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초등학생 아이들의 성관계 실태가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의 청소년 성문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24% 정도가 성관계를 경험했고 성관계를 경험한 17.3%의 초중고 학생 가운데 10%가 초등학생 때 이미 첫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성센터 홈페이지 ‘초딩 게시판’에서는 남자 친구 등과 성 경험을 하고 임신을 걱정하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의 질문과 또래 아이들의 답변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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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도 이제 성지식 교육이 아닌 성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느낌교육이 필요하다. 아하성문화센터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성교육 ‘자궁 체험방’.

게다가 아우성센터 구성애 소장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으로 초등학생 남매 간 성관계 상담이 늘고 있다고 밝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음란물 모방 놀이가 성폭력 불러

서울 대방동에 사는 조경숙(대방동·35)씨는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한 성교육단체의 모형 태아 전시를 관람했다. 얼마 전 TV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도 성관계를 갖고 있으며 아이들의 첫 성관계 시기가 빠르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탓이다.

조씨는 임신한 여성의 자궁 모형에서 8개월 된 태아를 꺼내 딸의 가슴에 안겨줬다. 쌍둥이 태아가 머리와 다리 방향을 반대로 사이좋게 자궁의 공간을 나눠 쓰는 모습을 보며 함께 신기해했다. 조씨는 “아이가 생명이 소중한 걸 느끼고 또 성이 소중한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회장 신기남)의 청소년 성문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24% 정도가 성관계를 경험했고 성관계를 경험한 17.3%의 초·중·고 학생 가운데 10%가 초등학생 때 이미 첫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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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전국 초등학생 283명 대상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설문을 진행한 신규태 상임이사는 “학교에서 설문을 진행해 학생들이 솔직하게 답하지 않았을 수 있고 비행 청소년의 결과는 통계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실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우성센터 구성애 소장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으로 초등학생 남매간 성관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한편 통계에서 단순히 ‘성관계’로 나타난 사례들이 실제는 성폭행일 가능성이 커 시각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조심스러운 내용으로 위험한 통계”라고 지적했다.

초등 성, 일본은 3년 전 이미 심각

“보통은 그 시기 몸의 변화, 예를 들어 털이 났다거나 가슴이 커졌다 등을 상담하죠. 그런데 작년부터 홈페이지 비밀상담에 남매끼리 음란물 모방 놀이를 했다는 내용이 부쩍 늘었어요.”

아우성몸사랑센터의 구성애 소장은 음란물 스팸 메일이 급증하면서 일부 초등학생들의 성 상담 수위가 심각해졌다고 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오빠와 여동생이 음란물 놀이를 한 후 여자 아이가 성기에 염증이 나고 아프다며 상담을 해온다는 것.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면 둘만 알고 있자고 공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우성 홈페이지의 ‘초딩 게시판’에서는 남자 친구 등과 성 경험을 하고 임신 등을 걱정하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의 질문과 또래 아이들의 답변도 끊이질 않는다.

“제가 사귀고 있는 남친 집에 알림장 점 물어보러 갔거든여? 그런데 혼자 있더라구여. 엄마는 외갓집에 가서 늦게 온대여. 그래서 같이 놀고 있는데, 그 애가 숨바꼭질 하제여. 유치했었지만 남친이라서 같이 햇져. 침대 속에 숨어 있는데 남친이 절 찾은 거얘여. 그런데 비켜주어야 하는데 안 비켜 주는 거에여…정말로 그 아이를 좋아해서 가만히 있었져. 기분이 좋더라구여. 그런데 제거에다 자기꺼까지 집어넣은 거예여…할튼 그렇게 날 괴롭혀 놓고 다음에 더하자 이러는 거예여. 좀 꺼림칙하지만 싫지도 않아여. 이게 정말로 성폭행일까여? 답 부탁드립니다.”

또래들은 “아무리 남자친구라 해도 거부를 해야 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도 너무 심하고 빠른 거 아닌가요” “남친과 헤어지는 게 좋겠어요. 설마 그 나이에 애기 엄마 아빠가 되고 싶진 않겠죠?” 등 답변을 올려주었다.

이외에도 남자친구가 가슴을 만진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등 중·고등학생이 돼서나 고민할 법한 초등학생들의 솔직한 성 이야기가 가득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아 아이들의 성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시기의 성관계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 초등학생 가운데 21%가 사랑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고 심지어 6.01%는 사랑 없이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성관계를 허용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서도 절대 안 된다는 응답이 25%인 것에 반해 석 달 후 정도면 괜찮다는 응답이 54.42%로 높게 나타났다. 만난 당일도 가능하다는 초등학생이 8.13%에 달해 충격을 준다.

구성애 소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성 실태 통계는 충격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3년 전 일본 고베 아시아성학회에서 일본의 초등학교 5,6학년 성경험 실태가 15%라는 일본 관계자의 발표를 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음란물이나 로맨스 만화가 앞서 있다. 일본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데 보통 2~3년, 꼭 그만큼의 시간 후 우리나라도 초등학생 성관계 실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양대학교 소아정신과 안동현 박사는 “아이들의 섹슈얼 플레이는 숨겨져 있었던 부분 중 하나”라며 “경우에 따라 남매간 성관계가 숨겨져 있어 심각하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성 음란물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우리 주변에 일상화 돼 있다”며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감독이 부족하고 취약한 환경의 아이들이 성 음란물을 접하면 일탈할 수 있는 위험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드러나느냐, 드러나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초등학생 사이 성 현상을 ‘성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슴을 놀리거나 치마를 들추는 행위 등이 성폭력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초등학생의 성문제를 “단순히 ‘놀이’로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최근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한 아이가 자위를 하는 일이 있었다”며 “중학생이 되어서도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행위를 해도 되는지 어떤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성 초딩 게시판에는 ‘손이 묶이고 강제로 옷을 벗기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성폭력이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성폭력이 무엇인지, 성관계가 무엇인지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춘 올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구성애 소장은 “성교육은 생식기 모양 등 성지식 교육이 아니라 심성교육이 깔려야 한다”며 “음란물이 아이들에게 성의 모든 것으로 자리 잡기 전에 ‘느낌교육’으로 성은 밝은 것, 좋은 장면으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초등학생 성폭력 양상에 대해 “문화적 이유로 아이들이 뜻도 모르고 한 일의 책임은 사회에 있다”며 “연령을 막론하고 아이들에게 가해자 개념을 사용하는데 문제 아이는 어른들의 애정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문제를 어른의 성관계, 성폭력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초등학생들의 성적 접촉이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는 섬세한 기준과 대책이 요구된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구성애가 말하는 음란물 예방 성교육

일단 첫 애가 4~5학년이 되면 80~90%가 말 안하고 음란물을 즐길 수 있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아도 음란물 스팸 메일이 쏟아지고 심지어 창을 닫을 수 없는 메일도 있다. 부모들은 2~3학년 때부터 음란물 예방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아이에게 “해보고 싶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쁜 것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음란 메일을 받았을 때 나쁜 것이니까 같이 신고하자”고 이야기 해 두자. 아이들이 음란물 스팸 메일을 받았을 때 감추지 않고 기쁘게 말한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극복하는 주체가 돼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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