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 모양 쿠키 만드는 아이들. ©송은아
멸종 위기 동물 모양 쿠키 만드는 아이들. ©송은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과 많이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거라고 한다.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다른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며, 그 변화의 속도도 점점 빨라질 거다. 그래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던지 변화의 속도가 어떻든지, 아이들은 특유의 유연함으로 어른들보다는 잘 적응할 거라 믿어야 한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이 변하는 세상을 대비하여 아이들 내면이 더 단단해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 무언가를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아줌마의 오지랖을 바탕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의 에너지를 아이들을 위해 뜻이 맞는 이웃들과 함께 도서관 프로그램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마을에서 좀 더 넓은 세상과 미리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마을 안에서 친구와 이웃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은 소통 하고 협력하는 법을 깨닫고, 자기주도성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변화에 유연성을 갖고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낯선 미래 세상에서 당황하지 않고 혼자 일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을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늦은 오후에 도서관에서 만났다. 친환경을 주제로 하는 모임으로 멸종되는 동식물 이름을 외우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감정을 공감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구청의 후원을 받아 준비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참여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직접 자원활동가로 함께 해주었고 선생님이 되어주시니 아이들은 그 시간을 더 편안해했다. 

일회용 현수막을 대신해 아이들이 직접 벼룩시장 홍보물을 만들고 있다. ©송은아
일회용 현수막을 대신해 아이들이 직접 벼룩시장 홍보물을 만들고 있다. ©송은아

 

아이들은 자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기를 했다. 만들기는 대략의 가이드만 있을 뿐, 특정한 결과물을 미리 정해 놓지 않았다. 천연비누를 만들 때는 재료별로 굳는 속도에 대해 설명만 해주면 그 속도 차이를 응용하여 개성 넘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만든 천연허브 모기퇴치제나 친환경 비누는 이웃이나 친구들과 나누면서 ‘나눔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의 부모는 물론 이웃도 참여했다. 아이들이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 때는 아파트 텃밭 공동체의 어른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어 주고 아파트 주변이나 뒷산에서 떨어져 있는 솔방울, 강아지풀, 나뭇잎과 같은 자연물을 주워다 주었다. 아이들은 그 고마움을 이야기의 화제로 삼고 마을의 자연과 이웃 어른들과 가까워졌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할 때 아이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개인 도시락통과 수저, 물통을 이용했다.

아이들이 직접 사고 팔았던 어린이 벼룩시장. ©송은아
아이들이 직접 사고 팔았던 어린이 벼룩시장. ©송은아

 

어른들은 아이들끼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면, 아이들은 기존 게임에 새로운 룰을 더하여 유치원생부터 초등생 중학생까지 모두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간을 위해 한 달을 기다린 것처럼 즐거워했다. 스마트폰을 볼 새도 없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헤어질 시간을 너무 아쉬워했다. 아파트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층간소음 문제로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도서관이 1층에 있으니 그 시간은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을에는 농구장과 인근 공터에서 마을 아이들의 벼룩시장을 열었다. 돗자리와 각자 팔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모였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큰 종이로 현수막을 만들어주었다. 일회용 쓰레기가 될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아 마음이 가벼웠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아파트 벼룩시장에서 어른들 사이에서 수줍어하던 아이들은 아이들끼리의 장터에서 적극적으로 흥정하고, 덤도 주고, 마감 세일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원리와 자원의 재활용을 체득했다. 날씨 좋은 주말 하루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벼룩시장은 날이 좋을 때 돗자리 들고 또 만나자고 헤어졌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아이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행사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아이디어 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지 벌써 부터 마음이 벅차고 기대 된다. 마을을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할 작은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은 가이드 보다 조력자의 역할에 비중을 더 실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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