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식 교수와 연구, 세계 첫 성과
코로나 RNA 전사체 최초로 분석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7인’에도 이름 올려

김빛내리 RNA 연구단 단장.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의 원인병원체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한 공동연구팀의 김빛내리
단장.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의 원인병원체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큰 주목을 받는다. 바이러스 유전자들의 정확한 위치를 찾고, 숨겨져 있거나 변형된 RNA를 발견한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빛내리 RNA 연구단 단장·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 연구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냈다고 10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김빛내리 교수가 또 하나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바이러스의 RNA에 최소 41곳의 화학적 변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닌 RNA 형태의 유전자로 구성되며 숙주에 침투해 해당 세포에서 RNA를 다시 만든다. 또 그 하위 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을 합성해 복제된 유전자와 더불어 숙주세포 속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세포를 탈출하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앞서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 등이 지난 1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DNA유전체 정보를 처음 공개했지만 해당 정보로는 유전자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예측하는 수준에만 머물렀었다. 김 교수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게 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복잡하면서도 숨겨진 비밀들을 풀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지도를 완성하는데 성공한 김빛내리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꼽힌다.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닌 그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2006년 마크로젠 여성과학자상, 2007년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레알 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2009년 호암상, 2010년 세계적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Cell지 편집위원이 됐으며 2017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됐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김 교수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난을 겪어야 했다. 그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출산 후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길을 간다고 해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는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 학교나 연구소로 취업 진로를 봐야 했지만 그곳도 자리가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취업난이 심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응원 덕에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계약직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하며 후배 여성과학자들에게 “여성 과학자의 길을 걷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면서 “심호흡을 하고 거울 속 자신에게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무난히 학계에 안착할 것 같았지만, 여성 취업난으로 생각같이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귀국 후 출산과 육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고민이 컸다. 

김 교수에 대한 업적이 얼마나 높은지는 이번 연구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김 교수 연구팀은 현재 교정 작업 중이지만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미리 발표했다.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인 셀은 빠른 심사과정으로 지난 9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동료 평가(peer review)와 같은 검증 과정 없이 게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의 이런 업적으로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 기간만 되면 주요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해 재단이 선정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7인’에도 이름이 올라왔다. 올해도 역시 유력한 후보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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