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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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봐도 한때 전국에 선영이 열풍을 일으켰다가 진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해프닝으로 끝났던 “선영아, 사랑해”를 연상시키는 제목대로 소설 곳곳이 패러디의 잔재가 난무하는 발랄한 소설이다. <굳빠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등의 작가 아니랄까봐, 그의 소설은 여전히 발랄하고 경쾌하고 읽는 재미가 있다. 줄거리는 무척 간단하다. 주인공 광수가 결혼한 선영은 친구 진우의 애인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진우는 이들 주변을 맴돌고, 광수는 계속 질투에 몸을 떤다. 참고로 사랑이란? “‘사랑가’를 부르며 바지 지퍼를 내리거나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 말 바꾸면, 섹스가 아니라 자아 성찰이란 말인가?

김연수 지음/ 작가정신/ 7,500원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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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정신이 있고, 여자는 정신머리 하나 없는 존재가 아닐진대, 정신분석은 어디까지나 남성들의 영역이다. 분석 주체도 언제나 남자였고, 그들이 말하는 ‘욕망’도 실은 남성의 욕망이었다. 욕망에도 젠더가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남성 욕망으로 여성 욕망을 왈가왈부하는 건 얼마나 웃기는 짓인가? 이 책은 그 정신분석학을 여성의 입장에서 읽고 해석했다. “여아는 남아의 페니스를 보는 순간 남아의 페니스가 우월한 것임을 한 눈에 알아본다”거나, “자기 억제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여자가 문명에 기여한 것이라고는 베짜기와 수유가 전부다”라는 말을 한 걸로 보건대, 자신이야말로 정신분석이 꼭 필요했을 프로이트나 그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은 르네 지라르 등 온갖 거장들이 내세운 정신분석학을 여성의 눈으로 분석했다. 그들에게 삿대질만 한 게 아니라 여성의 욕망, 우울증 등도 물론 살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 지음/ 여이연/ 15,000원

밥벌이의 지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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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란 이름은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이다. 신문기자로 보기 드문 미문의 기사로 날리다가 실제 <칼의 노래>란 소설로 동인문학상까지 받은 인물이 김훈이다. 하지만 시사저널 편집장 시절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내뱉은 진보적이던 그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마초적 여성 이야기가 사단이 나서 결국 사표를 날리더니 백의종군, 한겨레 사회부 말단기자로 뛰었던 인물이 또 그다. 그가 여기저기 썼던 칼럼들을 묶은 책이 나왔다. “남자로 태어나는 일은 유전적으로 세습되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운명이라는 시각도 있다.(중략) 그러나 그 ‘특권’이라는 것의 본질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애로운 것인가” 라는 말마따나 온갖 비애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가장 큰 비애가 아마도 제목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이겠지.

김훈 지음/ 생각의나무/ 8,500원

이다의 허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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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란 필명으로 인터넷에 www.2daplay.net 홈페이지 둥지를 틀고 허접한 일상을 허접한 그림과 글로 툭툭 내깔겨 대는 이다의 허접질의 아날로그 버전이다. 실상에선 맨날맨날 칠칠맞다고 학점이 그게 뭐냐고 구박받는 꿀꿀한 스물두 살 정한별이지만, 인터넷 상에선 발랄하고 상큼하고 자유롭고 재미있는 이다이다. 누런 종이에 저것이 그림인지 발가락으로 그린 낙서인지 싶게 약간 허접한 그림과 글이 난무한다. 헤어가 그대로 드러나는 누드를 그리기 좋아하고 발칙한 상상이 주를 이루는 솔직함을 넘어 막가파식 낙서는, 신선하고 재밌다. 다소 얌전한데다 정제된 흰설탕 같던 스노우 캣과는 다른 맛이다. 꾸미지 않은 판타스틱 소녀 백서다.

이다 지음/ 이룸/ 9,300원

나는 성인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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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단순하면 안되나? 누구나 단순한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투쟁이다.”어린이 그림 같다. 너무 단순하단 평가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오십견 때문에 그림이 어려워 실의에 잠겼던 저자에게 아들이 노트북과 태블릿을 사다주었다. 그녀 미술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고스톱을 치다 목단, 청단이 들어오면 그림이 너무 예뻐서 내놓기가 싫을 정도라는 작가 말마따나 화투는 도박이 아니라 재미있는 그림으로 다가선다. “기존에 존재하는 문화에 대한 반항만이 나의 힘이다.…구역질, 이것이 내 생애의 지표다”는 말처럼. 총 73편의 산문과 57편의 화투 그림이 실렸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8월23일까지 스타타워갤러리에 전시한다.

김점선 지음/ 마음산책/ 11,000원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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