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거짓말, 그리고 자유분방 싱글라이프

영화 <싱글즈>는 스물 아홉 두 여자 이야기다. 이동미(엄정화)는 뭇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프로그램 기획자, 나난(장진영)은 패션디자이너였다가 과장 눈 밖에 나 레스토랑 매니저로 황당하게 발령난 싱글. 그러나 현재 한 남자와 막 연애를 시작한 케이스다. 이 둘과 비슷한 연애관을 지닌 죄로 뽑힌 커리어 우먼 싱글 2인방과 자유분방 싱글 라이프에 대한 막가파 수다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몸 사리는 것 없이 막가기 위해서 이름은 가명.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간이 자그마한 분이나 적나라한 섹스 라이프 이야기는 질색이신 분은 눈을 감아주시길. 영화 줄거리가 대단히 많이 노출되므로 노출 기피증이 있으신 분도 이 지면을 건너 뛰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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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임신하고 난리야?

:그런데 요즘 TV나 영화에서 너무 조장하는 거 같지 않아? 처녀래도 임신하면 무조건 낳는 거.

케이:맞아. 요즘 영화나 드라마들이 다들 계몽적으로 나가는 거 같아.

:어설프게.

케이:현실적으론 있을 수 없어. 우리나라가 스웨덴 같이 복지시설이 잘 된 나라도 아니고 말야. 서유럽 이런 데면 커리어 우먼이 애를 낳아도 상류층 같고 멋있어 보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미혼모가 변변한 직장도 없이 애를 낳는 건 곧바로 빈민층이야.

:그리고 이동미(엄정화) 같이 야망도 있는 애가 무슨 맘을 고쳐먹고 애를 낳겠다고 그러겠어? 말도 안 돼.

케이:그것도 원나잇 스탠드로.

:유전자가 훌륭하단 보장도 없고. 거기다 친구 애잖아?

케이:친구 인생은 왜 생각 안 해? 너무 멍청한 짓거리야.

:그런데 김주혁 같은 애가 있나? 난 8명 정도 만나봤지만, 없더라.

케이:난 50명 넘게 만났지만 없는데? 그런 애 없어. 딱 한 명이 나한테 입맛에 맞게 잘해줬는데 능력이 없었어.

:능력이 없다면? 머리 빈 거?

케이:머리 빈 건 아니고.

:우리 또래 남자들은 능력이 없어. 돈도 못 벌고, 펀드 매니저도 아니고.

케이:뉴욕도 아니고? 여자가 사회생활을 좀 일찍 하잖아. 그래서 그런지 난 현재 팀장급인데 남자친군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걔 월급의 3배는 되고.

:(능력 없던 남자친구를 가리키며) 걘 미래도 없어. 꿈도 없어. 게다가 쫀쫀했어. 그의 쫀쫀함이란 꿈틀이야. (꿈틀?) 이빨이 안 들어가잖아. 그리고 네가 만난 남자는 보면 극과 극이야. 잘난 앤 짧게 만나고, 걔처럼 순종적이지도 온갖 것을 채워주지도 않거나.

케이:아니면 바람둥이거나. 잘난 애들은 꼭 인물값을 하더라. 또 너무 못생긴 애들은 성욕이 안 일어.

:왜 <어린왕자>에서 그러잖아. “너네 별 사냥꾼 있어? 없어. 닭은 있어? 없어.” 그러니까 어린왕자가 “세상에, 다 갖출 순 없지.” 이러고 말잖아.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살을 섞지 않고 룸메이트가 가능하단 거, 그거 거짓말 아냐?

케이:아니. 그건 그럴 수 있어. 내 주변에 그런 애 있어. 그걸 공거라고 해. 동거는 살을 섞는 거고, 공거는 그냥 같이 살기만 하는 거. 그 여자애가 심지어 가슴이 C나 D컵인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D컵이면 앞으로 넘어지지 않나?

케이:그러게.

:그런데 영화에서 맨다리 봤어?

케이:아니, 못 봤어.

:엄정화 팔뚝은 봤어. 이범수 궁둥이도 봤고. 그런데 이범수 나름대로 이쁘더라. 몸 좀되던데? 거기 두 남자, 버릴 데가 없더라. (두 남자 칭찬이 늘어지다가)

케이:21세기 커리어우먼을 표방하면서 어떻게 베드신은 70년대야? 뭐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진 않았어.

:재밌긴 했는데, 너무 기승전결이야.

케이:결혼, 꿈, 직업에 대해서 확실히 짚어주질 않았잖아. 간이 덜 된 영화랄까.

:재미있는 말은 많아. 알콩달콩한 대사도 많고.

케이: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나난은 병신 같아. 자기 꿈을 위해 확실히 아가는 것도 아니고, 스물 아홉 살 싱글이 다 멍청이라니. 히로인의 매력을 모르겠어.

여자들이 먹는 게 그리 좋아?

케이:(이런저런 결혼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내가 결혼할지 고민이야. 선배 하나가 그러는데, 실제 서른하나와 서른 둘은 아주 많이 다르더라는 거야. 느낌이. 서른이면 스물 아홉이라고 우길 수 있지만, 서른은 이제 30대구나, 20대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그런 거잖아.

:맞아. 영화에서도 김주혁이 나난더러 몇 살이냐 물으니까, 나난이 스물 다섯 살. 4년 전부터. 이러잖아. 사람들이 생각보다 어른이 금방 되는 게 아닌데. 난 아직도 내가 사춘기 같고 어른인지 모르겠어.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성장 영화 아냐?

케이:맞아. 그런데 주인공은 하나도 성장하지 않는! 결혼이냐 혼자 남느냐에서 단지 혼자 남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게 성장도 아니고. 게다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아이 낳고 살 수 있다고 하는 게 성장이야? 맘에 안 들어. 성장이란 자기 안에 뭔가 깨달아야 하고 설득력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하나도 깨닫는 게 없잖아. <섹스 앤 더 시티>가 더 깨닫는 게 많아. 왜 남자가 펠라치오를 해달라고 우기자 누구더라. 아무튼 끝까지 안 하잖아.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다짐해. 차라리 헤어지고 말지 안 한다. (우하하) 그런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먹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정말. 그런데 정액이 건강 증진, 자양강장 뭐 그런 효과가 있다며?

케이:아니. 그건 뻥이야. 그리고 난 안 먹을 거야. 아무 맛없어. 맛있으면 먹겠다. 그냥 키스하다가 삼키는 상대방 침은 달콤하지만, 길가에 어떤 새끼가 침 뱉어놓고 먹으라면 먹겠냐? 그런데 말야. 테크닉이 뛰어난 놈들은 모두 그걸 원하더라.

:다행이네. 테크닉이라도 뛰어나니.

케이:남자와 사는 건 사자와 함께 사는 거 같아. 이빨, 발톱 있는 사자한테 날 물지 않도록 훈련시키며 사는 거 아냐?

:영화 <크라잉 게임> 보면 그런 얘기 나오잖아. 전갈이랑 개구리. 강을 건너다 전갈이 개구리를 찌르잖아. 그래서 개구리가 왜 그러냐 물으니까, 전갈이 그래. 본능이야.

케이:난 본능에 충실해.

:넌 전갈이야. 고양이 길들이기도 힘든데 하물며 전갈을?

케이:난 아직 ‘미스터 라잇’을 못 만난 거야.

:미스터 라잇?

케이:있잖아. 바로 이 남자다. 그래서 Mr. Right. (그런데 전에 능력 없지만 사귀던 남자는 어쨌냐는 질문에) 헤어졌어. 사랑하지 않아서.

:걔는 네 직업을 너무 좋아한 거 같아. 자기 여자친구가 뭐뭐다 이러는 거.

케이:난 이상하게 잘나고 능력 있는 남자는 매력이 없더라. 그리고 그들은 꼭 왕자병이야.

:넌 공주병.

케이:그건 그래.

:넌 존경할 만한 남자를 좋아하잖아. 그리고 얼굴도 보고. 심지어 필도 보잖아. 근데 넌 남자 단점 찾기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그래서 다 헤어지잖아.

케이:그래, 안 헤어진 적이 없어서 뭐라 반박할 말은 없다. 내가 단점을 찾는 게 아냐. 나 정도면 훌륭하잖아. 완벽한 놈은 꼭 자고 나면 연락을 끊는 거야. 아니면 잤는데 남자가 스킬이 떨어지던가 그러면 내가 끊거나. 아니면 자고는 싶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다거나.

여자 똑똑한 게 왜 싫어?

:우리나라 남자들이 잘난 여자 싫어하잖아?

케이:그래. 여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자기보단 덜 똑똑하길 원하는 거야. 그래야 보호해 주고 싶어서, 내가 없으면 이 험한 세상을 못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야.

:그래서 영화처럼 파이프 고쳐주고?

케이:근데 난 혼자서 잘 살 거 같거든. 멋진 친구로 두고 싶지만 사귀고 싶진 않다는 거야. 왜 여자들이 보기에 진보적이라고 하는 남자, 킹카라고 하는 애들도 똑같아. 그런 애들이 멍청한 여자는 싫어하잖아. 하지만 자기보다 똑똑한 여자도 싫어해.

:여자가 순종적이면서 능력도 있길 바라잖아? 남자들은 하나 같이 너무 보수적이거나 철이 없는 거 같아.

케이:대표적인 게 홍길동(가명)이잖아? 평상시엔 쿨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막상 자기 여자는 참하고 순진하고 요조숙녀인 척 내숭떠는 여자로 고르잖아. 전에 사주 봐준 사람이 나보고, 네가 시집을 가려면 절대 남자랑 첫날엔 자지 말라는 거야. 난 첫날에 자진 않아. 그건 어릴 때 다 뗐어. 그런데 저번에 만난 남자애가 그러는 거야. 첫날이나 몇 번 만난 뒤 자거나 자는 건 똑같은 거 아니냐? 어차피 섹스 하러 만난 건데 첫날이랑 열흘 뒤랑 뭐가 다르냐? 왜 빼냐? 그래서 내가 그랬어. 넌 생쌀 씹어먹냐? 뭐든지 때와 장소가 있는 법 아냐? 그런데 최근엔 첫날 자서 자기랑 맞으면 사귀자는 놈도 있더라.

:너, 그거 믿냐?

케이:아니. 어쨌든 첫날 자진 않아. 일주일쯤 사귀어서 괜찮으면 자고. 아니면 정 꼴리면 자고.

(그런데 멋진 싱글이 되기 위한 제일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케이:일단 절대적으로 일이 있어야 해. 이범수가 그러잖아. 이동미더러. 사표 던질 땐 멋있지만, 그 훈 안 멋있어. 딱 그거야.

:맞아. 사랑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진 말라고 말하고 싶어.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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