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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예술가 실업수당 축소정책에 반대해 예술가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남성에 비해 출연료 등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 예술가들의 참여도 높다. 한 여성이 “싸움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패배에 동참하는 것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파업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AP>

프랑스 예술인, 실업수당 축소 반대파업

요즘 프랑스는 연이은 파업으로 떠들썩하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퇴직 후 연금 축소 문제와 프랑스교육의 지방자치화 계획이 화두였다. 지금은 실업 수당 축소에 반대하는 예술인들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예술계 파업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프랑스 국민 가수 조니 할리데이(Johnny Holiday)의 대규모 공연이 리옹 시에서 열렸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 공연을 위해 일하던 약 5O명의 여성 예술계 관련자들(엔지니어, 조명기사, 분장사, 무용수, 가수, 작곡가)이 모두 ‘사형선고’ 라고 쓴 푯말을 목에 걸고 공연장 정문 출입구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를 통해 예술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 못지 않게 크며 여성들 역시 예술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또한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던 전통 있는 파리의 태양연극단체(Thtre du soleil)도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 연극단체의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성 연출가 아리안 무쉬킨(Arian Mnouchkine)이다. 이외에도 많은 여성 예술계 관련자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적극적으로 예술계 파업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계 파업의 핵심은 정부의 예술가 대상 실업 수당 축소다. 공연이나 방송 계통 등에 종사하는 예술가와 기술자들은 1969년 프랑스 문화부에서 예술인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근로협약(엥테르미팅·Intermittents)의 적용을 받아왔다. 근로협약은 예술가들이 12개월 동안 507시간 이상 일을 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보호 장치다.

그러나 10년 사이 예술계 실업자가 2배로 늘어 지난해 약 8억 2000만 800유로(약 1조 2000억 원)의 사회기금 적자를 초래했다. 정부는 최근 12개월이 아닌 10개월 동안 507시간 근무를 실업수당의 조건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

이에 반대하는 예술계 파업에 여성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큰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법적인 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해 보이는 문화 선진국 프랑스의 예술계이지만 실제 예술계의 요직은 주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어 정책과 이익이 남성 예술가 위주로 계획된다.

프랑스에서 남녀가 퇴직 후 매달 정부로부터 지급 받는 금액은 평균적으로 남자는 1342 유로, 여성은 767 유로로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가정을 이끌고 아이를 양육하는 프랑스 여성의 양립적인 일상생활 구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출연료가 적은데다가 불규칙한 스케줄과 출장이 많은 예술계 여성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실업 수당 축소 반대 파업에 여성 예술인들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이번 예술계 파업으로 여름 휴가 기간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이 중단되거나 개막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남부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현대무용축제, 몽펠리에의 무용축제, 중부 투르의 유럽 재즈페스티벌 등 중요한 축제들은 이미 파업을 선언했다. 올해 57회를 맞는 세계적인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도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

행사를 주최하는 지방 도시들이 표를 환불해주는 등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지역 호텔과 레스토랑 등 관계자들의 손해가 크다. 정부는 예술계가 무책임하게 관객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활동이 자유롭고 왕성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안목이 필요하다. ‘엥테르미텅’은 프랑스 정부의 문화적 의지를 상징한다. 이번 파업으로 제도의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적극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프랑스 문화를 이끄는 예술가들, 특히 여성 예술가들의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김이산 프랑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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