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으신 어머님

사랑이 많으신 어머님

그러면서도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에는

예리한 비판력과 무서운

추진력으로 끝까지 굽히지 않고 나아가시는 엄하신 어머니

그 분은

정의와 양심의 어머니시요

이 시대의 아픔의 5월을 이겨내신

광주의 어머님이시다

조아라 여사 희수 문집-김경천의원 시 중

‘민주 인권운동의 대모’ 조아라 여사가 지난 8일 전주 완산구 중화산동 전주예수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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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바라봤던 많은 여성운동가들은 조 여사를 ‘한국여성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누구보다도 치열했던 삶을 통해 한국 여성계의 높은 봉우리로 추앙 받을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조 여사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근대 여성운동의 1세대가 저물었음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군부 독재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대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그의 존재는 각별했다.

광주 YWCA(기독교 여자청년회)명예회장 조아라 여사는 1912년 전남 나주시 반남면에서 태어나 1927년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 당시 이 학교 교사였던 김필례 여사를 만난 것을 계기로 평생을 몸담은 광주 YWCA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조 여사는 1931년 수피아여학교를 졸업하고 선교사 서서평 여사가 운영하던 이일학교의 교사를 하던 중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했던 백청단 사건이 밝혀져 1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고 강제 사직됐다.

1947년 그는 한국전쟁으로 파괴됐던 광주YWCA를 다시 세우고 상무이사로 시작, 1973년까지 26년간 광주YWCA총무로 활동했으며 1983년까지 광주YWCA회장을 역임, 이후 명예회장으로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조 여사는 특히 전쟁이 끝난 후 ‘나라를 다시 세우는 데 여성들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 건국준비 광주부인회를 만들어 여성들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전쟁 당시 여성단체와 각 동사무소와 연계, 간호봉사를 했던 것을 시작으로 광주에 도립모자원을 설치해 피해를 입은 여성과 자녀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줬으며 전쟁 고아들을 위해 1952년 성빈여사를 인가 받아 복지사업을 펼쳤다.

그는 단체활동뿐 아니라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전남도청 부녀계장을 겸임하면서 걸스카우트연맹, 어머니회 등 여성관련 단체의 설립에 온 힘을 기울였다. 또한 소화자매원, 한국선명회, 대한적십자사 전남지사 등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1966년 여성들의 권리향상을 도모하며 법을 일깨워 주기 위한 사명감에서 가정법률상담소를 개설, 가정문제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던 여성들에게 해방구 역할을 했으며 가정문제가 사회문제임을 강조, 양성평등 의식 확산에 앞장섰다.

특히 광주 5·18민중항쟁 당시 수습대책위원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6개월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5공화국 시절 5·18관련 구속자, 부상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을 돌봐 ‘광주의 어머니’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는 여성인력 활용의 절실함에 대해 항상 강조했는데 그 일환으로 ‘계명여성복지관’을 설립, 소외된 여성과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으며 이와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별빛학원을 운영했다.

여성과 인권을 위한 조 여사의 활동의 원동력은 타협하지 않는 당당함이라는 것을 여성신문에서 발간한 책 <이야기 여성사> 중 한 토막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항일운동과 여성운동 그리고 광주민중항쟁까지 추운 겨울마다 독감방 속에서 온몸을 떨어야 했던 이유는 그의 솔직함 때문이었다. 그는 타협이냐, 고생이냐의 갈림길 속에서 언제나 솔직했다. ∼“그래도 역사는 사실대로 써야 할 것 아녀! 어디서나 바른 말, 쓴 소리하는 사람은 미움을 받는 법이제.”’

평생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한 조 여사의 자취는 광주시민대상(1988년), 제2회 정일형 자유민주상(1998년), 제6회 무등여성대상(1998년), 제35회 YWCA전국대회 대상(2003년) 등 수상경력으로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인의 장례는 민주시민장으로 지난 12일 광주 YWCA대강당에서 거행됐으며 그는 국립 5.18묘지에 안장됐다. 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하는 장남 이학인씨와 전주에 사는 둘째아들 학송씨 등 2명이 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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