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이팅! 하고 응원하고 있지는 않니? 우리 조카는 매일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던데. 노는 김에 실컷 놀렴. 이런 전염병은 100년에 한 번 꼴로 돈다고 하던데, 10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할 기회를 놓치지 말렴.

학교 밖에 모르던 친구들아. 학교 안 가니까 기분이 이상하지? 왠지 불안하고. 하지만 학교 1년 안 간다고 갑자기 바보 되고, 1년 더 다녔다고 더 똑똑해지는 건 아니란다. 초등학교 때 한 친구가 숙제를 다 못했다고 밤 늦게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었어. 세상이 무너질 듯 펑펑 울더구나. 원래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하는 말 밖에 안 들리거든. 너희들은 학교 안 가도 큰일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내 친구보다 더 똑똑해질 거야.

학교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공부 못 한다고 불평하던 친구들아. 그런데 막상 학교를 안 가니까 자꾸만 놀게 되지? 원래 그래. 공부란 게 쉬운 게 아니야.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할 수 없지. 이번 기회에 이것저것 해 보고, 억지로 하지 않아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렴.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던 친구들아. 허무한 느낌이 들지? 맞아. 모두를 한 교실에 가둬 두니까 너희도 괴롭힐 수 있었던 거야. 설마 학교 밖에서도 쫓아다니며 괴롭힐 생각은 아니겠지? 만약 그랬다가는 재판을 받을 수도 있어. 학교는 원래 학교 밖 규칙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거든. 그래서 너희들이 친구들을 괴롭히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거야. 너희들이 우습게 여기던 친구들도 결국 학교 안에 있을 때만 우스운 것이란다. 

온라인으로 개학한 4월 20일 오전 텅 빈 1학년 교실 책상마다 한송이 꽃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온라인으로 개학한 4월 20일 오전 텅 빈 1학년 교실 책상마다 한송이 꽃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괴롭힘 당하던 친구들아. 좀 살 것 같지? 그래. 너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옆에 가지 않아도 돼.

공부하기도 바쁜데 그런 데까지 신경 쓸 여유 없잖아. 이번 기회에 학교 안 가고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그리고 그렇게 공부해도 좋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해. 들어주는 어른들이 꼭 있을 거야.

온라인 게임하면서 노는 친구들아. 얼굴을 맞대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겠지? 이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친구는 다르게 알아듣고 그러지? 얼굴이 안 보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인터넷할 때는 조심히 말할 수밖에 없어. 친구가 오해하지 않도록 조금 귀찮지만 평소보다 더 길게 말해 보렴.

선생님한테 매맞던 친구들아. 온라인 수업을 하니까 선생님이 작아 보이지? 아니,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는 선생님과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선생님이 분명하게 갈리지? 앞으로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선생님’들은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거야.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도 또 매질을 당한다면 잘 생각해 보렴. 맞아가면서까지 그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서 놀란 친구들아. 무서워하지 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 시간이 지나 부모님도 다시 일을 시작하면 괜찮아질거야.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래. 마음이 답답하면 조금 날카로워져. 다만 너무 무서우면 울어도 돼.

어른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요즘은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어른이 됐을 때는 아마 세계 사람들 모두 코로나를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때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지금부터 이야기거리를 생각해 놓으면 어떨까.

*필자 나일등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 등이 있다.
*필자 나일등 :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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