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탄생… 김예지 “소수 의견 알리는데 좌우 없다”
최초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탄생… 김예지 “소수 의견 알리는데 좌우 없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4.17 21:40
  • 수정 2020-04-21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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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여성 당선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국민께 다시 인정받도록
국회서 혼신의 힘 다하겠다"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
국회 입성 가능 여부 관심
현행 국회법 제148조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반입 금지"
2004년 첫 시각장애 의원 정화원
안내견과 국회의장 못 들어가...
국회가 내민 사유는 "관례"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에 출입할 수 있게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에 출입할 수 있게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헌정 사상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김예지(39) 미래한국당 당선인이다. 미래한국당 영입인재 1호로 정치에 첫 발을 내딛은 김 당선인은 비례대표 후보 11번을 받아 21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다. 그와 함께 늘 함께 다니는 안내견 ‘조이’도 여의도로 첫 출근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 당선인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기존 비장애인들은 알 수 없고, 장애 당사자로서는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장애인과 관련한 법안들에 힘을 쏟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장애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장애 예술인이다. 장애 예술인들이 더 넓게 예술활동을 하고 참석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 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선천성 망막 색소변성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시각을 잃었다. 그때부터 안내견과 늘 함께 했다. 고등학교 때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고 ‘점자 악보’로 피아노를 연습한 그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비장애인이 경쟁하는 일반 전형으로 지난 2000년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2004년 대학졸업 때는 명예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수상했다. 김 당선인의 이야기는 2012년 소설로도 탄생했다. 조이보다 먼저 함께 했지만 안타깝게 병으로 떠나보낸 안내견 '창조'와의 일화는 소설가 황명화에 의해 책 『하네스』로 기록됐다.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 당선인은 피바디 음악대학원에서 음악교육과정과 피아노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에서 피아노 연주 및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제2회 국제피아노 페스티벌(벤쿠버)에서 아티스트상과 다니엘 그렉 마이어스 추모상을 수상했다. 김 당선인은 피아니스트 시절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들의 불편을 덜기 위한 점자악보 연구활동에 매진했다.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로도 활약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 올라 카운터테너 이희성과 공연을 했다. 

김예지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안내견 '조이'와 함께 걷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예지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안내견 '조이'와 함께 걷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당 인재영입 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김 당선인은 기성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인재영입식에서 “아직도, 장애라고 하면 ‘다름’보다는 비정상인 것으로 여기는 편견이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까지도 그러하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혐오 발언을 간접적으로 겨낭했다. 

김 당선인은 “소수 의견을 다수에게 전달하는 데는 당이나 보수와 진보, 좌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영입 제안 수용 이유를 밝혔다. 이날 김 당선인은 안내견 ‘조이’를 소개하며 “최근에도 안내견과의 식당출입을 거부당했다. 장애인 복지법에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된 지 2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인식의 부재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31일 이후 시작된다. 김 당선인이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가면 조이도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등에 함께 출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지금까지 안내견의 출입을 관례적으로 막아왔다.

©김예지 페이스북
©김예지 페이스북

 

앞서 2004년 제17대 국회 때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에 안내견과 입장을 몇차례 시도했었다. 그러나 국회 측은 ‘관례’를 들어 막았다. 

국회는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에 안내견을 밖에 묶어둔 후에만 입장을 허락했다. 2006년 4월 정 전 의원이 이를 문제시 하고 국회사무처에 출입을 막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당시 사무처 관계자는 “관례가 없었다”며 “개가 짖어대면 의사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느냐. 굳이 안내견이 본회의장에 들어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전 의원과 장향숙 열린우리당 전 의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으나 안내견의 입장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정 전 의원은 매번 비서관 등의 팔에 의지해 입장했었다. 이후 안내견의 국회 입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김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지은 직후부터 안내견 조이의 국회 입장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김 당선인과 조이의 국회 입성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안내견의 본회의장 출입 여부를 포함해 김 당선인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20일 이후 조이의 위생과 배변 등의 문제에 대한 부분까지 확정해 입장을 허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에게 비례대표 '0번'의 공전장을 수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래통합당은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에게 비례대표 '0번'의 공전장을 수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회법에 동물의 회의장 출입 등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다만, 국회법 148조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해당 규정이 넓게 해석돼 그동안 안내견의 출입이 금지됐다. 

안내견의 출입을 방해할 경우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시각장애인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해외로 이륙하는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에서도 안내견은 동승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안내견을 위한 식수 등 편의도 제공된다. 

조이의 국회 입장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김 당선인은 ”사실 조이의 국회 입성에 대한 특별한 소감은 없다“며 ”너무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특별한 소감이 들지는 않는다. 조이의 입장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제21대 국회에는 장애인 비례대표 3명이 진출했다. 김예지·이종성 미래한국당 당선인, 최혜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다. 이번 기회로 국회가 권위주의를 벗고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국회로 발돋음할 수 있을까. 

한국 장애인단체총연맹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입성을 적극환영한다”며 “선출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각 정당과 국회는 이를 위한 장애인 계층의 지속적인 염원의 목소리가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 엄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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