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이 공개한 스토킹 남성의 체포 현장. 페이스북 영상 캡처.
여성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이 공개한 스토킹 남성의 체포 현장. 페이스북 영상 캡처.

여성 프로바둑기사를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6일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40대 후반 남성 A씨를 협박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5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 24일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조씨 집 앞에 찾아가 고성을 질러 현행범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약 1년 스토킹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씨는 A씨를 고소했는데, 바둑교습소에 나타나 협박하고 ‘조씨가 나와 결혼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언급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씨는 지난 2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그간 말도 못하게 두통이 있었다. 오늘 밤 법원이 영장 발부한 것을 보고 갑자기 두통이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말도 못하게 무서웠다. 스토커는 작년 4월부터 바둑 아카데미의 계단을 뛰어서 올라와 2층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털썩 앉아 다리를 꼬았고 항상 대취해 있었으며 자발적으로 걸어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 다시 태어났으니까 이제는 모든 분의 도움과 은혜를 조금씩 갚으며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일선에서 뛰어주신 언론, 경찰, 검판께도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또한 “가해자가 지난 1년간 제게 끼친 피해는 결코 합의할 수 없는 수준이다(혹시 제게 합의를 바라실까 봐 미리 말씀드린다)”라며 “가해자가 엄벌을 받는다 해도 저의 어린 학생들은 이 사건을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글을 썼다.

이어 “(동대문경찰서) 경찰분들도 계속 저의 신변 보호를 해주실 예정이오니 이제는 제가 여자바둑리그를 준비하며 삶의 다음 페이지를 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23일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본인 피해를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1년 전부터 나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며 “교습소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썼다. 그는 이어 “지난 7~9일 연속으로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 협박, 모욕해 형사고발했다”며 “지난 22일에는 밤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지만 결국 통고 조치는 벌금 5만 원이었다”며 “사실상 훈방 조치했다. 그래서 오늘인 23일도 사업장에 나타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며 지적했다.

경찰은 장기간 범행이 이뤄진 점 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면서 사건 경위와 동기 등을 파악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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