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여성 일자리, 위기와 함께 사라지다
[여성논단] 여성 일자리, 위기와 함께 사라지다
  • 김양지영 여성학자
  • 승인 2020.04.23 17:38
  • 수정 2020-04-2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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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보다 더 큰 경제 위기를 가져올 거라고들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미국 등에서 실직,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두 달째인 속에서 이동이나 외출 자제의 직접적 영향을 서비스업에서 받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듯 13일 발표한 3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숙박음식’, ‘보건복지’, ‘교육’, ‘도소매’ 등 서비스업과 ‘여성’, ‘60세이상’, ‘청년’ 중심으로 증가폭이 둔화되거나 감소했다. 줄어든 일자리는 전형적인 여성집중업종과 직종이다. 여성들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여성 중 40.7%(남성, 32.2%)가 10인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2017년 기준). 게다가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약 70%가 여성이다. 누구나가 어렵지 않게 이와 같은 정보들을 통해 코로나 위기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유추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구직자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4월 26일 서울 한 대학교 잡카페에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및 학생 출입이 통제되면서 실내등이 꺼져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구직자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4월 26일 서울 한 대학교 잡카페에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및 학생 출입이 통제되면서 실내등이 꺼져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그러나 코로나 위기와 관련해 서비스업계가 받는 어려움은 여성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정부는 2월 말 적극적 고용안정대책을 발표해 고용안정지원금 및 가족돌봄휴가 등의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영세소상공인 지원과 기업을 통한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지원이 주를 이룬다. 최근 기업이나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 청년수당’을 통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일감이 끊겨 생계 어려움을 겪는 건설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근로자 긴급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을 한다. 이상하게도 주로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도 여성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바로, 여성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위기때마다 여성은 주요한 피해집단이었지만 피해집단으로 가시화되지 않아 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사라진 일자리의 75%는 여성 일자리였다. 그리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여성은 ‘우선 해고’ 대상이 되었다. 농협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맞벌이 부부 중 1명을 정리해고 대상으로 삼았고 그 당시 정리해고 대상이었던 농협사내부부 752쌍 중 여성 688명(92%)이 일을 그만뒀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을 차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성의 선호, 부부의 경제 합리성에 근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 공고한 성별분업은 21세기 전세계적인 고용불안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생계부양자로, 여성은 생계보조자, 가사돌봄전담자이다. 여성은 일을 그만두면 실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부가 되어 살림과 돌봄을 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 실직은 실업률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지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를 잃거나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러나 그녀들의 일자리를 걱정해주는 이들은 없다.

최근 특수고용 여성노동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대부분 기혼 유자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들에게 왜 이 일을 선택했냐고 물으면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하게 된 일이라고 답한다.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여성들은 코로나 이후 일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다고 한다. 하소연해 본 경험도 없다. 여성들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적정한 일자리를 알아서 찾아가며 자신들의 삶을 꾸렸다. 그 과정에 기업과 국가가 보호막이 되어 준 경험은 없다. 그래서 국가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항시 혼자 알아서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는 모쪼록 기존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성노동자들을 남성과 동등한 경제적 주체로 인식함으로써 피해집단으로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을 갖고 코로나 위기속 여성 노동 문제를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여성집중업종과 직종의 피해를 살피고 적정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고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및 비정규직·일용직·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대한 실질소득보전 대책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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