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모인 2020총청넷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개인 문제 아냐…정치로 응답“
여성·소수자 인권 정책요구엔
페미니즘 교육 확산에 힘써야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0총선청년네트워크가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0총선청년네트워크가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N번방’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현재 사회 문제들을 대응하기 위해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청년유니온 등의 청년단체들로 구성된 청년들이 한국사회 위기상황에 대해 선언하고 다가오는 4.15총선에 대비한 정책요구에 나섰다.

‘From Now on, 2020 총선청년네트워크’(이하 2020총청넷)는 26일 국회 앞에서 ‘2020 총선청년네트워크, 2차 정책요구안 발표 및 한국사회 위기상황 선포 기자회견: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를 진행했다.

차해영 마포청년들ㅁㅁㅁ 운영위원은 지금의 청년들의 삶에 대해 발언했다. 차 운영위원은 코로나19를 언급한 뒤 “고립되지 않기 위해 온라인으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26만명이 넘는 수가 가담한 사이버성폭력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나는 집에 혼자 고립돼 있는데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반인권적인 행위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라고 생각하면 1대1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며 “개인적 관계도, 사회적 신뢰도 모두 잃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들이 어떤 서사를 가지고 살아왔는지 알고 싶지 않다”며 “마찬가지로 각 정당도 그렇다. 우리는 후보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보다는 각 후보마다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이 무력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화장실에 이상한 구멍이 없나 두리번거리는 삶을 10년 넘게 살아왔다는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사이버 성범죄 관련 규탄에 대해 발언했다. 조 사무국장은 “더 이상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라”며 “성매매산업-소라넷-웹하드카르텔-버닝썬-텔레그램으로 이어진 강간문화는 만연하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욕구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청년이 목도하고 있는 강간문화는 지난 사건들에 ‘그럴 수도 있다’ 눈감은 이 사회가 쌓아올린 구조”라며 “이제 정치가 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0총선청년네트워크가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차해영 마포청년들ㅁㅁㅁ 운영위원은 지금의 청년들의 삶에 대해 “코로나19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온라인으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26만명이 넘는 수가 가담한 사이버성폭력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나는 집에 혼자 고립돼 있는데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반인권적인 행위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수형 기자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금의 한국사회를 두고 ‘위기’라고 표현했다. 이 위원장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해 “‘사이버 성범죄’는 이전에도 있어왔으나 당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관망적 태도가 괴물을 양산해내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며 “지금의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위기다. 이 위기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정치, 시민사회 그리고 유권자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2020 총청넷은 다가오는 4.15총선을 대비한 정책요구안에 대해 밝혔다. 정책방향은 ‘다음 사회를 위한 새로운 상식 제안’, ‘사회적 재분배를 통한 평등한 출발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안전한 사회, 지속가능한 공존사회’이다.

특히 여성·소수자인권에 대해서는 여성 안전 보장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 강화에 대해서 요구했다.

2020총청넷은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는 여전히 지금껏 여성과 소수자인권을 다뤄왔던 관행에 비쳐 개인적인 것으로 여성/소수자 인권을 다루고 있다”며 “기존 기성세대가 외면하고 사소화하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빠짐없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실효성 있는 전달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며 “여성,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에 단호히 맞서며 문제의 근본원인 해결하기 위해 페미니즘 교육 확산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2020총청넷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청년유니온·청년참여연대 등 41개 청년단체들이 구성해 2020년 2월 10일 출범한 청년단체 네트워크다. 이들은 ‘공정의 탈을 쓴 경쟁사회가 아닌, 공존하기 위한 협력사회로: 한국 사회 상식혁명’을 슬로건으로 4.15 총선을 시작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준과 상식의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0총선청년네트워크가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20총청넷은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는 여전히 지금껏 여성과 소수자인권을 다뤄왔던 관행에 비쳐 개인적인 것으로 여성/소수자 인권을 다루고 있다”며 “기존 기성세대가 외면하고 사소화하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수형 기자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그때도 틀렸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야만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주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난 앞에 우리의 삶과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위기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마주했다. 바이러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혐오, 차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이러스만큼이나 파괴적인 경제적 불안과 고립에서 어떻게 일상을 회복 할 것인가. 연이어 마주하는 새로운 질문과 씨름하는 와중에도 의료진들의 희생, 일선 방역 공무원들의 노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자발적 선행 소식을 들으며 세상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마음 한켠에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 혐오와 패닉의 경계에서 그저 살아남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노력이 필요함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좌절하게 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그 잔혹함과 가담인원의 광범위함으로 오백만이 넘는 청와대 최대 청원을 기록하며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성매매 산업의 성착취, 소라넷-웹하드카르텔-버닝썬으로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만연한 강간문화는 지겨울 정도로 길고 끔찍한 역사를 이어 왔다. 강간하지 말라고, 찍지 말라고, 인간으로 대우 하라고 수없이 외쳤으나, 구태한 기성의 정치, 제도는 유명무실한 법 제정과 솜방망이 처벌, 망언을 쏟아내며 사건을 방관, 방조, 확산 하는데 일조했다.

혁신을 말하던 정치는 어디 갔는가.

국민의 삶을 돌보겠다던 정치는 자취를 감추었다. 기존 정치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써 선거법을 개정하였으나, &위성정당&이라는 눈가리고 아웅 식의 파렴치한 작태로 변화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모조리 저버렸다. 국민들의 삶은 변화하고 이 변화에 맞춰 정치와 제도 역시 변화하길 촉구하는데, 기성의 구태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정치공학적 표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누구도 이 공백 앞에, 사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제는 도리어 묻고 싶다.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국민의 삶이 바뀌는 것을 감각하고 있는가? 변화하고자 할 의지는 있는가? 여전히,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별 것 아니라고 외면하며 또 다시 공범이 될 것인가. 정치는 정쟁에만 치우친 의석 수 경쟁을 중단하라. 대의민주주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국민의 삶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문제인식과 대안마련으로 변화한 현실을 마주하기를 촉구한다.

코로나19와 텔레그램 성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사회의 혼란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무너져가고 있다. 선거가 눈 앞에 있지만, 그나마 선거때라도 시민에게 반응하는 척하던 모습조차 온데간데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도, 사이버 성범죄도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분노하고 슬픔이 가득한 채, 고립되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라보며 사과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떠들고 있는 뿐인 듯하다. 그 누구도 염치를 보이며 고개를 숙이는 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 사회에 호소한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잘못된 이 문제를 이제는 바꿔야만 한다. 우리가 감각하는 문제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에 걸맞은 문제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는, 분노하고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문제를 끝까지 파해치며, 힘들고 어려운 노력에도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새로운 노력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호소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호소한다.

더 이상 다음은 없다. 지금. 바로 지금이 아니라면 우리는 내일을 기대하지 못한 채 또 견디는 시간을 보내야한다. 혐오와 패닉, 불안 이 모든 것을 종식시키고 가능한 내일을 다시 일궈야 한다. 이 사회가 온전해지기 위해서, 기대와 희망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이든 할 것이다. 이 선언과 호소에 모두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모든 행동을 시작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2020년 3월 26일

From Now on, 2020총선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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