과도 잘 어울렸다. 새롭게 알게 된 또래 친구들은 물론 어른들과 어울리는 것도 너무 즐거워하고, 점점 친구가 되어 갔다. 아마 텃밭에서는 그 어른들도 일상의 고단함도 잊어버리기에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철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받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일테다. 우리 아이들은 텃밭 놀이에 어른들의 사랑이 더해주니, 아이들에게 텃밭은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고 오는 곳이다.

아이들은 식물의 생명력을 본받고 있다. ©송은아
아이들은 식물의 생명력을 본받고 있다. ©송은아

 

아이들은 뿌려놓은 씨와 모종의 안부가 궁금해 집에서 비교적 멀리 있는 텃밭까지 자주 가기도 했지만, 처음 농사를 시작한 메마른 땅이라 자주 물을 주어야 했다. 사막 같은 땅은 이웃과 더 빈번히 마주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텃밭에서 처음으로 공동 작업할 때 함께 모여 일을 하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텃밭 한 켠에 만들어 둔 정자에서 어른들이 나누어주시는 제철 간식을 먹다 보니 아이들은 마트표 간식에서 멀어져갔다. 텃밭에서의 친구들은 맛있거나 좋은 것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되어갔다.

즐거운 이웃들의 발걸음을 듣고 자라는 식물들은 흙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와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초보 꼬마 농부들은 가지, 풋고추, 상추, 무, 배추 등을 수확하면서 즐거워하고 놀라워했다. 우리 아이들은 수확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반찬을 그려보며 저녁 시간을 기다렸다. 밭에서 자기 손으로 키운 채소를 먹는 아이들에게 편식은 있을 수 없었다. 직접 기른 채소의 맛은 그동안 사 먹어왔던 채소의 맛과 많이 달랐다. 채소들의 진정한 본래의 맛을 느끼며 감탄한 적이 많다. 시중에 팔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특히, 수확 전 연한 들깨의 줄기와 깨를 튀기는 깨송이튀김, 토마토가 붉게 되기 전 단단한 초록과육일 때만 담을 수 있는 초록 토마토 물김치와 같은 별미는 채소를 가꾸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이였다.

벌써 부터 아이들은 텃밭에서 나온 채소들이 풍성해지는 계절에 아파트 이곳 저곳에서 나누었던 작년 채소나눔 이야기를 기대한다. 이 봄이 끝날 무렵엔 코로나도 끝나고 작년처럼 우리집 아이들도 이웃 텃밭 주인들도 1층 엘리베이터 근처에 수확한 채소를 나눔박스에 쌓아둘 것이다. 필요하신 분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는 글과 함께, 올해도 아마 아이들은 엘리베이터를 일부러 타고 내려가서 나눔 박스에서 채소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할 것이다. 

엘리베이터 나눔은 아이들을 설레게 했다. ©송은아
엘리베이터 나눔은 아이들을 설레게 했다. ©송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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