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 인사이드 인터뷰]
21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소송에 나선 양홍석 변호사
80여명의 시민원고인단 모아 지난 17일 선거소송 

21대 총선 투표 날을 앞두고 문자를 한 통 받았다.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소송의 시민 원고를 모집한다는 문자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겠다고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 시작한 문자는 ‘마지막으로, 이 소송은 승소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로 끝이 났다.

패소할 가능성이 큰 소송을 치루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질 가능성이 큰 싸움을 기꺼이 하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양홍석 변호사를 만났다.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만난 양홍석 변호사  ⓒ여성신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만난 양홍석 변호사  ⓒ여성신문

“미지의 영역이 많아요. 법이 보장하지 않거나 그 여부가 모호한 영역들. 소송을 통해 승소한다면 그 한 뼘 만큼 확장되는 거죠.” 양홍석 변호사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그동안 법이 보장하지 않거나 보장의 여부가 모호한 영역에서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해왔다. 국가기관 인근에서 개최되는 집회 및 시위를 전면적으로 제한한 집시법 제 11조에 대한 위헌소송,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처분 취소 소송 등 여러 사건이 양홍석 변호사의 손을 거쳤다.

“이긴 소송도 많지만 진 적도 많아요. 저는 이것이 하나의 법률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소송을 통해 법이 만들어지고 또 개정되면 그 영역이 확장되는 거죠. 법은 늘 변해야합니다. 사회가 변하는 것처럼요. 법과 사회의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변화를 위한 자극을 주는 일을 해야겠죠. 이번 소송도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임팩트 소송. 사인 간의 권리 관계를 다투는 것을 넘어 특정 집단의 권리를 확장하고 법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해내는 공익 소송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동성혼 법제화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 등에 임팩트 소송이 전략적인 역할을 해냈다. 한국에서도 임팩트 소송의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소송을 결심하셨습니까?

 -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 정당을 선관위에서 등록 승인했을 때부터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문제적인 방식으로 본 정당과 긴밀하게 결합된 상태로 선거운동을 진행을 하거나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을 보며 선거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원래는 선거 직후인 4월 16일에 하려 했으나 선거 결과가 늦게 나와 4월 17일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시민원고인단을 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몇 분을 모으셨나요?

- 이런 소송 같은 경우 원고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중에 원고가 소송을 취하하면 소송이 진행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직접 시민원고인단을 모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고 80명이 넘는 분들이 원고로서 기꺼이 함께 해주시고 소송비용도 십시일반 모아주셨습니다.

80명이면 적지 않은 숫자인데요, 원래는 몇 명의 원고를 모으실 계획이셨나요?

- 조선시대에 만인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만명가량의 유생들이 공동으로 국가 정책에 의견을 제시하는 상소였죠.  만 명의 민심은 하늘의 뜻이라고 해서 왕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상 초기에는 만 명을 모으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우니까요. 천인소나 백인소가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거 중에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하지는 못했어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위성정당 측에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을 교정하고 또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알음알음 주변에서 원고를 모았습니다. 애초에는 10명이 목표였는데 짧은 시간 동안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원고로 나서주셨습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21대 비례대표 선거의 위법성을 듣고 싶습니다. 소장을 보면 위성정당의 설립과 공천 과정, 선거 과정에서의 비민주성을 짚고 있습니다. 

- 제일 먼저 중요하게 봐야할 것이 바로 ‘비례용 위성정당이 헌법이 규정한 정당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입니다.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정당으로서 활동해야 합니다. 이번 21대 총선에 만들어진 위성정당은 의석을 목표로 총선이 지나게 되면 해산하게 될 정당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어졌죠. 구성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본정당 의원과 최고위원, 사무총장이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일, 사실 상 위성정당 밖 외부세력과 소수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 것 등을 보면 민주적으로 독립되어 구성된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현재의 위성정당을 ‘정당’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위성정당에서 추천한 후보자들도 정당성이 없는 것이죠.

위성정당의 공천과정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습니까? 

- 이번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함께 개정된 것이 정당 내 공천과정에 대한 규정입니다. 정당 공천과정을 민주적으로 할 것을 법제화 했습니다. 민주적 투표와 절차로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결정되어야 하고 법은 물론 내부의 당헌당규도 지켜야 하지요.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후보자 추천 자체가 무효라는 규정 또한 이번 선거법 개정 당시 신설되었습니다. 정당 내부에서 공직후보자를 등록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비민주적이었다는 점을 반성하고 민주주의적 공천 과정을 위해 법제화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후보 출마 등에 대해 본정당이 공천에 관여하거나 각 당의 당헌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 공천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두 위성정당 모두 100명 남짓한 소수가 모여 비례대표 명단을 찬반 투표로 통과시키기까지 했습니다.

- 맞습니다. 민주적 공천과정이라는 것은 통상 당내 경선이나 그에 준하는 민주적 절차를 상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비례용 위성정당에서는 이런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최소한 당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이 후보자 추천 과정에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나 장치가 없었습니다. 그저 일부 최고위원들이 공관위를 만들고, 직접 선거인단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비례후보 명단을 통과시켰지요. 이것은 민주적 절차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자매정당, 형제정당 하지만 엄연히 당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본정당이 위성정당의 공천 과정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정당의 운영과 공천 과정의 민주주의가 그저 형식적인 것에 그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위성정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당이라고는 하나 지도부나 당내 권력을 쥔 사람 권력을 쥔 사람을 추종하는 100~150명 정도가 사실상 후보자 추천을 독점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민주적 심사 결과라고 볼 수 없고. 민주적 투표 결과라고 볼 수 없습니다.  추대된 최고위가 공관위를 구성하고 후보자 명단을 찬반으로 통과시킨 것은 구조의 비민주성을 만든 것이지요.

- 더불어 시민당 같은 경우는 비례대표 순번 1~10번이 시민사회 공모였고 11번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모두 들어갔습니다. 다른 당이 순위까지 한 것을 그대로 받아서 넣은 것이지요. 이것은 더불어시민당 자체의 후보자 기준이 없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미래한국당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한선교 대표를 필두로 한 공관위가 단독적으로 비례 명단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한선교 대표가 사퇴하고 새로운 대표와 공관위가 만들어지면서 결국 미래당 후보들이 당선권 내에 앞서 배치된 2차 비례 명단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2차 공관위의 심사 기준도 알려지지 않았고 투표 과정도 어떤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미래통합당의 의지 자당이 영입한 인사들이 최우선 후보로 반영이 된 것 또한 문제적인 지점으로 보입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미래통합당의 페이퍼 정당을 선관위에서 승인해줬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책임에 선관위도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 선관위에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자유한국당이 원래 비례한국당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당시 선관위에서 불허했습니다. 비례한국당과 자유한국당의 이름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정당 동일성을 혼동해 의사형성이 왜곡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현재의 위성정당 등록을 불허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위성정당 사태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유린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정당의 일이고 자율적인 결정이니 결국 국민의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투표를 통해서 유권자들의 심판은 저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소송은 위성정당의 탈법성에 대한 문제제기 입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비례와 지역구 의석에 연동하여 배분하도록 되어 있어 지역구를 많이 가져가는 정당의 경우에는 비례의석을 적게 가져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은 의석을 잃기 싫어 위성정당을 사용해 준연동형 비례때표제의 연동성을 끊어버린 것이죠. 이 자체가 탈법적입니다. 본인들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제도 취지에 반하여 한 행동입니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되었습니다.

혹자는 선거연합정당이고 해외에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주장합니다. 해당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플랫폼 정당이 아닌 걸 플랫폼 정당이라고 불러본들, 선거연합정당이 아닌걸 선거연합정당이라고 불러본들 실체가 바뀌겠습니까. 물론 일부국가에서는 선거연합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제도들은 정당들이 탈법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들이 아닙니다. 또한 선거 연합 정당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가능하지요. 한국은 애초에 선거연합정당이 현재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제도는 다른 제도들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의원내각제, 정당 등록요건, 의석배분 저지 규정, 소선거구제, 석패율 등과 연결하여 해석해야 하는데 특정 국가에서 선거연합정당을 한다고 한국에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지요.

승소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혀주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결과가 안좋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과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가지 소송을 하면서 결과가 안좋을 것 같아도 그 길이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소송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이번 소송도 제가 생각할 때에는 비례용 위성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고요. 그 판단을 받기 위한 과정을 충실히 밟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형식적으로 정치권력을 획득한 집단을 바꿀수는 없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선거이고 투표지만 지금 당장은 투표가 없지요. 일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4월 말 쯤 법원에 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함께 의견을 내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응원해주시고 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미래는 어둡고, 나는 그것이 미래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일기의 한 구절이다. 리베카 솔닛은 울프의 위 글이 예사롭지 않은 선언이라고 평한다. 울프의 말처럼 미래는 불확실한데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승소할지 알 수 없는, 아니 패소할 가능성이 더 큰 소송을 기꺼이 하는 변호사와 80여 명의 시민원고인단.
불확실한 영역을 한 뼘씩 넓혀가는 그들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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