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 30년 뒤에는 ‘허블의 어머니’ 낸시 로먼이 있다
‘허블우주망원경’ 30년 뒤에는 ‘허블의 어머니’ 낸시 로먼이 있다
  • 박지은 기자
  • 승인 2020.04.04 08:00
  • 수정 2020-04-04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허블우주망원경 30주년
허블 프로젝트 추진 위해
천문학자 조직하고 의회 설득
NASA 첫 여성 임원으로
후배 여성과학자에게 길 열어줘
낸시 로먼 ⓒNASA
1962년 NASA 근무 시절 태양공전관측위성 모형을 설명하는 낸시 로먼. ⓒNASA

올해는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사된 지 30주년 되는 해다. 1990년 4월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디스커버리호에 이 망원경을 실어 우주로 보냈다. 처음으로 지구 상공 610km 궤도에 오른 허블 우주망원경은 2.4m의 렌즈로 인류에게 새로운 우주를 보여줬다.  

미국 과학 잡지인 피직스 투데이(Physics today)는 허블 우주망원경 30주년 기념 기획기사에서 “허블 우주망원경 뒤에는 낸시 로먼(Nancy Grace Roman)이라는 여성이 있다”며 “낸시 로먼의 빈틈없는 결정이 94인치 궤도를 도는 이 허블 우주망원경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천문학자인 로먼은 NASA 창립 이듬해인 1959년 공간천문학 파트의 초대 책임자로 부임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허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허블의 어머니라 불린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 네쉬빌에서 태어난 로먼은 초등학교 5학년때 천문학 클럽을 조직할 정도로 달을 보는 것을 좋아한 아이였다. 1946년 스와스모어 대학을 졸업한 뒤 1949년 시카고 대학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시카고 대학 예크스 천문대(Yerkes)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해군연구소에서 잠시 일한 뒤 34살이던 1959년 NASA에 들어갔다.

로먼은 당시 출범한지 6개월 정도 지난 NASA의 공간천문학 분과 책임자로 입사했다. 로먼은 NASA에서 대기권 바깥 궤도를 도는 수많은 관측위성의 길을 개척했다. 3기의 태양 공전 관찰 위성을 쏘아 올렸고 소형 천문 위성도 3기를 배치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의 관찰 기구를 탑재한 천문 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천문 로켓 프로그램, 고에너지 천문 관측 위성, 상대성 원리에 의한 적외선 중력 실험 등을 계획했고, 스페이스랩, 제미니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 스카이랩 등의 사업에도 참여했다. 

ⓒNASA
허블 우주망원경 ⓒNASA

로먼의 가장 큰 업적은 허블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였다. 로먼은 1960년대부터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나사의 분위기와는 달리 로먼은 전통적인 지상 천문학 장비보다 우주 천문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상의 천문학자들에게 우주 천문학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우주망원경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먼은 천체 물리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안한 초대형 우주 광학망원경 허블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로먼은 이 우주 비행의 이점을 홍보하기 위해 전국의 천문학 부서를 방문하고, NASA 기술자와 공학도를 영입해 천문학자와 함께 회절 제한 120인치 대형 우주망원경의 타당성 연구를 추진했다.

의회를 설득하고 천문학자들을 조직한 로먼은 청원운동을 주도하고 대중 강연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했다. 로먼의 18년에 걸친 노력 끝에 1978년 의회는 허블 프로젝트 예산을 승인했다. 그 뒤 수 차례 설계 수정 발사 연기 등을 거쳐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4월 지구 궤도에 올려졌다.

낸시 로먼 ⓒNASA
낸시 로먼 ⓒNASA

 

로먼은 1979년 은퇴할 때까지 NASA에서 19년을 재직했다. 은퇴 한 뒤는 자문, 천문학 강의, 과학계 여성들을 위한 캠페인, 조언, 그리고 천문학 연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의 성공 뒤에 로먼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려졌다. 당시 공간천문학 분과장이던 에드워드 웨일러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먼 스피츠를 허블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허블의 어머니는 낸시 로먼”이라고 말했다. 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도 “낸시가 허블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천문학자들을 조직화하고 의회를 설득해냈다”고 밝혔다. 

로먼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어야 했다. 고등학교때 라틴어 대신 수학을 택하자 교사는 “어떤 여자가 라틴어 대신 수학을 수강하겠느냐?”며 비웃었다고 한다. 로먼은 후일 인터뷰에서 연구소 동료들이 한동안 그에게 아예 역할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동료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여성이 극소수인 NASA에서 최초의 여성 임원에 올랐다.

2018년 12월 로먼이 사망하자 미국 언론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고 미래의 여성들에게 과학자의 길을 열어 주였다”고 애도했다. 또한 "허블 우주망원경 덕분에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우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은하계까지 볼 수 있었다”고 로먼에게 공을 돌렸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