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만명이 선택한 ‘여성의당’… “여성정치 역사의 진보”
[기자의 눈] 20만명이 선택한 ‘여성의당’… “여성정치 역사의 진보”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4.16 18:07
  • 수정 2020-04-20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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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율 0.74%, 득표수 20만8697
창당 한 달여 만에 당원 1만명 모아
당원 78%가 10·20대 여성
여성의당 “대한민국의 정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내겠다”
여성의당은 9일 왕십리역에서 선거 유세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의당 선거운동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9일 왕십리역에서 선거 유세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8,697명. 여성의당을 선택한 유권자 수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의제 정당’을 표방한 이 정당은 창당 40일 만에 치룬 총선에서 20만이 넘는 득표수를 기록했다. 정당 득표율은 0.74%로 전체 정당 중 10위다. 원내 진입을 위한 득표율 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원 1만명의 소수 정당이 정치적 기반 없이 짧은 시간에 이룬 결과물로서 의미가 깊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거대 양당의 위헌적인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의미가 훼손되고 양당제가 더욱 공고해진 조건에서 한 달 된 여성의당의 약진은 여성정치 역사의 의미 있는 진보”라고 평했다.

여성의당은 창당 과정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2월 1일 ‘여해여성포럼’에서 창당을 결의한 뒤 단 27일 만에 정당 설립 요건을 갖췄다. 창당 결의 2주 만에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을 벌였다. 그렇게 모인 당원이 약 1만명이다. 당원 78%는 10~20대다. 대부분 정당 정치 경험이 전무하지만 SNS에서 ‘일당백 영업’을 하며 당원을 모았다. 거대 정당의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창당한 여타 위성정당과는 시작이 다르다. 맨 땅에서 이룬 성과다.

여성의당은 단순히 여성들이 모인 집합체가 아니다. 여성의당을 일군 이들은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2018년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 집회’ 그리고 ‘혜화역 시위’로 이어진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한 여성들이다. 여성혐오 사회에 분노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뜨거운 목소리는 입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여성들의 절박함은 여성 의제에 집중하는 여성정당의 뿌리다. 

여성의당은 '국회청원1호 N번방 법안 짓밟은 법사위도 공법이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여성의당은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N번방 법 처리 관련 "국민청원 무시하고 졸속 처리한 데다 발언들도 문제"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지원, 박보람, 이경옥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 ⓒ홍수형 기자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은 소수 정당으로서 원내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정당득표율 3%(약 70만표)를 얻으면 4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았다.

여성의당이 여성혐오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했다. 선거운동 첫 날인 2일 여성의당 비례대표 이지원 후보의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한 남성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다쳤다. 선거운동을 하는 당원들에게 시비를 거는 남성들도 여럿이었다고 한다. 후원금 모금을 알리기 위한 광고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사 마련, 공보물 제작 등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도한 바이럴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당 차원에서 사과했으나 기사 댓글마다 “초짜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부터 “꼴페미 집단” 등 여성혐오와 성희롱이 난무했다.

여성의당은 ‘이제 여성이 여성을 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 기간 여성 의제에 집중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여성 대상 폭력 방지, 성별 임금격차 타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여성 1인 가구 주거 안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여성의당은 N번방 사태 국면에서 이 사건을 공론화한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ReSET’팀과 정책 협약을 맺고,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정책 자문으로 초빙하며 여타 정당보다 발빠르게 디지털 성착취 근절 대책을 내놨다.

여성의당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여성의당은 지금부터 다시, 선거를 준비하겠다. 앞으로 다가올 지선과 총선, 그리고 대선까지 여성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할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그 모든 과정은 여성의 정치 세력을 확장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여성의당은 대한민국의 정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내겠다”고 다짐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여성의당의 선거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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