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 '실험 동물의 날'
한해 370만 마리 이용돼

'비건(Vegan)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세계실험동물의날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비건(Vegan)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세계실험동물의날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4월24일 ‘실험 동물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대병원에서 동물실험을 위해 강제로 귀가 망가진 채 방치되다가 마취도 없이 죽음을 맞은 고양이 6마리의 사정이 폭로됐다. 고양이들은 실험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공적 감시체계에도 걸리지 않았다. 

‘실험 동물의 날’은 1979년 영국 동물실험반대협회(National Anti-vivisection Society)가 제정했다. 협회는 일부 연구 단체와 동물단체가 비윤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무분별한 동물 실험을 자행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동물실험이 활용되는 분야는 신약·백신개발부터 일상에 쓰이는 각종 화학용품 개발에까지 이른다. 오세옥 부산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실험동물시설은 362개이며 약 370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됐다. 

화장품 수출하려면 동물실험 필수불가결?

동물단체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이 1.16%에 불과하며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 임상 실험에 나타날 확률은 약 5~10%에 불과하므로 동물실험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195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탈리도마이드는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콘테르간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한 임산부 입덧 방지용 약이다. 개, 고양이, 쥐, 닭 등 동물실험에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 태아의 혈관 성장이 방해돼 기형아가 수만명 태어났다.

신약 개발 등에 종사 중인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신체에서 세포 계통 분석을 위해서는 동물을 통한 이론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 산업의 경우 일부 상품에 대해 동물실험이 의무화가 필수적인 법조항으로 작용 중이기 때문에 연구자 개인이 불필요하다고 판단이 되어도 수행해야 한다. 국내 모 화장품 회사에 근무 중인 A씨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동물실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중국 내 수출 라인의 경우 동물실험을 하고, 국내 라인은 실험을 안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화장품 안전성 평가를 위해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입화장품에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의무화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2018년부터 발표는 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4번 출구 앞에서 세계실험동물의날 '비건(Vegan)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4번 출구 앞에서 세계실험동물의날 '비건(Vegan)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동물실험의 3R 원칙이라도 지켜야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동물실험의 전면 폐지가 어렵기 때문에 ‘3R 원칙’이 제안됐다. 3R 원칙은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의 대체(Replacement), 사용 동물의 수 축소(Reduction), 그리고 불가피하게 동물실험 진행시 고통의 완화(Refinement) 최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으로 발간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표준운영규정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하고자 할 때는 계획 단계에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승인 후 해야 한다. 또 1년 단위로 계획서를 재승인 받아야 하며 윤리위원회는 실험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23일 언론을 통해 폭로된 서울대병원 동물 실험실의 정황에 윤리위원회의 감시체계는 작용하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들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부족한 수와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2008년 도입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기관마다 1개 의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기관 전체를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1개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한 해 평균 1500건의 실험 계획서를 처리하고 있다. 또 4명~20명 수준의 위원회 위원들로써는 전분야를 아울러 이루어지는 고난도 동물실험과 연구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또 현행 실험동물법은 교육-연구기관을 예외조항으로 두고 제재를 가하지 않는데, 2018년 기준 전국 362개 실험동물시설 중 116개 시설이 대학에 있고, 110만 마리가 이곳에서 이용됐다.

해외의 경우 수의사의 배치가 의무화 되어 있다. 미국은 각 동물실험 시설에서 수의사를 정식고용하며 수의학적 관리 계획과 수의사의 정기적인 방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은 실험동물과 관련된 모든 단계들, 즉 생산자-공급자-연구자 모두에 실험동물의학 전문 수의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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