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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배 속의 태아.

낙태에 대한 위험성은 수도 없이 경고되고, 또 법으로 금해야 하느냐 아닌가의 논란이 아직도 분분하기만 하다.

그런데 낙태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위법이냐 아니냐의 논쟁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혹은 너무 쉽게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낙태는 여성의 건강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낙태에 대한 위험성의 경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낙태를 피임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차원에서의 성교육 및 사회차원에서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낙태는 여성들에게 너무도 치명적인 수술이다. 임신주수에 따라 수술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수술방법도 안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위험하기만 하다. 낙태수술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 중 마취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자궁천공이 될 수도 있다. 수술 후 자궁무력증에 걸려 자연유산이 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도 우울증이나 죄의식에 빠져 고통받는다.

내가 아는 한 여성도 낙태를 하고 난 후에 죄의식에 빠져 낙태에 관련된 기사나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차마 인간이 할 수 없는 수술을 피임의 대안으로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일차적으로 개인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되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조건 그렇게 매도하기엔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사회적인 제도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태어나는 아기가 70만명인데, 낙태로 죽어가는 아기는 15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두배도 넘는 귀한 생명이 어른들의 선택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이 없어서 그렇지 아마도 세계적으로 낙태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일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혼여성과 기혼여성이 하는 낙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혼여성의 낙태는 피임의 대안으로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미혼모가 된다는 것은, 나라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지만 사회적으로도 냉소적인 시각을 받아야 하고, 하루아침에 자신의 인생이 곤두박질쳐버릴 것을 아는데, 그 위험을 누가 무릅쓸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에 관련된 어떤 유용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성적 요구를 차마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임신과 낙태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지 않아서, 어린 소녀들은 임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관계 후 토끼을 뛰기도 하고(그러면 정자가 자궁으로 올라갈 수가 없어서 임신이 안된다는 논리이다) 낙태하기 위해 까만 물, 콜라를 마시기도 하고, 물구나무 서서 아랫배를 차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또 피임약을 소화제처럼 성관계 후에 사먹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은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고 구체적인 성교육을 시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린 사람들에 대한 성교육은 너무나 필요하다.

그러나 기혼여성은 좀 다르다. 기혼여성의 낙태수술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무거운 문제이다. 정말 심하게 죄의식을 느껴야 할 잘못된 선택이다. 결혼한 부부끼리 피임에 대한 준비 없이 한 생명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낙태수술을 택한다는 것은 분명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어떤 남편은 이미 아이가 네 명이나 있는 상태에서 아내가 임신을 하자 '여자가 칠칠하지 못해서 또 임신을 했다'며 아내를 나무랐다고도 한다.

이것은 아주 심한 사례이겠지만, 낙태가 여성만의 문제인가? 피임은 여성의 복지만을 위해서 필요한가? 남성들은 피임에 동참해야 한다.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피임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섹스는 두 사람이 서로의 좋은 감정을 나누고 더 증폭시키기 위해 한다. 쾌락의 만족이라는 즐거움을 위해서도 한다. 섹스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소통하는 대화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 중에서도 가장 친밀감을 확인하고 사랑의 신뢰를 확인하는 행위이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섹스할 수 있다면 더 멋지고 황홀한 경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나누고 여성에게 사후피임약을 사다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쾌락 같은 즐거움뿐 아니라 행위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나누어야 제대로 어른답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성건강을 지켜줄 의사가 없다면 섹스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하기 전에 확실하게 피임의 준비를 마침으로써 사랑의 진정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배정원/ 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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