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④ 이웃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도서관
[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④ 이웃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도서관
  •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 승인 2020.04.05 08:49
  • 수정 2020-04-05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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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고 훌륭한 도서관보다
개인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따뜻한 환대로 가고 싶은 도서관
10년 동안 도서관은 창고가 되어 있었다. ©송은아
10년 동안 도서관은 창고가 되어 있었다. ©송은아

 

마을 작은도서관이 재개관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자원 활동을 하고 있다. 재작년 10년 전 문 닫힌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도서관을 다시 시작해보자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조금은 망설여졌다. 마을 내에서 갈등으로 ‘싸움의 장’으로 쓰였던 이전의 도서관 문을 열어보니 도서관과 관련 없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고, 아파트 단지 안에 도서관이 생기면 관리비가 올라가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보자고 힘을 합친 분들(운영위)의 열정과 에너지는 나의 멈칫함이 달아나게 했다. 도서관 일거리에 누구 꺼 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우리집 꼬마 자원활동가는 며칠 동안 도서관가구를 조립했다. ©송은아
우리집 꼬마 자원활동가는 며칠 동안 도서관가구를 조립했다. ©송은아

 

나에게 도서관이 주는 의미처럼 누군가에게 쉬어갈 수 있는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기를, 책과 문화 활동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이웃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바랬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잠깐 머물렀던 외국의 지역 어린이박물관과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들의 자원 활동과 기부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걸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다. 부러워만할 게 아니라 ’나‘부터 내가 사는 곳에서 시작 해보자 하는 마음을 도서관 일을 하게 되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모아졌을 때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가능해졌다. ©송은아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모아졌을 때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가능해졌다. ©송은아

 

우리집 세 아이들도 도서관 자원 활동가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운영위원분께서 도서관의 모든 책을 새로 분류하고 정리하실 때, 아이들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똑같은 책을 잘 찾아냈다. 이전 해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첫째 딸은 도서관에 쓸 북유럽 조립식 가구의 대부분을 조립해냈다.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고 싶은 도서관들을 찾아가 견학을 하고, 이웃과 인근 도서관에서 도서를 일부 기부받았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독서실과 도서관 관리시스템을 통합하게 되면서 도서관으로는 보기 드물게 ‘매일 문 여는 도서관’이 되었다. 사립공공도서관으로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주택에 사는지 상관없이 담벼락 경계를 허물고 이웃들과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만나고 있다. 조용함과 금지를 강조하여 자칫 경직될 수 있는 도서관에서 벗어나 사람에 대한 존중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시도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소극적인 문화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따뜻한 어른들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란다. ©송은아
아이들은 따뜻한 어른들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란다. ©송은아

 

작년부터 도서관에서는 시·도의 지원을 받거나 자발적으로 형성된 모임으로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그라피, 전통매듭, 동양화, 천연 아로마용품만들기, 뜨개질, 커피 등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마을 내에 재능을 가진 이웃분들께서 선생님이 되어 진행해주셨다. 참여하신 분들은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고 좋아하셨다. 아이들에게는 길에서 반겨주는 마을 어른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고 한다. “한 달 동안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는 오늘만 기다렸어요”, “언제 또 모여요?”, “도서관에 오면 항상 파티 하는 기분이 나요”하는 마을 아이들의 말들이 본업이 있지만 시간을 쪼개서 자원 활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큰 힘이다.

운영의 어려움으로 몇 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작은 도서관의 수는 생각보다 많다. 우리 도서관이 다시 문 닫지 않기 위해, 지역 기반의 지속 가능한 소규모 도서관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 헤매고 있다. 책을 중심으로 하는 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이웃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작지만 알찬 곳이 되려고 한다. 근사하고 훌륭한 도서관보다 개인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따뜻한 환대로 가고 싶은 도서관이 되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처럼 내 힘이 허락하는 만큼씩만 힘을 보태면 될 것이다.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함께 하는 분들과의 속도에 맞춰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 도서관 독서모임의 이름처럼 희안하고 느슨하게 천천히 함께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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