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1번 후보
“형식적인 젠더 공약으로
이슈메이킹 하고 싶지 않았다“

변옥경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앞으로 계획에 대한 질문에 "계획없이 지금 현재를 즐기고 싶다"며 웃으면서 대답했다. ⓒ홍수형 기자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근처 한 카페에서 변옥경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1번 후보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변옥경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1번 후보(56)는 당 내에서 ‘성폭력 방지 전문가’로 통한다. 변 후보는 2008년 이탈리아 로마 살레시오 대학교에서 교육사회학으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인간의 성(性)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변 후보는 유학 전 미혼모의 집에서 활동하며 젠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는 “시설에서 어린 아이들이 임산부가 돼서 아이를 낳고 그중에는 자신의 힘으로 키우겠다고 나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입양을 선택한다”며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생명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20대 시절 처음 ‘생명’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인간학을 공부하며 낙태를 중심으로 연구를 했다”며 “공부를 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생명이 있기 때문에 둘이 나뉠 수 있다는 접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근친상간에 대한 사례를 접하면서 성에 대해 집중 연구를 하기 위해 이 분야의 학사·석사·박사를 땄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안산생명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내며 정치에 대한 생각을 굳혔다. 변옥경 후보는 “우리나라는 트라우마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며 “우리 센터도 초기에는 불모지였는데 건립 후에는 정부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센터 지원을 할 때 생각보다 유가족들의 거부반응이 있었다”며 “광화문에서 목소리 내시는 유가족들도 계시지만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분들을 센터로 초대해 힘든 마음을 치유하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변 후보는 “세월호 사건은 엄연한 국가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해당 사건 대응 등 문재인 정부와 뜻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 변 후보는 “정치 세계에 들어온 지 2주정도 됐다”며 “요즘에는 열린민주당이 유튜브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방송에서 피곤한 얼굴을 많이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에 출근해서 정책 연구·개발을 하며 방송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당을 홍보하는 중”이라며 “다만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혹시 내가 실수를 할까봐 항상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의 핵심 10대 공약에 여성·젠더 공약이 없다는 의견에는 이슈메이커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당 차원에서는 내 분야인 여성 정책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며 “그러나 내가 오히려 여성 공약이 이슈 몰이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성 정책은 길게 보고 갈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러 당에서는 ‘N번방 사건’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그 진정성이 궁금하다”며 “열린민주당에 해당 공약을 넣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례대표 후보인 나는 내 분야인 젠더 정책을 비례대표가 되면 이 부분만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옥경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홍수형 기자
변옥경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1번 후보는 이번 N번방 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대를 마련해 예산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홍수형 기자

이번 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전담 수사대를 마련해 예산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변옥경 후보는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어떤 이슈가 잡히면 막 몰려들었다가 금방 식어버린다”고 말했다. 변 후보는 “나에게도 N번방 사건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들이 들어온다. 나는 ‘성범죄 수사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경찰청 내에 수사대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이 들어오면 움직이는 것 말고 상설로 운영되며 그곳에서 아이들과 가해자들을 위한 교육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여성가족부에서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맡긴다고 했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립적으로 분리돼 있어야 하고, 신종 디지털 성범죄까지 커버가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에서 3-40대를 보낸 변옥경 후보는 젠더 교육에 있어서 한국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후보는 “한국은 여성으로서 살기 쉽지 않은 곳”이라며 “젠더 갈등은 모두 교육에서부터 발생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함께 잘 살아가는 것 아니냐”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하면 평평하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여성과 함께 아동과 가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싶다고 밝혔다. 변옥경 후보는 “가정 중심으로 된 정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며 “또한 여성과 아동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양형기준이 낮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적게 만들지언정 굉장히 탄탄하고 오래도록 쓰이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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