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여성 공약 분석] “과거 공약 재탕·삼탕… 철학이 없다”
[21대 총선 여성 공약 분석] “과거 공약 재탕·삼탕… 철학이 없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4.02 16:17
  • 수정 2020-04-0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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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정당 5곳과 성평등 이슈에 적극 대응하는 소수정당의 주요 여성·성평등 공약을 살펴봤다.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는 박명숙 (왼쪽부터)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조은호 디지털 성폭력 변호사, 박선영 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그리고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가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정책 현장 전문가 간담회에는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왼쪽부터),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조은호 디지털 성폭력 변호사, 박선영 한국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원내정당을 비롯해 소수정당 중 상대적으로 여성정책 공약을 적극적으로 다룬 정당의 여성관련 공약을 살핀 각 분야 전문가들은 “여성 정책에 철학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공약은 현재 시점에서 당이 여성 정책에 어느 정도 인식을 가졌나 정도로 참고하면 좋다. 현실정치 진단용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은 국회가 만들지만, 행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내건 공약”이라고 밝혔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3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각 분야 여성 의제 전문가들이 모인 2020 4.15 총선대비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 검토 대상이 된 당은 원내정당 5곳과 소수 정당 중 여성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정당의 공약들이다. 살핀 분야는 △스토킹·가정폭력 △보육·교육 △디지털 성폭력 △강간죄 △고용·일분야 등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박선영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좌장으로 하고, 조은호 민주주의사회를위한변호사를위한모임 소속 변호사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등이 참여했다.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그리고 박선영 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그리고 박선영 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송 사무처장은 각당의 스토킹 문제의 낮은 주목도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스토킹 문제는 관심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또한 정책적 발전이 잘 안 돼 있고 변화도 더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은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 범죄이고 스토킹은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안이 없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인 피해자에 대한 가정폭력 보안책이 없어 문제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각당의 공약들이 특히 아동 관련 학대 문제에만 발달돼 있다”며 “가정폭력 목적조항은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식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일어난 가정은 이미 파괴된 가정이고 처벌법으로 회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처벌법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육 관련 공약을 살핀 장 활동가는 보육 정책 자체가 여성 정책의 일부로 비춰지는 데에 경계했다. “보육 정책은 기업에 부담 안 주고 정부가 다 책임지고 아니면 양육자, 가족이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소할 수 없다”며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당의 공약에서 노동이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현 정부가 시행 중인 과제를 공약으로 넣거나(민주당,청년 및 여성 과학 기술인 연구 기회 확대를 위한 6가지 공약), 당내 의원이 반대하고 협박한 공약(통합당,어린이집 급간식비 확대) 등도 “어처구니 없는 공약들”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 국민연금 지원제도’, ‘만5세 0학년제도 도입’ 등과 같이 좋은 공약으로 평가받는 공약들은 입법을 위한 정당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봤다.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그리고 박선영 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그리고 박선영 여성적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일명 N번방 공약은 조은호·우지혜 번호사가 살폈다. 조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개인적, 성적 일탈을 넘어선 조직화·사업화 된 성착취 범죄라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 사업화 되었는지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사후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플랫폼 자체에 대한 공약이 실종되었고 통합당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을 이해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변호사는 대부분 당의 공약에 대해 “표면적으로 바라볼 뿐 각 공약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 처벌할지 말 못 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정의당이 내놓은 디지털 성폭력 및 여성혐오 종식을 위한 국가 비전 수립과 법 제도 정비에 대해 “인상적”이라 평했다. 

김 부소장은 강간죄, 성폭력 종식 등과 관련한 공약을 검토 후 “지난 미투 국면 이후 5개당이 발의한 강간죄 관련 개정안이 1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앞두고 나온 공약들은 도리어 후퇴했다”라고 평가했다. 강간을 ‘폭행 또는 협박’ 여부가 아닌 ‘동의’ 여부로 판단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정식으로 공약집에 싣으며 제안한 당은 현재 정의당이 유일하다. 민주당은 ‘비동의 간음죄 도입 검토’로 내놨다.  “여성 폭력에 대한 강간죄 개정이 빠진 상태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논의 안 된 채 의제강간 연령을 높인다면 편리하게 사건을 치우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선임연구원도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성범죄를 바라보면 일반 성인에 대한 관점이 사장된다”고 덧붙였다.

박 부대표는 “21대 총선에 제안된 여성 정책 전반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공약이 뒤로 밀렸음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이 없었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생했다”며 “이처럼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여성 노동자의 문제는 외곽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국민의당에 여성노동과 관련된 공약이 없음을 지적하고 여성 일자리·노동과 관련된 공약이 “여성의 노동과 일자리 문제가 경력단절의 프레임에 한정되고는 하는데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제20대 4.13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내놨던 공약들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몰래카메라 범죄 및 스토킹데이트폭력 예방법’을 공약으로 내놨다. 새누리당은 당시 청년 대상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공약으로 내놨었다. 이때 나온 공약들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되지 못한 채 21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등장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각 전문가들은 반드시 필요한 공약과 정책에 대해 △강간죄 구성 요건 ‘동의’ 여부로 개정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스토킹 특별법 제정 △온종일돌봄 특별법 제정(초등돌봄의 법적근거 마련)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기본계획과 국가 비전 수립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교육, 성교육 표준안 마련 등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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