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페미니스트 레이첼 카슨

우리나라 에코페미니스트 김재희씨가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이자 에코 페미니스트인 레이첼 카슨의 일생을 다룬 책. <지구의 딸 지구 시인 레이첼 카슨>을 냈다. 레이첼 카슨은 여성적 감수성을 과학 안에 들여와 섬세하고 정겨운 필치로 해양 생태계를 일반인들에게 접하게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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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침묵의 봄>으로 알려진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의 전기 <지구의 딸 지구 시인 레이첼 카슨>(이유책 간)이 나왔다. 저자는 <신과학 산책>, <깨어있는 여신> 등을 집필하고 <아주 작은 차이> 등을 번역한 김재희(45)씨. 여성, 과학, 영성을 포괄한 김씨의 관심사에 첫 번째 인물로 들어 온 레이첼 카슨은 인류 생존과 무관하지 않은 환경 문제를 환경파괴의 주범인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론화 한 인물. 여성적 감수성을 과학 안에 들여와 섬세하고 정겨운 필치로 해양 생태계를 일반인들에게 접하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레이첼 카슨은 여자 생물학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태계의 건강함, 치유력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 믿는 부분에 있어 시대와 문화는 다를지언정 그 시각과 접근은 매우 유사하다. 지구 안의 생명체들을 공동체로 보지 않고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이분법적 시각, 산업화의 폐해는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 고민 지점이다.

“‘환경위기’란 말에는 벌써 편협한 시각이 담겨있어요. 환경이란 보통 인간을 뺀 나머지 자연에 해당하는데,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 역시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존재여서 이들을 다 빼고 흙과 물과 공기만 도려낸 상태는 지구라고 할 수 없죠.” 김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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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과 책.▶

‘얽히고 설킨 생명의 그물,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고리’를 전달하려 애쓴 레이첼 카슨의 56년 생애가 감성적이고 친절한 필치로 소개된다.

독일 2000명 여성 페스티벌로

촉발된 여성 인물 시리즈

레이첼 카슨이 대학을 다닌 1920년대. 여자 과학자가 드물었던 당시 그는 문학도의 꿈을 접고 생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우즈홀 해양 연구소에서 일하는 동안 그가 쓴 해양 생물 프로그램 대본은 사람들을 라디오 앞으로 이끌었다. 어류야생생물청에서 16년 동안 일하면서 펴낸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 자리>, <침묵의 봄> 등은 레이첼 카슨에게 ‘환경 운동의 창시자’라는 별칭을 갖게 했다. 특히 <침묵의 봄>은 미국의 환경 운동을 촉발하고 정부의 환경 정책을 변화시킨 환경 관련 저서 명작. 1980년 미국 정부로부터 자유 훈장을 받고 <타임>지가 정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레이첼 카슨이 이유인물선 1호가 된 것은 환경 운동이라는 패러다임을 이끌어 냈기 때문. 김씨는 이후 사회적,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은 여성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똑같은 사건 속에서도 부각되어지지 않는 여자의 눈으로 역사 보기 작업을 할겁니다. 불균형하고 불공정한 부분을 균형 잡는 일이죠.”

식민지적 인물관에 젖어 있는 우리 시대에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여성들을 드러내고 그들을 역할 모델 삼는 작업은 김씨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일이다. 3년 전부터 기획된 이유인물선 시리즈는 그가 경험한 독일의 여성 페스티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2000명의 여성들이 모여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알고 있거나 들은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직접 재현했던 사건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마을에 살던 한들 할머니를 재현했는데, 그와 같은 식으로 문화적, 시대적으로 다른 복장을 한 여자 20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네들의 사연을 적은 돌멩이를 세우고 마을을 돌며 축제를 벌였던 기억은 그에게 깊이 각인돼 이유인물선 시리즈의 배경이 된 셈.

“1명씩 10명이 영향 받는다고 하면 100명했을 때 1000명쯤 그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지 않겠어요?”

앞으로 100명의 이야기를 하면서 가려졌던 여성들을 드러내고 그들의 역사를 복원시킬 계획. 기존의 인물 자료들을 후배, 딸에게 들려주듯 편하게 전달할 생각이다. 스캔들 위주의 내용이 아닌 여성 개인의 성장이 사회와 만나는 지점을 진지하게 담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현재 배출된 인물은 여섯 명. 과학자, 여성운동가 등 다양한 층위에서 목소리를 가졌던 여성들을 드러내 딸들에게는 역할 모델을, 아들들에게는 여성에 대해 가졌던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게 만들것이라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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