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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부를 떠나 젊은 남녀사이에 동거는 뜨거운 감자다. <사진·민원기 기자>

요즘 혼전동거가 젊은이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도 최근에 개봉된 영화 <싱글즈>와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영향이 크겠지만 사실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라면 한번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을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결혼의 대안으로 동거는 자리잡고 있지만 혈통에 대한 강한 집착과 제도권 안의 결혼이 가지는 강력한 통제력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동거에 대한 실험을 감행하려면 보통의지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녀가 동거하는 경우 사랑과 섹스가 있는 관계인가, 없는 관계인가에 따라 동거의 양상은 달라지지만 우리의 관심은 물론 사랑과 섹스가 있는 동거에 있다. 대개 사랑과 섹스가 있는 경우는 결혼 전 탐색일 수도 있고, 암암리에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여러 과정 중에 결혼이라는 상황을 떠올려보기는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든 동거는 무척 독립적이다. 누군가는 동거는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문화라고 하지만 사실 동거라고 해서 만남과 헤어짐의 결정이 개인적으로 더 쉽지는 않다. (물론 제도 안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좀 줄겠지만)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굳이 어려워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어렵고 번거로워서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건 정작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문화비평가 모씨는 동거예찬론자인데 지금은 결혼을 했지만 전에 동거를 할 때가 가족에게서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돼서 더 좋았다고 한다. 가족과의 결혼이라고까지 이야기되는 우리의 결혼문화는 사실 양가 부모를 포함한 주변의 가족들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동거인 경우 제도 안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의무나 권리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키지 않는데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배려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가족들도 당사자들이 헤어질까봐 어떤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늘 조심스런 손님대접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사위나 며느리에게 공평히 해야 할 대접은 바로 손님 대접이다. 그건 지금까지처럼 사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도 손님처럼 대한다면 고부간의 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사위가 남의 집 귀한 자식이고, 평생손님이듯이 며느리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리는 거리가 있어야 고부간도 더 평화로울 것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좀 흘렀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동거는 상대가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에(사실 그렇게 쉽지 않지만) 그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좀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더 많이 상대에 대해 배려를 하게 한다.

그리고 몇십 년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타인인 그와 잘 살 수 있는지 탐색도 할 수 있다. 섹스에 있어서도 영원한 독점이 안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안정적인 결혼의 섹스보다 더 많은 설렘과 유혹을 느끼게 해 상대와 열정을 가진 사랑과 섹스가 오래도록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아기를 낳는 문제도 결혼이라는 제도의 선택을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이므로 더 심사숙고해서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동거에 이렇게 미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거를 시작하기 전에 특히 여성들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동거란, 제도 안에서 묶이지 않는 생활양식이고 그래서 헤어짐이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이때 그 모든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 없이는 섣불리 동거를 선택할 일이 아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여성의 성적 경험에 아주 무자비하고 인색한 나라이다. 동거를 선택하는 당신의 성의식이나 성정체성은 어떠한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동거는 남자에게 더 유리하고 여자에게 불리한 생활양식’이라는 시각이 있고, 이것은 정말 유치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생각되는 게 현실이다.

동거 후에 결혼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동거 없는 결혼을 선택하든지, 동거만 선택하든지 그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며 자유의 영역이다. 분명히 동거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양식의 대안일 수 있다. 동거 외에도 앞으로 더 많은 그리고 독특한 생활양식의 대안이 다양한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들에 의해 제시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선택의 과정이다. 성숙한 사람은 결국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다. 어떤 선택을 하기로 결정하든지 그 선택은 그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일 것이나, 가능하다면 더 오래, 그리고 더 지극하게 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 자유와 책임이 있는 선택이 됐으면 한다.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byavis@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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