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미지 벗은 남성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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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태>

남성이지만 ‘남성중심’을 탈피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여성과 아동권리를 지키는 100인 클럽의 회원이며 강의, 경찰청 여성범죄 자문위원, 법무부 여성정책 자문위원 등 이름도 많다. 지난 15일 방학이지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경찰대학 표창원(37)교수는 역삼동 한 커피숍에서 기자를 기다리는 동안 노트북을 켜 놓은 채 한창 작업 중이었다.

“남성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모든 부분은 오히려 여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피해자 즉, 범죄·치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찰은 양성비율이 맞아야 하죠. 아동, 노인, 장애인을 대할 때 완력과 힘이 아닌 이해와 동감이 절실하기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여성경찰 비율은 3%로 지난 99년 0.9%에 비해 증가했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여성경찰 비율 17∼20%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인구비율에 맞춰 장기적으로 여성경찰을 5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표 교수는 여성 경찰관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능력발휘 기회를 주는 인사라며 여경들이 인사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상담을 많이 한다고 전한다.

표 교수는 부패방지위원회 자문위원이다. 부패방지위 자문위원으로서 그가 말하는 부패의 해결책은 여성참여다. 영국유학시절, 표 교수가 영국경찰 부패에 대해 논문을 쓰려고 할 때 모든 이들이 그를 말렸다고 한다. ‘영국경찰에 부패란 없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바람에 더욱 오기가 났다는 그는 굽히지 않고 논문을 쓰게 되고 이 경험으로 경찰 비리와 부패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척결하는 방법까지 고민하게 됐다 한다.

“영국경찰이 ‘고액 소수’형의 부패라면 한국은 ‘소액 다수’형이죠. 한국은 교통경찰의 범칙금 횡령부터 시작해서 고위 간부들의 뇌물 수수까지 곳곳에 비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를 없애는 것은 다양성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여성경찰, 소수자를 대변하는 사람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기와 다름을 인정하면서 이용하지 않는 풍토를 만드는 것입니다.”

표 교수는 영국유학 당시 이승아(33)씨와 결혼, 7살난 딸 민경이와 9개월 된 아들 진우를 둔 아빠다.

그는 “민경이가 여자이기 때문에 다가올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이 항상 걱정스럽다”며 “아이가 긴장할까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어 앞으로 걱정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빠가 될 생각이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표 교수는 기혼여성의 육아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같이 공부를 했으나 아이를 낳고 쉬고 있던 아내 이씨가 창업에 새로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해서 공적인 보육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등 여러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기혼여성의 취업을 위해서 보육문제를 당연히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호주의 파트타임 경찰은 좋은 예로 출산, 육아 휴직은 물론 여성이 출산 후 자신의 시간에 맞춰 근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내 이씨는 여성단체에서 상담원으로, 연구 프로젝트 관리자로도 활동했으나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미용실 개업을 목표로 공부, 필기시험을 합격한 상태다.

표 교수는 “아내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확신하면 무슨 일이든 하라’는 조언 외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며 “사회참여에 대한 욕심을 늘 말해왔는데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부담으로 제한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양성평등한 가사분담은 자신 없는 부분이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여성신문에서 인터뷰한다니까 아내가 ‘모르는 소리’라고 말하더군요. 영국에서 같이 공부할 때는 집안일을 곧잘 도맡아서 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전형적인 한국남성 문화에 조금씩 익숙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새벽에 아기가 깼을 때 재우는 것, 청소, 쓰레기 처리 등 ‘봐 줄 만한’정도의 점수를 받는 남편이라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표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부부는‘남성적인 것’을 벗어난 관계이다.

그는 “남자라고 해서 사소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며 “아내에게 서운하면 삐쳐서 위로 받기도 하고 오해가 있으면 대화를 많이 해서 금방 풀어 안 좋은 감정을 쌓아 놓지 않는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아내를 실명으로 써도 되겠냐는 기자의 말에 표 교수는 그 자리에서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터뷰 중인데 당신이름을 지면에 써도 되겠지?”라며 통화하는 그는 ‘보기 좋은’남자의 모습이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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