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했고, 미래통합당은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253석 중 163석(64.4%),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47석 중 17석(36.2%) 등 총 180석(60.0%)을 차지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121석 중 103석(85.1%), 호남권 28석 중 27석(96.4%), 충청 28석 중 20석(71.4%)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때보다 52석을 더 많이 얻었고, 1987년 민주화이후 전국 규모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최초의 정당이 됐다. 반면, 통합당(84석)과 미래 한국당(19석)은 겨우 103석(34.3%)을 얻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은 ‘진보의 대축제, 보수의 슬픈 장례식’과도 같았다.

왜 보수 통합당은 참패했을까?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수많은 한국 선거에서 입증된 ‘선거의 법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우선,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유권자는 통상 정부의 성과, 특히 경제 업적을 보고 회고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낀 유권자는 심판보다는 미래를 보고 안정을 위해 전망적으로 투표한 것 같다.

이렇게 선거의 흐름이 뒤바뀐 것은 선거 전부터 나타났다. 선거 일주인 전인 4월 둘째 주(7~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 평가가 57%인 반면, 부정 평가는 35%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감염병 세계유행) 단계에 이르자 세계 각국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방역 모범 국가’로 평가 받으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안정론(51%)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견제론(40%) 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준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중앙선관위원회가 총선 직전에 실시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4월4~5일)에서 후보를 선택하는데 고려하는 사항으로 ‘소속 정당’이 31.1%로 가장 높았다. 4넌 전과 비교해 12.2%p 높았다. 4년 전엔 인물 요소가 33.3%로 가장 높았지만 이번에 25.2%로 하락했다. 그런데 선거 직전 민주당의 지지도는 40%대로 20%대의 통합당을 압도했다. 그만큼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는 조건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보수 산업화 세력이 진보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선거 결과는 여권의 압승이지만 선거 과정 측면에서 평가해보면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접촉이 최대한 억제되는 ‘비대면 선거’로 인해 후보와 공약 등 기존 선거의 관심사들이 모두 묻혀버린 ‘깜깜이 선거’가 됐다. 그 자리를 막말과 망언이 판을 쳤다.

둘째, 거대정당이나 군소정당 할 것 없이 국가재정은 안중에도 없이 역대 최대 돈 선거에 올인 했다. 민주당이 코로나 사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게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기로 하자 통합당은 ‘전국민 50만원 지급’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다.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에 대한 확보 방안, 정책 효과, 지급 기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연일 ‘돈 퍼주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총선이 끝났지만 정부 여당이 긴급재원지원금 지급 범위 등 핵심 사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여성의 실질적 대표성 제고를 위한 담대한 조치가 없었다. 민주당의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은 12.7%, 통합당은 11.0%였다. 여야는 여성 인재를 더 많이 발굴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역구 여성공천 30%’를 약속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국민도 속았고 여성도 속았다. 말로는 성평등을 외치지만 현실은 견고한 유리천장이었다. 4‧15 총선 결과 지역구에서 여성 후보자 29명이 당선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그러나 아직 10% 수준이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엔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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