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창업, 시작하긴 쉬워도 성공까지 고난의 길

“빙과류 영업사원으로 1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이번 8월 1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 이것저것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방이동 먹자골목에 슈퍼마켓이 나와있어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진구(44)씨는 얼마 있으면 회사를 그만둔다. 다시 다른 회사를 들어가자니 나이가 걸리고 부인과 고민 끝에 소자본 부부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막상 결정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는데 부인 정명숙(41)씨의 권유로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소장 박현경)에서 마련한 부부창업스쿨에 참여했다. 창업스쿨은 ‘우리부부, 창업 win-win!, 평등win-win!’이란 주제로 지난 5일, 12일 2회에 걸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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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 부부창업스쿨에 참여한 김영순·양경모 부부. 아직 구체적인 아이템은 없지만 외식업을 생각하며 창업 준비중이다. 부부는 현재 강좌에서 배운 대로 주목하고 있는 상권의 유동인구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이기태>

“일단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강사의 말에 준비는 했지만 너무 단순하게 쓴 것 같아 좀 민망합니다” 부인 정씨는 간단히 인사말을 한 후 사업계획서를 발표했다.

사업주체는 정명숙·이진구 부부. 사업내용은 방이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일반 슈퍼마켓으로 주변 식당을 대상으로 식자재를 판매하고 배달할 예정이다. 기존에 창고형 납품업자가 있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지 고민이고 포인트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음식점 납품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반인 대상으로는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점. 사업 시기는 8월 하순. 점포는 25평, 월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50만원. 권리금(물건값 포함)은 1억5000만원.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슈퍼마켓이 두 부부에게 맞는 아이템입니까?”

“저희 생각으로 괜찮다고 봅니다. 남편은 영업사원으로 15년이나 일했고 저 역시 동네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지금 생각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는데요.”

“경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음식점을 대상으로 하려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할 텐데 자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요.”

창업계획서 발표 시간을 마련한 박민구(비즈니스유엔 컨설팅 사업팀장) 강사가 자녀문제와 관련해 도움말을 줬다.

“현재 사는 곳과 얻고자 하는 점포 위치가 자동차로 10분 거리라 다행입니다. 대부분 음식점이 점심 때 그리고 저녁 술손님들을 받기 위해 준비하니까 8~9시쯤이면 바쁜 일은 끝납니다. 부인은 이때 집에 와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무래도 남편 분은 늦게까지 가게에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 강사는 이 외에도 사업계획서의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었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라 외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 낮 동안 직원을 쓰면 직원 관리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권리금이 생각보다 너무 높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등등.

창업 전 부부 평등 설정이 우선

이처럼 창업시장에 배우자를 사업 동반자로 삼아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03년 여성주간을 맞아 부부창업스쿨을 마련한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 한난영 교육팀장은 “10쌍만 와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35쌍의 부부가 접수해 깜짝 놀랐다”며 “그 외에도 동업을 원하는 15쌍이 왔다. 많은 부부들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창업 열풍이라는 말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왜 이리 부부창업의 열풍이 높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부부’라는 이유로 마음이 맞고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박민구 팀장은 “부부창업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다”며 “사업에 대해 둘이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남편이 주도해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부인이 주도할 경우 혼자 여기 저기 뛰어다니다 돈 문제 때문에 많이 다툰다. 이럴 때 남편들은 그 책임을 부인에게 모두 돌리고 나 몰라라 한다.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부부창업이라 업종에 대한 제약도 많고 자본에 맞추다 보니 집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자연스레 자녀교육 문제가 불거진다고 지적한다.

창업스쿨을 이끌고 있는 한 팀장 역시 “동업자라는 마인드가 필요한데 남편은 사장, 부인은 사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마찰이 많다”며 “창업 이전에 부부가 평등한 관계라는 생각이 우선이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부부창업을 일컬어 ‘잘하면 최선의 선택이고, 잘못하면 최악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인건비와 창업자금을 절약하는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부부 간 의견충돌도 많기 때문이다.

부부창업, 꼭 지켜야 할 7계명

1. 업종선택은 신중하게

부부가 각자의 적성에 맞는 업종을 합의 하에 선택해야 어느 한쪽이 사업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2. 자금관리는 투명하게

가계비와 사업비는 반드시 분리. 정확한 매출과 손익산출을 위해서 자금관리는 한사람이 맡아 철저히 한다.

3. 수익과 인건비는 정확히

일한 몫에 대한 정당한 평가나 보상은 기본. 문서화해서 서로의 몫을 정한다.

4. 역할분담은 확실히

업무분담은 확실히 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영역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

5. 근무시간과 여가시간 분리는 철저히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업무에 임한다. 일과 여가의 분리가 안 돼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있다.

6. 부부 불화는 사업실패의 지름길

평소 부부관계가 좋지 못하거나 성격 차이가 심한 경우 부부창업은 금물이다.

7. 사업장에선 업무 파트너로서 예의를

직원과 고객 앞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칭과 직함을 사용해야 하고, 회사에서 생긴 문제는 밖에서 확실히 푼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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