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공대위 “N번방 단순 참여자도 모두 공범… 처벌할 수 있다”
텔레그램 공대위 “N번방 단순 참여자도 모두 공범… 처벌할 수 있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3.26 17:49
  • 수정 2020-03-26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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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대위·피해자공동변호인단 기자회견
N번방 핵심 성욕이 아니라 여성 능욕
“채팅 참여자 자금 제공과 품평은 공동정범 해당”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성 착취 영상 제작·유포 단체 채팅방을 운영한 ‘박사’ 조주빈(25)은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마련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악마의 삶 멈춰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조씨와 운영자, N번방에 가담한 참여자들의 수는 경찰 발표에서 1개방만으로도 참여자 1만명에 이르렀다. 

N번방의 실체가 드러나며 온 사회가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일어난 온라인 집단 성 착취에 분노하고 있다. 여성단체와 여성 변호사들이 N번방으로 대표되는 성 착취 영상 제작·유포 단체 채팅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공대위를 운영하는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나섰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N번방 등 성 착취 채팅방의 운영과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의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급증한 것은 2019년 2월 남성 커뮤니티 전반에서 N번방의 소식이 퍼지면서다. 2016년 소라넷 폐쇄, 2017년 일간베스트의 몰락, 2018년 웹하드 불법촬영물 단속 및 텀블러 성인물 업로드 금지 조치, 2019년 단톡방 성폭력 가해자 가수 정준영 등의 구속 등은 남성들에 일명 야동 볼 권리로 말해지는 남성 강간문화를 더욱 은밀하게 향유할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 정책은 성 착취 플랫폼으로 활용됐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이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과 유형 분석'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이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과 유형 분석'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성 착취의 핵심은 성욕이 아닌 능욕이다. N번방의 참여자들은 ‘따먹은 여성’이라며 자랑하기 위해 불법촬영하고 성적 맥락 없는 여성들의 사진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모욕적인 뉘앙스로 소비했다. N번방의 남성들은 사실과 관계없이 여성들의 신상정보에 포르노그라피 서사를 덧씌워 환호했다. 조주빈만이 가해자가 아니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딸감’을 수동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 경쟁했다. 

신성연이 활동가는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다. 그는 숱한 성 착취 범죄자 가운데 하나이며 시민되기에 실패한 남성일 뿐이다. 우리는 그의 어린 시절도, 성격도, 외모도, 친구도, 가족도, 취미도, 옷도 궁금하지 않다”며 “우리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그를 어떻게 벌할 것인지다. 조주빈 이전의 수많은 가해자들을 너그러이 방면해온 검찰과 법원은 성 착취 네트워크를 유지시킨 강력한 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원민경 민변 여성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텔레그램 성 착취 피해자 지원 과제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하는 행위의 금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피해자 적극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과 범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이 게시된 게시물에 관해 임의 삭제 및 게시 중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는 피해자의 신고 없이는 조치하지 않고 있으며 연관검색어와 자동검색어완성 등을 모니터링 하지 않아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동의청원 답변자로 나선 민갑룡 경찰청장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영상의 생산·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은 불법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이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단순 유통시키거나 우연히 일반인 사이에서 영상이 돈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채팅방 가입하며 상당 자금을 제공하고, 시청을 통해 조주빈의 행위를 지지하고, 품평과 적극적 의견을 표출해 제작을 의뢰한 자금제공자이자 주문자, 소비자다. 따라서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채팅방 참여자들은 공동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세부적 행위 정도에 따라 교사 또는 방조로 분류 될 뿐, 형사법상 공동정범으로서 처벌할 수 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소라넷’이 1999년 개설 후 2016년 폐쇄되기까지 만18년이 걸렸고 2019년 9월 활동을 시작한 ‘박사’ 조주빈이 검거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렸다. 100만 회원을 자랑했던 소라넷에서 처벌받은 사람은 운영자 단 1명뿐이다. 처벌받지 못한 소라넷의 후예들이 박사들이 되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성 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 변호인단 구성 △성 착취 피해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의 구축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성 착취에 강력 대응할 수 있는 법 제·개정 활동 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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