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뒤 여성대표 참여 미비 여전

민주당 중도파 ‘통합신당’ 선회로 고비

양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참여를 새 정치의 주요 화두로 삼은 개혁신당에 정작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신당 안팎에서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창립대회 뒤 ‘긴장한’ 개혁신당 쪽은 부랴부랴 여성 대표를 ‘모시려’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눈치다.

개혁국민정당과 정치개혁범국민추진협의회 등이 주축이 된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이하 신당연대)는 지난 7일 창립대회를 연 뒤 조직정비 작업에 한창이다. 신당연대는 11일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창당일정과 국민참여방안 등을 내놨다. 신당연대는 이날 새 당의 모습과 운영, 지향점 등을 비교적 자세히 밝혔으나, 여성의 참여를 어떻게 늘리고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선 별다른 방안이 없었다. 여성과 관련한 신당연대의 의견은 7일 확정된 규약에 ‘양성평등… 을 실현하는 개혁신당의 토대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만 돼 있다.

신당연대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 내놓은 참여대상은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앞장섰고 새 시대정신과 전문능력을 갖췄으며 산업화시대를 이끌어 온 양심적 주역들 등으로 추상적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보수’정당이 여성 당직자 30% 이상 할당 등을 명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진보진영 원로인 이해학 목사가 7일 창립대회 때 여성들이 상석에 앉지 않은 것을 두고 “깊이 반성하라”고 쓴소리를 한 것도 신당연대가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당연대쪽 관계자는 “이 목사의 지적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앞으로 잘 하라는 축사 정도 아니었겠냐”라며 “지금은 상임대표단 3명만 구성된 상태여서 그렇지, 공동대표단과 실행위원회 등이 꾸려지면 여성 참여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창립 때 지지선언을 한 100명이 신당연대의 ‘여성풀’이다. 개혁국민정당 당원을 주축으로, 각계 여성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문제는 이들이 그냥 신당연대 회원이 아닌 발언권과 집행력을 갖춘 대표권을 갖느냐다.

신당연대에 합류하고 있는 한 인사는 “신당연대 윗선으로부터 지분을 약속받은 몇몇 여성들을 빼고는 대부분 일반 회원자격인 것으로 안다”며 “상향식 당운영을 지향한다는 방침과 달리 여성들의 참여는 위로부터 보장받는 식으로 가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쪽 신주류가 주춤하면서 신당연대의 이런 움직임이 공중에 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추미애·김근태 의원 등 중도파 의원 52명이 16일 ‘분열이 없는 통합신당으로 가자’고 선언, 신당추진 자체가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는 것. 얼마전까지 신당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희선·조배숙 의원 등 여성의원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당내의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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