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보수당’ 외칠 정도 혁신해야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보수당’ 외칠 정도 혁신해야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4.22 11:12
  • 수정 2020-04-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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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만들고 지속가능한 복지제도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보수당의 역할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국가의 존립과 안보,
자유민주주의와 민권, 국민 통합,
반 부패가 최우선되어야
개인헌신과 봉사 정신으로 거듭나야
닫힌 국민 마음 얻을 수 있어
스웨덴 국경일 행사
스웨덴 보수당은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보수당’이라는 선거구호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사진은 스웨덴 국경일 행사.

한 나라의 보수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국가의 존립과 안보, 일자리 창출과 기업가의 헌신, 지속가능한 복지제도의 구축, 부패로부터의 자유로움, 자유민주주의와 민권과 국민화합과 통합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개인헌신과 봉사의 정신으로 거듭나야 닫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170년 이상된 영국과 미국의 보수정당들과 116년된 스웨덴의 보수당의 창당 가치와 정당지도자들의 모습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미래보수가 어떻게 나야 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지금 선거 패배 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한국의 보수정당이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1834년 영국의 로버트 필 전 내무부 장관은 왕의 조각요청을 수락해 총리직에 올랐다. 보수당 전신인 토리당 당수로 하원 야당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필은 왕의 부름을 받으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탬워스에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은 강령을 발표했다. 강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선거법을 지지할 것. 둘째, 민간편의제도와 교육제도 등을 새롭게 할 것. 셋째, 국민불신의 해소와 권력남용문제를 해결할 것. 넷째, 종교와 종파의 근본적 권익을 보장할 것. 다섯째, 국가생존을 위한 대개혁에 동참할 것. 여섯째, 불필요한 개혁을 피해 국가대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것 등이다.

탬워스 선언(Tamworth manifesto)은 지주와 귀족의 이익을 대변했던 토리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은 지주들의 농산물 가격보호를 위해 곡물수입을 금지한 1815년부터 시행된 곡물법을 폐지할 경우 모든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상원의원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폐지법을 통과시키는 결단을 보여주었다. 150만명 이상이 흉년으로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었지만 싼 곡물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 없도록 한 이 법은 국민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필은 영국의 보수당이 지주와 귀족보다 국민의 생명과 생존문제가 더 중요한 정책이라는 각인을 시켜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1846년 이 법을 관철시킨 후 그는 약속대로 하야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 일화는 영국정치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로버트 필은 영국의 총리 55명 중 5위권 최상위그룹에 속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로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의 태동 역시 영국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미국은 독립국으로 선언할 때부터 13개주의 독립주들이 합의해 만든 나라였지만 북부와 남부의 산업과 노동력은 판이하게 달랐다. 남부주들은 농업 중심의 산업으로 노예의 노동력이 필수였지만, 북부주들은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남북전쟁의 단초가 된 것은 1850년 노예도망자들을 강제로 주인에게 압송해야 한다는 법을 둘러싼 논쟁이다. 영국에서 1833년 노예금지법이 발효되자 이에 영향을 받은 개혁보수세력이 모여 지주와 귀족의 이익을 대변해 왔던 휘그당(Whig)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당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당시 휘그당 출신의 밀라드 필모어(Millard Fillmore)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만들어 진 이 법은 미국의 갈등을 전쟁으로 몰고간 악법으로 간주된다. 반인권적인 노예강제이송법을 반대하고 노예해방과 인간의 자유와 평등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화당이 창당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 두 나라의 보수정당들은 정치적 이상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흑인의 자유와 인권개선, 그리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꿈꾸던 링컨이 대통령이 되면 남부주들이 독립정부를 세우겠다고 협박했지만, 결국 남북전쟁까지 치르면서 지켜낸 인간해방과 자유라는 고귀한 정신은 아직도 미국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나온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미국민주주의를 표상하고 있기도 하지만 미국공화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밀라드 필모어 대통령은 최악의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그리고 링컨은 루스벨트 대통령과 함께 미국 최고대통령 반열에 서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스웨덴 보수당은 1904년 지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 자유무역과 자유기업을 지지하기 위한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난 정당이다. 시장경제와 기업가 정신 등의 자유경제체제를 지지하는 정당을 표방하고 태어난 보수당은 린드만 수상의 결단으로1910년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을 관철시켜 스웨덴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국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민당 주도의 거국내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화해와 안정적 국가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수당이 점차 기업인과 부자들의 정당이라는 인식이 고착화 되기 시작하면서 보수당 중심으로 정권을 다시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자 신보수당의 기치를 들고 새로운 어젠다를 찾아나선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이들은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보수당’이라는 선거구호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또 다른 구호는 ‘사민당보다 더 좋은 복지국가를 약속합니다.’ 이들은 말의 성찬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최고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회사가 어려울 때 해고당할 경우 재취업교육을 강화해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자 했다. 1994년 이후 한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보수당은 3개 우익정당들과 함께 ‘새로운 스웨덴을 위한 연합’이라는 구호로 2006년과 2010년 두 번 연속으로 우파집권을 통해 ’최고의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정치수식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금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스웨덴의 보수당은 사민당주도의 정부에 먼저 정치휴전을 선언하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가의 위기해결이 정당의 이익을 앞선다는 보수당의 모습에서 100년 정당의 포용적 정신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스웨덴의 총리 인기도측정에서 초기 보수당 출신의 린드만은 최고지도자 5인의 반열에 들어간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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