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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원자재 구매에서부터 생산과 유통, 사용 및 사용 후 폐기단계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녹색상품구매네트워크운동이 ‘환경’을 화두로 하는 요즘 주목받고 있다.

(사)한국녹색상품구매네트워크(이하 KGPN)가 벌이는 이 운동은 말 그대로 상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친환경상품을 선택해 환경문제와 경제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 이는 경제주체인 소비자, 기업, 정부 3자가 참여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딤돌의 역할을 하겠다는 결의이기도 한데 지난 18일 서울 효창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KGPN의 중심 이정자(61) 공동대표를 만났다.

“이제 상품도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친환경적인 요소가 담긴 환경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과 정부, 시민이 파트너가 돼 ‘소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숨 쉴 틈 없이 녹색상품구매네트워크운동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환경운동이 분야별로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녹색상품구매가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열심히 KGPN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이 대표를 보니 슬슬 그의 과거에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열성적인 활동가로 만들었는가.

“시민운동에 발을 디딘 것은 1981년 소비자 운동부터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일했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로 있으며 녹색소비자연대를 창립해 6년 동안 공동대표로 있기도 했다. KGPN은 99년에 설립해 지금까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한 우물을 파는 데 비해 소비자 운동에서 평화운동, 환경운동까지 다양한 활동영역을 넓힌 변화가 궁금했다.

“10년 동안 소비자 운동을 하고 단체가 정착되면서 개인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 새롭게 무언가를 해야할 지. 그러다 당시 동독이 무너지면서 국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그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에 통일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국통일여성협의회 대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은 통일에 방점이 찍혔지만 현재는 평화운동이 중심이 돼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로 있다. 환경운동은 평화운동과 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화, 환경 영역이 넓혀진 것이다.”

이 대표가 실제 시민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39세 때. 이전엔 어떤 활동을 했을까.

“1963년부터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에 여성들은 대부분 교사로 많이 갔고, 사회로 진출할 때 시험을 칠 수 있는 직업은 기자와 PD였다. 교직과목을 이수하지 않아 기자 시험을 친 것인데 그때의 취업난은 지금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력을 뚫고 들어갔지만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됐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 회사에서 부부가 근무하면 당연히 여성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현실이 바로 여성 문제였다며 이 대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물론 새롭게 발을 디딘 시민운동이 그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줬지만 그는 “한국일보 장명수 씨보다 내가 1기 위인데 결혼 때문에 퇴직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했다면 지금 어땠을까”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을 했다. 그는 “함께 기자로 시작한 남편은 현재 언론과 관련해 교수까지 하며 한 우물을 판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은 손해보는 게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가장 보람 있게 여기는 일은 역시 시민단체 운동이다. 특히 크리스천 아카데미 여성분과에서 활동했던 내용이 삶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세미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고, 정말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또한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조화로운 삶,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고민한다는 것은 새로운 감동이었다”고 밝힌다.

지난 활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던 이 대표는 “남성 위주의 환경운동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의 인권과 더불어 환경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될 때다.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환경과 정책, 사회가 되길 바라며 여성신문이 그 몫을 충분히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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