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8살의 외모 코르셋
[기자의 눈] 8살의 외모 코르셋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4.09 09:59
  • 수정 2020-04-09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국 딸 수아,설아
화장하며 외모비하…
논란 일자 영상 삭제
식약처, 화장품법에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 넣으려다 철회…
“어린이의 화장 더
부추길 수 있어”
축구선수 이동국, 이수진 부부의 쌍둥이 딸 설아와 수아가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영상이 논란 속 삭제됐다. 이동국 가족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 영상 화면 중 일부.
축구선수 이동국, 이수진 부부의 쌍둥이 딸 설아와 수아가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영상이 논란 속 삭제됐다. 이동국 가족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 영상 화면 중 일부.

축구선수 이동국, 이수진 부부의 쌍둥이 딸 설아와 수아가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는 영상이 논란 속 삭제됐다. 해당 영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일 이동국 가족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에는 8살이 된 설아와 수아가 각자의 외모를 평가하면서 화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수아는 “요새 제가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맛있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설아는 맨날 다이어트 한다고 운동하고, 저는 밥을 많이 먹어서 살만 뒤룩뒤룩 찌니까 화장을 좀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외모를 비하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엄마가 마음껏 화장하라고 허락했다”며 “옛날에는 진짜 예뻤는데 왜 이렇게 못생겨졌는지 모르겠다”면서 얼굴에 화장을 했다.

설아는 “빨리 어른이 되어 화장하고 싶다. 어른들은 자기만 예뻐지려고 한다”며 “나도 하면 너무 예뻐질까 봐 그런가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예쁠지 몰랐다”며 “예뻐지려면 꼭 참아야 될 것이 있다. 바로 고통”이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를 콘텐츠로 삼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해당 콘텐츠는 삭제됐다.

어린이가 화장을 하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가 2017년 5월 초·중·고 여학생 3087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 여학생의 42.7%가 색조 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색조 화장을 주 1회 이상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0.5%로 절반이 넘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73.8%, 76.1%가 색조 화장을 해봤다고 답했고, 주 1회 이상 하는 비율은 각각 81.3%, 73.4%였다.

이에 따라 어린이용 화장품 판매도 증가 추세다. 2018년 SK플래닛 11번가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용 화장품의 지난해 매출이 2016년보다 29% 증가했다. 화장대와 화장놀이 제품도 2016년과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82%, 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색조 화장품의 매출이 높았다. 2017년 유아 립스틱 매출은 전년보다 무려 549% 증가했다. 유아 매니큐어는 233%, 유아 메이크업박스도 101% 상승했다. 

보건당국은 화장하는 아이들이 증가해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을 도입하려고 했다가 2018년 6월 한 차례 철회했다. 12개로 나뉜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용 제품류’를 추가하고 성분과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취소한 것이다. 

현재 개정된 화장품법 시행규칙(개정 2020년 1월 22일)을 보면 어린이용 화장품은 별도 규정되지 않았다. 화장품 유형과 사용 시의 주의사항 제 19조제3항에 따르면 화장품의 유형은 △만 3세 이하의 영유아용 제품군 △목용용 제품류 △인체 세정용 제품류 등 13가지이다. 다만 올해 1월 1일부터는 화장품 성분에 관한 소비자 정보제공이 확대된다. 영·유아용 제품류(만 3세 이하)와 어린이용 제품(만 13세 이하)임을 특정해서 표시해야 한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용 화장품을 공식화하면 어린이의 화장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뿐 아니라 성인을 모방한 아이들의 과도한 꾸밈, 성 고정관념 고착화 등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일명 ‘코르셋’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 채널에서 초등학생에게 화장법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이 다양하다. 이처럼 성인들의 이른바 '외모 코르셋'이 어린이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무작정 아이들의 화장을 막을 수는 없다. 화장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발생되는 따돌림 문제 등을 쉽게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왜 화장 하는지,  화장을 하게 만드는 원인부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